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꾼다는 것

마법의 책·2023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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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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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2일 마트에 장보러 가던 평범한 주일 오전, 골목길을 가던중 차가 아내를 역과하는 끔찍한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그로부터 3년후 2023년 12월 9일 우리가족은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며 늦잠을 자고, 아침을 먹고, 영화한편에 시간을 보내고, 지인을 만나 커피한잔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된 생활을 하고 있다. 아주대 외상센터 응급실 앞에서 엉엉울던 첫경험과 아내가 없는 집에 딸아이와 엉엉 울던 첫경험과 무엇보다 가족이 차사고가 나는 현장을 목격해야 했던 첫경험은 아직도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살아있음이 기적인데 다행히 머리도 목도 척추도 내장도 상하지 않아 회복이 빨랐지만 부러진 견갑골과 분쇄골절된 오른쪽 팔꿈치는 생활하는데 많은 제약을 줬고 그 때문에 나는 회사일과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했다. 많이 좋아지는가 했는데 최근에는 오른쪽 팔꿈치문제로 손목까지 안좋아져서 결국 인공관절 삽입이라는 큰 수술을 다시한번 강행해야 했다. 직장인인 내 상황을 고려해서 휴가를 하루사용하고 추석명절기간을 붙혀 수술을 해야 했다. 간병인 침상에서 7일정도 있었던 것 같다. 아내의 수술은 잘 되었고, 수술한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나고 있다. 보호대를 하고 다니지만 이젠 혼자 머리도 감고 혼자 샤워도 할 만큼 회복되었다. 그동안 해왔던 청소, 빨래, 설겆이, 밥짓기, 음식물쓰레기 버리기는 여전히 해야할 여전한 내 숙제다.
아내는 나만큼 특이한 사람이다. 키는 작지만 목소리가 크고, 당차고, 다혈질이고, 말을 잘하고, 기억력이 좋으며, 배관엔지니어출신이라 여러가지 인테리어공사를 알아서 진행하고, 은혜를 갚을 줄 알며, 지기싫어한다. 그렇게 고생하는 남편에게도 자비는 없다. 속은 모르겠고 막말을 할 때면 속이 뒤집어진다.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공유할 것이 별로 없는 우리는 고독한 부부 중 한 커플이다.
나는 뒤끝있는 사람이다. 나에게 반하는 사람에게 나도 자비는 없다. 위안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지만 나에게 반하는 사람과는 그럴 수 없다. 누구나 위안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다. 가족안에서 거부당하고 싶지 않다. 안그래도 밖에서 많은 상처를 받고 살고 있는 우리가 일탈을 꿈꾸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문득문득 아내가 아닌 타인으로 부터 위로 받고 싶은 일탈을 꿈꾼다.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기대고 싶고 쉬고 싶고 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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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자유와 삶의 통찰을 갈망하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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