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상반기엔 창업팀에서 프론트엔드 개발, 하반기엔 부트캠프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올해 3월 스타트업에 전환형 인턴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정신없이 3개월이 지나갔고, CTO님께서 6월 초에 있을 전환 발표를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전환 발표를 준비하던 찰나에 안 좋은 소식을 받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급작스럽게 투자 관련 이슈가 생겨 당분간 회사의 비상 경영 및 구조 조정으로 사내의 인턴이나 수습분들의 전환이 힘들게 됐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 CTO님도 나와 동기님을 놓치는 것이 너무 아쉬운데 무보수로 일을 시킬 순 없으니 이렇게 결정을 내렸다고.. 절대 나와 동기님이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셨다.
기사를 보니 금리가 높아지고 여러 회사들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경제가 더욱 안 좋아지고 그 결과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고 한다. 따라서 투자를 받던 여러 스타트업이 영향을 받게 됐고 내가 다니던 곳도 영향을 받은 곳 중 하나였다.
아쉬운 상황은 뒤로하고 그래도 나의 첫 회사에서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3개월간 일을 해보며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기록해보려 한다.
내가 주로 했던 작업은 Vue, Amazon Chime, Tailwind CSS, Socket.io 등을 기반으로 한 라이브 서비스(Zoom, Google meet와 비슷)작업이었다. 사실 라이브 서비스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작업이기도 하고, 이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기술들 대부분 내가 처음 개발해보는 것들이었다. 상당히 신선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작업하는 것들이 너무 재밌었다. 작년 이후 간만에 개발에 흥미를 가지고 몰입해서 했던 것 같다.
또 하나의 큰 수확은 document를 읽는 습관을 들인 것이다. 아무래도 처음 보는 기술들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는데 Vue를 제외하곤 거의 document만을 참고해야 했기 때문에 이참에 document 보는 습관을 들이자라는 마인드를 가졌다. 하루에 꾸준히 Vue나 Amazon Chime 등 document를 읽었다. 점점 읽을 수록 수월하게 읽히는 것이 신기했고 document를 보면서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학습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회사로 출근을 하면 약 1시간 30분정도 걸린다. 하지만 사내의 개발팀 및 특정 부서들은 재택 근무가 원칙이라 직접 회사까지 출퇴근을 안 해도 된다는 점이 상당히 좋았다. 사실 나는 잠이 많은 편이라 피곤하면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는데, 재택 덕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재택뿐 아니라 회사에 출근을 해서도 분위기가 상당히 자유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누가 딱히 터치를 하지 않으며 피곤하면 잠깐 쉬어도 되고, 스낵바에서 간식을 먹어도 되고 이러한 부분은 굉장히 좋은 인상으로 다가왔다. 물론 당연하게도 자기의 역할을 일정에 차질 없이 다 한다면의 전제가 있다.
요새 많은 회사가 그렇듯 내가 다닌 곳도 닉네임으로 동료들을 불렀다. 나이가 중요한 우리나라 문화에서 닉네임 문화가 좋은 점이 다른 분들의 나이를 신경쓰지 않게 된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으니 여러모로 편안하게 대화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거 같다.
동료분들이 다들 너무 친절하시고 착하셨다. 덕분에 모르는 부분을 편하게 질문할 수 있었고, 나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어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특히 같이 일했던 사수님과 동기님이 너무 성격이 좋으셔서 코드 리뷰나 어떠한 개선점에 대한 얘기를 할 때 긍정적으로 작용한 거 같다.
또한 사수님이 나와 동기님을 굉장히 신뢰하셨다. 예시로 하나의 스프린트에서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 있었는데, 내가 그 작업을 해봐도 되겠냐고 조심스레 어필을 해봤고 사수님께서는 흔쾌히 신뢰하고 나에게 작업을 맡겨주셨다. 어찌보면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서의 장점이라고도 생각한다.
추가로 사수님이 뒤늦게 해주신 기분 좋은 말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나와 동기분을 인턴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정직원이라 생각할만큼 잘해주어서 업무를 맡겨도 별 신경쓰지 않으셨다고 한다.
두 번째는 중간에 회사에서 프론트엔드 신입을 뽑았었는데 기준을 나와 동기님으로 잡으셨다고 했다. 하지만 기준에 미치는 분들이 없어서 결국 못뽑았다고 하셨었다. 너무 과대평가가 된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어찌됐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뿌듯했다.
라이브 작업은 최근에 진행된 것이라 파일의 구조나 네이밍 등이 비교적 깔끔했고 기술 스택 또한 최신이었다. 하지만 다른 작업들은 php와 jquery가 연동된 오래된 방식이었다. 다른 작업은 그리 많이 하진 않았지만 작업들이 너무 단순한? 노가다식의 작업들이어서 다 뜯어 고치고 싶은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실 가끔 현타가 오는 작업들을 해야할 때를 제외하곤 크게 단점은 없었던 거 같다.
사실 여기에 좀 더 오래 다니면서 라이브 서비스에 대한 리팩토링이나, CI/CD, 테스트, 인프라에 대한 전반적인 요소 등을 공부하며 적용해보려고 나름 계획 아닌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회사의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다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듯이 그동안 내가 해왔던 작업들을 정리하며 열심히 이직 준비를 하고 다른 곳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