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31살에 이렇게 퇴사하는 것은 본인에게 이기적이지 못한 행동이야."
작년 1월 중순,
오랜기간 고민했던 퇴사를 결정하고 임원진에게 퇴사 의사를 밝혔을 때 실제로 들었던 말이다.
나의 첫 직장은 화학,화장품원료를 수출입해온 나름 안정적인 무역회사였고 나는 2015년 26살의 나이로 무역사무직으로 입사해 5년 가량을 일했다.
5년동안의 일을 전부 나열할 수는 없겠지만, 무역학 전공을 살리면서 좋은 사람들과 나름 즐겁게 일할 수 있던 값진 경험이었다.
전공을 살리긴 했지만, 이제와 말하자면 당시 취업에는 조급함이 한 몫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계절학기까지 들어가며 1년 가량 졸업이 늦어졌던 26살의 소위 '여자 치고' 다소 많은 나이의 나는 주변에서 하나 둘 취업해가자 마음이 조급해진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선택할 때 나에게는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주로 나이라던지, 환경, 상황 등에 쫓겨 결정한 일들이 많았는데, 조금 나이가 들고 어느정도 사회생활을 경험해보니 생각보다 첫 단추라는 것은 인생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은 절대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으며, 각자의 상황에 맞춰 주어진 것을 받아드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렇게 나는 영미권/일본 수출입 거래에 관한 무역사무 , 영업지원 업무를 하면서 해외영업팀을 지원하였고 대외적으로는 포워딩업체, 관세사무소 등과 협업하였다.
언제나 예외는 있었지만, 업무는 대체적으로 루틴하게 돌아갔다. 루틴하게 돌아가는 일은 어느정도 적응되고 시간이 지나면 매우 편하고 안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3년차, 4년차가 되면서 점점 내가 그러한 환경에 안주하면서, 업무적인 발전을 도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 개인적으로 공부하면 되잖아?
라고 누군가는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어떠한 것을 공부해야할 지,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개인 공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영어나 스페인어는 기존부터 공부해오던 것이었기에 '업무능력 제고'만을 위한 공부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된 시점부터,
회사를 다니면서 업무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안주하지 않고 항상 성장하는 나 자신'에 대한 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막연히 언젠가는 이 회사를 퇴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순간부터 투잡을 뛰며 혹시 모를 퇴사 후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밤 늦게까지 야근을 하는 일은 많지 않았고, 그 시간을 이용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은 힘든 시간과 수많은 고민을 하며 보낸 1년이 지난 시점인 작년 1월 말, 개발자로 전직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회사에 퇴사 의향을 밝혔다.
세상에는 다양한 회사가 있고, 각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있다.
전 회사는 다소 보수적이며 안정적인 분위기의 회사였다고 생각한다. 퇴사율도 높지 않았고 직원 대부분이 5년 이상의 장기 근속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임원진은 나의 퇴사 의향에 다소 놀란 것 같았고, 전력을 다해 붙잡아 주셨다.(감사하게도.)
하지만 글 첫머리에 언급했듯이, '31살 여자로서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 후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주시는 과정에서 어찌 보면 내게 개발자로의 전직을 위한 공부에 대한 의지를 더 실어주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서른이 넘은 지금이 20대의 그 어느때보다 정신적 여유가 있고, 어른으로서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서른이라는 나이의 의미는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새로운 것을 꿈꿔보기 어려운 나이'가 아니라 도리어 '그 무엇이라도 다시 시작해볼 수 있는 나이'로 다가왔기 때문일까.
그렇게 어렵사리 퇴사가 결정되었고,
5년동안 이런 저런 값진 경험들을 안겨줬던 첫 회사인 만큼 퇴사자 한명의 자리가 나머지 직원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고 20년 3월 31일 인수인계를 마치며 첫 회사를 퇴사했다.
내 주변에는 개발자 또는 퍼블리셔 지인이 조금 있다. 비전공자이지만 대학교때 일찌감치 국비교육을 받아 SI 업체로 첫 직장을 시작하여 나름 실력을 인정받는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ㅇㅇ이, 광고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시작해 현재는 퍼블리셔로 근무하고있는 ㅁㅁ이, 그런 ㅁㅁ에게 (더불어 나에게도) 종종 도움을 주시는 개발자로 근무하고 계시는 ㅁㅁ의 친오빠.
객관적으로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문과 비전공자로서, 또한 소수의 깊은 인맥을 가진 나로서는 많은 편이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IT 업계 종사자의 희노애락을 많이 전해들을 수 있었다. :-)
어떤 직장을 가더라도 매사 긍정적인 면만 있지는 않은 것처럼, 항상 핑크빛의 이야기(ㅎㅎ)를 듣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들이 입을 모아 해주는 말이 있다면 'IT업계는 매사 공부하고 성실하게 스스로의 발전을 도모해야 이어나갈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공부할 것도 넘쳐나니 공부 소스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라는 것...)
공부하며 실력이 쌓이는 만큼 나의 몸값을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오랜 기간 개발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 고찰하게 되면서, ㅇㅇ이가 일단 생활코딩부터 시작하라는 말에 나는 그렇게 코딩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정도 기초를 공부하면서 전 직장 퇴사에 대한 마음을 굳혀나갔다.
나는 코딩이 재밌어서 개발자가 되려고 했던 케이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개발자가 되고자하는 의지가 그들보다 적다거나 어떤 대의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디에서 시작되었나보다, 꾸준히 지속해나갈 수 있음이 더 중요하다.
여러가지 고민 끝에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방향을 잡았다.
(추후 JavaScript 기반 런타임 환경인 Node.js로 백엔드 서버까지 구축하고자 하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는 개인 과외를 받았다.
과외 선생님은 10년차 개발자셨다가 교육에 뜻을 가지고 과외를 전업으로 시작하신 분이었고 인내심을 가지고 이 코딩 바보의 기본기를 다져주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 시기에 사실 심적으로 조금 힘들었지만 이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 조금 단단해진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외로 어느정도 기본기를 다졌지만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취업하기 위해서는 더욱 충분한 역량을 길러야했다.
고민 끝에 조금 더 시행착오를 줄이고 체계적인 취업을 위해 다가오는 3월부터 시작하는 wecode라는 코딩 부트캠프를 등록했다. 현재는 부트캠프에서 진행하는 사전 스터디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부트캠프에 등록했다고 해서 내가 노력하지 않고도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동안의 짧은 코딩 삽질의 경험으로 익히 잘 알고 있다.
부트캠프에서 제시하는 방향을 잘 이해하면서도 그에 따른 충분한 개인 공부가 병행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초심을 지키면서,
지치지 않으면서,
나를 믿으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3개월이, 그리고 앞으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