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혐오가 심해졌다.
왜 이 혐오가 시작됐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지금은 어떤지 남기기 위해 글을 쓴다.
혐오가 시작했던것이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요즘 뭘 해도 행복하지 않았다.
서울에 올라온지 2년이 다돼가는데 그때 이후로 15kg쪘다. 거울을 볼때마다 후덕해진 내 자신을 보면서 혐오했고 운동하고 살빼야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하기 싫었다.
이전에 운동을 한참 좋아할때는 목적이 있었고 같이 운동할 친구가 있었다. 더 근육이 커졌으면 좋겠고 나아가 바디프로필을 한번 더 찍어보고 싶었다.
운동 덕분에 자존감이 많이 올랐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게 됐다.
그러다보니 나와 남을 비교하며 혐오가 시작된 것 같다.
목적없는 달리기는 결국 지치기 마련이고 방향성을 모른채 이상을 좇아도 도달 할 수 없다.
마치 소리 없는 아우성.
현재 내가 늪에 빠져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원인과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이를 어떻게든 극복해보기 위해 이것저것 많이 해봤다. 하지만 돌아오는건 공허함과 무기력함이었다.
그래서 일단 발버둥 치는 걸 멈췄다.
위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과 내가 혐오에 빠진 상태를 비유했는데 저 상태에서 나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실제로 나도 굉장히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않고 2년여간 백수의 삶을 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밖으로 나오는건 정말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난 한가질 배웠다.
늪에 빠졌을때 가장 빨리 나오는 방법은 뭘까?
나오기위해 허우적거릴수록 더 깊이 빠질 뿐이다. 마치 내가 그랬던 것 처럼.
가장 좋은 방법은 허우적거림을 멈추고 가능한 수평으로 최대한 넓게 몸을 늪에 밀착시킨다. 그리고 천천히 낮은 포복을 하듯이 기어나온다.
우리도 똑같다. 내가 늪에 빠졌을때 나는 허우적거림을 멈추고 내가 이렇게 된 이유를 곱씹었다.
우선 내가 가장 큰 불만인건 현재 내 상태였다. 운동을 하지 않은 채 6개월이 지났고 식습관은 개판이었다. 그래서 당장의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해서 배달어플을 모두 삭제하고 헬스를 다시 시작했다.
이처럼 나는 원인을 직시하고 현재 문제인 부분을 제거하여 해결하려 했다.
정말 별거아닌데 내일의 내가 해야 할 목표로 운동을 해야하니 설레서 잠이 오지 않았다. 5시간정도 수면하고 아침에 운동하고 회사 퇴근후 집에와서 오랜만에 정말 푹 잤다.
누구나 그렇지만 나름의 목표가 있어야한다. 가령 이직을 하더라도 내가 이직해야 할 이유가 있어야하고, 개발자라는 삶을 살더라도 내가 왜 개발자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목표가 있어야한다. 그래야 내일이 있으니까.
정말 놀랍게도 혐오로 가득한 내 머리속은 긍정과 앞으로 나아갈 목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오늘은 가슴운동 했으니 내일은 등운동. 어 내일은 XX님과 커피챗이 있으니 그때까지 뭐하고 회사에서는 이런것들이 있으니하는 미래지향적 사고들이 가능해진.
그리고 아침에 헬스를 했으니 아침은 꼭 단백질이 있는 음식을 채워야했다. 고작 운동을 시작했을뿐인데 멈춰있던 톱니바퀴가 다시 돌아가는것처럼 많은것들을 할 수 있게 됐다.
RPG게임을 하다보면 꾸준한 성장을 위해 일일퀘스트가 중요한데 나에게 운동은 일일퀘스트와 같았다. 주간퀘스트에는 보통 일일퀘스트를 주간 n회하면 자동으로 클리어되는 경우도 있어 일일퀘스트만 하더라도 나는 성장하는 셈이다.
그리고 땀의힘을 알게 됐다. 개발만 하다보면 걸어다닐 필요도 없어지고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어질때가 많다. 특히 나는 일주일 중 4일이 재택이라 더더욱 그랬다.
열심히 개발로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하루 10시간 코딩해도 뿌듯함을 느끼지만, 직접 걷고 움직이면서 몸에서 땀이 났을때 그 뿌듯함은 정말 상쾌하다.
마치 인간은 땀을 흘리기 위해 태어난 것 처럼.
남을 사랑하고 사회에 기여하려면 나를 먼저 사랑해야한다고 느꼈다.
생각보다 인간은 여유롭지 못해서 내가 풍족하지 않으면 배풀기 힘들다.
나를 사랑하고, 내 마음이 풍족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고 배풀 수 있다.
그리고 운동한다는건 내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일수도 있지만 정신적 건강에도 필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남에게 혐오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혐오가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간다면 정말 그 사람이 문제일수도 있지만 다시 한번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언제 또 이런 늪에 빠질 지 모른다.
하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걸 망각하진 말자.
"혐오를 혐오하고 나를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