입소하자마자 정신없이 사람을 잠 못 재우는 웹 프로젝트 과제가 끝나고, 내가 이정도까지 풀게 될 줄 몰랐을 알고리즘 문제를 풀던 와중...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느껴졌던 소회와 앞으로의 마음가짐등을 정리하고 싶어서 글을 써본다.
입소한 후 첫 3일, 조원들과 함께 만들고 싶은 웹 서비스를 설계하고 개발하고 발표하는 과제를 받았다. 몇 개 보지는 않았지만 다른 후기들을 보다보니까 이게 될까 싶었지만 어떻게든 만들었다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우리 조는 결국 과제를 마치는데에 실패했다. 해당 기수에서 유일하게 과제를 성공하지 못한 조였고, 아마 정글 역사상에서도 몇 안되는 (제발 유일하진 않기를) WEEK 00 과제를 실패한 조일 것이다.
(이후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정글 후기 분들..이런 사람도 있었답니다...)
집단의 밑바닥이 되는 경험은 정말이지 유쾌하지 않다. 열등감과 패배감이 몸을 감싸 축 늘어뜨리고, 정신은 무너져 내가 이 과정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무력감이 계속해서 떠오르며, 프로젝트 발표 후 모두가 후련한 마음에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있을 때 차마 웃을 수 없는 상황 속에 놓여진다.
그러나 짧은 인생이었지만, 오명을 가장 확실하고 확고하게 만회하는 방법은 경험적으로 알고있다. 실력...이라긴 조금 그렇고 이후 행실로 앞서 쌓았던 오명을 덮어쓰는 것이다. 물론 비전공자에 문과출신, 나이도 30이 넘은 내가 모두를 실력으로 따라잡긴 어려울지라도, 따라잡으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모두에게 면이 설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겠는가 싶다.
게다가 나는 남들보다 뒤떨어졌다는 불안감에 떤 적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모두가 연애하고, 학회하고, 대외활동 할 때 혼자 골방에서 게임이나 하고 있던 적, 취업이 안 되서 남들 열심히 일할 나이에 그냥 놀게 되었던 적, 기껏 마음을 다잡고 상황을 고쳐보려 했더니 대장암 2기를 진단받아 수술 받고 허약해진 몸과 엉망이 된 장기를 되돌리기 위해 2년간 재활했던 적, 셀 수도 없다. 덕분에 싫어도 얻을 수 있었던 나만의 버티기 방법이 있다. 바로 눈 앞에 닥친 절망적인 상황보다 멀리, 이후에 내가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를 보게 되면 좀 더 잘 버틸수 있었다.
SW 사관학교 정글에 오게 되기까지 많은 인연과 노력, 우연이 있었다. 동아리에 컴퓨터학과 후배들이 오지 않았더라면, 후배들과 친해져서 같이 JS 스터디를 하지 않았더라면, 배너 광고를 보지 않았더라면, 무엇보다, 내가 시험자료를 보고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여긴 내가 올 곳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렵게 얻은 기회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지식이 아니다. 게다가 주변 환경 역시 간단히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글에 오기 전까지 차라리 자는게 나을 것 같았던 시간낭비들이 머리속에 스친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돌아보면 스스로에게 부끄러웠던 시간들이다.
이후 5개월의 시간들 역시 쉽게 넘어갈 수는 없겠지만, 죽어도 버틴다는 마음 뿐이다. 주변에 나보다 잘 하는 사람밖에 없는 느낌이 들어서 주눅들긴 한다. 하지만, 주위를 보고 열등감이나 불안감을 가지는 건 더이상 필요없다. 정글에 들어온 이상 목표는 좋은 개발자가 되어 취업하는 것이고 지금 여기서 알고리즘 문제 풀이 진도가 쭉쭉 나가는 사람들도 여기 들어올만 했으니까 들어왔고, 나도 들어올만 했으니까 들어온 것이다. 내가 못 따라가면 내 잘못이 아니라 정글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버티기로 했다. 도저히 진도를 못 따라가서 '당신은 저희와 여기까지입니다.' 뭐 이런 말을 들으며 쫒겨나기 전까진 버틸것이다.
5개월 후의 내가 이 글을 보면서 한번 픽 웃고 지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