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코딩

하얀성·2023년 8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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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하고 싶은 내용 3가지.

  • 글쓰기를 잘하는 것과 시험에서 국어점수를 잘 받는 것은 접근법이 다르며, 달라야 한다.
  • 프론트 엔드와 백엔드 개발자들은 같은 현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
  •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은 프론트엔드가 적성에 잘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냥 개인적 경험담이어서 틀릴 수 있다는 점 유의해주시길.)


예전 고1 때 한양대 전국 논술모의고사를 본적있다.
문제의 형식은 긴 글을 주고 요약하거나, 혹은 자신의 견해를 밝히란 내용이었다.
(마치 개발에서 뭔가 만들어 오라는 것 같다.)

결과는 전국 3등이었다.
이거 때문에 선생님께 불려간적이 있다. 어디서 답지 구해서 배꼈냐고 말이다.
모의 답지를 보는데 내가 쓴 글과 방식이 흡사했다. 난 답지를 본적도, 시골사람이라 학원에서 특별한 스킬을 배운적도 없었다.

국어 점수는 결국 수능때 까지도
모든 과목, 내신을 치든, 모의고사를 보든 수능까지도
올 3등급. 아무리 열심히 해도 깨지지 않던 마의 3등급을 유지했다.
이 이유를 7년이 지난 어느 여름날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전체를 이해해야 부분을 이해하는 사람이라 좀 더 내게 맞는 특별한 공부방식이 필요했다.

사람이 세상의 어떤 현상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은 두가지로 알고 있다.

  • 큰 그림을 먼저 읽고나서야 작은 그림들을 이해하는 사람.(프론트)
  • 작은 그림들을 먼저 보고서, 큰 그림을 이해하는 사람.(백엔드)

(세상은 이걸 n형과 s형이라고 나눠 놓았고, 난 더 상세히 나눌 수 있지만 여기선 각설하겠다.)

한국 시험 문제들은 대다수인 s형들에게 맞게끔 형성되어있다.
모든 과목들이 문제를 많이 풀어서 부분을 이해한 뒤에, 전체를 이해해서 문제를 풀게끔 되어있다.
프랑스나 독일처럼 주제를 한가지 던져주고 논하라던지.
한 권의 책을 가지고 토론을 1년 내내 하는 그런 수업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난 큰 그림을 먼저 보고, 작은 그림을 이해하는 사람인데.. 이런 점을 커버해서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방법을 27살에야 알았다.


사실 난, 내가 시짓기만 좀 잘 하는 사람인줄 알았지, 본인 스스로가 글을 잘 적는다고 생각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왜냐하면 국어 수능등급은 4등급이었으니까.

내 스스로 국어 점수 높이려고 칼럼들을 문단마다 요약해서 그 요약본을 모아 다시 요약했던 내 시간들은 의미가 없었구나 생각하면서 그렇게 내 고등학교 학창시절은 끝이났다.

사실 남이 하라는대로만 공부했기 때문에 문제를 많이 풀었다. 뭐가 문제인지도 몰라서 그렇게 12년간 공부했다. 내 노력의 문제인줄만 알았다. 내 암기력의 문제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얼마전 나와 공부방식이 너무 다른 사람을 스터디에서 만났다.
한번 공부하면 집중적으로 그것을 파는 분이었다. 개발 공부에 대한 흥미도 엄청나신 백엔드 개발자 분이셨는데 같이 공부해보니 차이를 느꼈다.

스터디의 백엔드 개발자분의 특징

  • 숫자감각이 뛰어나다. (이해나 암기를 숫자, 수치로 하는게 편하신분)
  • 1 + 1 이라는 공식이 있으면 딱 2고, 그것이외엔 생각하지 않으시는 스타일
  • 일단 한개 완성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프론트 개발자(나)의 특징

  • 비유적으로 이해하고, 글자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
  • 1 + 1 이라는 공식이 있으면 2이긴 한데.. 다른 뭔가가 있지 않나 생각해보는 스타일
  • 전체적으로 계속 도는 걸 반복해야 부분적으로 이해가 된다.

프론트는 사람과 마주치는 기능. UI 등을
백엔드는 사람과 덜 마주치는 api 등을 개발한다.


글쓰기를 잘한다고 주장하는 나.

성인되고서 한 일이 있다.
암기식 국어책 읽기에서 벗어나서 어려운 고전책을 스스로 계속 읽었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 내 글로 정리하고 기록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맞는지도 모르지만 책을 반복해서 느리게 읽더라도 스스로 결과를 도출하게끔 했다.
이러다 보니, 글 페이지마다 머릿속에서 요약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다음 그림이 그려지니 몇몇 페이지는 스킵하는 속독도 보유하게 되었다.
(속독을 하게되니 공무원 국어는 문법빼곤 대부분 다 맞게, 남들의 절반 가량의 속도로 풀었다.)

글을 잘 쓴다는 건. 솔직히 얘기해서.. 그럴듯한 문장을 배껴오는 것과 같다.
나보고 글을 잘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마음에 든다고 하는 문장들을 내가 마음에 안들더라도.
그 문장을 쓰면 맞겠다. 글이 깊어 보이겠다 싶은 문장을 그대로 내 머릿속에서 복붙한 것이다.

그리고 이건 개발도 비슷하다 생각이 든다.
문제는 내가 개발 공부한 시간이 적어서 뭘 쓸지 모르겠다는 것 정도?ㅎㅎ


프론트 엔드는 좀 더 사람을 만족시켜야하고.
백엔드는 컴퓨터 서버를 만족시켜야한다고 짧은 지식으로나마 알고 있다.
전체를 이해해야 부분을 이해하는 나같은 사람이 백엔드 개발자를 희망한다?

솔직히, 년차가 작은 개발자일수록, 작은 부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데 탁월한 분들이 그대로 백엔드 작업을 수행해야 오류가 없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나처럼 왜요? 이렇게 해보면 안되나 등등 똑같이 안했다가 오류를 범하는게 한둘이 아닐것이다.
프론트 엔드 개발자 분들의 이력서 인터뷰나 관련 얘기를 들어보면
그 기술을 쓴, 행동을 한 '이유'를 물으시는 걸 보았다.
당장에 실력은 조금 모자라도 자신만의 생각을 중시하시는??

백엔드 분들은 그래서 기술을 어디까지 다뤄 보았고,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는지를 중점으로 보시는 듯 했다.(특히 경험중시.)

난 프론트 엔드 지망생이니..
본인이 그 기술을 쓴 본인만의 이유를 얘기하려면 내 행동에 왜?를 묻는 것과 같은데
마치 프랑스 대학시험인 '~~~에 대해 논하라'는 그런 방식을 요구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전체를 보는 시야를 요구하는 프론트 엔드에... 적합한 사람은 코테보다는 포폴에서 강점을 보일것같고.
백엔드는 코테를 잘하면 장땡인듯 싶다.
(물론 둘다 cs지식과 프로젝트 결과물은 있어야..)

물론 코테, 포폴 둘다 잘해야 하고 나중가서 프론트, 백엔드든 다해야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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