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한국돈 50원 정도를 주고 양꼬치 하나를 사먹었는데 말이죠.."
돈에 관한 어릴적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중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는데요. 당시 제가 살았던 도시는 한국의 20~30년 전 모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낙후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때는 환율도 지금과 많이 달랐죠. 한국 돈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었어요. 확실치는 않지만 대략 90원 정도가 1위안이었던 것 같은데요. 계산하기 쉽게 100원이 1위안이었다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 당시 양꼬치집에서 팔던 양꼬치 하나가 0.5위안이었습니다. 50원 정도인 셈이죠. 잘 먹던 어린 시절에는 꽤나 많은 양을 한 번에 먹기도 했었어요. 그런 기억이 있어서인지, 한국에서 양꼬치를 사먹으려면 손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10개에 1.2만원에서 1.5만원이 말이 됩니까 이게??
누구나 돈에 관한 이런 기억들이 있으실 겁니다.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니까요. 이제는 동전으로는 뭐 하나 사먹기도 어렵습니다. 20년 전 내가 기억하던 돈의 가치와 지금 내가 경험하는 돈의 가치가 완전히 다르죠.
돈을 쓰는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예전만큼 지폐를 쓸 일이 많지 않죠. 손주들에게 "할아버지는 종이로 된 돈을 썼단다" 라고 말하게 될 수도 있어요. 아니 그렇게 될겁니다.
조개나 소금이 화폐이던 시절이나 금속으로 화폐를 만들어 가운데 구멍을 뚫어 줄로 엮어 들고다니던 시절이 아주 옛날인 것 같지만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종이로 된 화폐도 결국은 역사에 기록으로만 남는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그런 변화의 한복판에 서있는 셈이에요.
저는 경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주 깊은 이야기를 하진 못합니다. 그럼에도 단언컨대 화폐는 변할 겁니다. 가치도 형태도 말이죠. 어릴 적 한국 돈 50원이면 먹을 수 있었던 양꼬치 하나가 오늘 제가 있는 한국에서 1,200원 정도 하는 것처럼, 동전과 지폐를 내고 사먹었던 양꼬치가 몇 번의 클릭으로 배달 주문이 되는 것처럼, 화폐는 계속 바뀔 겁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사람은 나의 필요와 상대방의 필요에 따라 가진 것을 나누어가며 산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결국 서로의 필요를 보다 효과적으로 채우기 위해 화폐가 등장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까요.
이런 이야기를 왜 드리느냐 하면 제 경우에는 화폐가 계속해서 변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새롭게 깨닫는 것이 블록체인 공부의 시작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화폐가 하는 중요한 기능들을 똑같이 해낼 수만 있다면, 그 형태가 어떤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블록체인 === 암호화폐
는 성립하지 않아요. 비트코인을 창시한 사토시 나카모토의 9쪽짜리 논문에도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하죠.
대신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가능하게 한 기반 기술이라고 볼 수 있어요. 기존의 화폐 시스템을 대체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기술이죠. 마치 종이 화폐가 무거운 금속 동전을 대체했던 것처럼, 그리고 그 종이 화폐가 다시 디지털 정보로 대체될 수 있었던 것처럼요.
비트코인이 하나의 대안적인 전자 화폐로 시작했기 때문인지 블록체인 하면 결국 화폐와 같은 무언가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사기가 만연하고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 같아요.
과연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에 잠재력이 있냐고 물으신다면 그렇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기술들이 늘 기존에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각광받는 것처럼, 블록체인은 기존의 화폐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사실 화폐가 아니더라도 사용이 가능한 기술이기도 하구요)
오늘은 이렇게 제가 블록체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던 화폐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꾸준히 다음 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볼께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