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지금까지

Enjoywater·2020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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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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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9

정말 순식간이었다.
더운 날이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덧 가을도 끝나가고 있다. 쉴 틈 없이 달려온 최근, 나는 아직도 지금의 내 모습 신기하기만 하다.


시작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시작의 이유가 복잡하지만은 않다. 개발의 시작은 너무나도 단순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서비스를 세상에 내보이는 것을 원했다. 남들이 사업이라고 말하는 것을 나도 하기 위해 열심히 달렸다. 하지만 내게는 아이디어와 기획만 있을 뿐, 서비스로 만들 역량은 없었다. 개발자의 필요성을 파트너와 몇 날을 고민했다.

1주일가량 고민을 했을까.

결론은 그냥 직접 개발을 하자였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였다. 서비스를 만들 사람들이 개발을 모르는 건 내 관점에서는 너무나도 모순이었다. 그렇게 프로그래밍을 싫어했던 내가(대학교 때 재수강 3번),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개발을 하는 건지, 개발을 하기 위해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지 약간 애매해 질 시기에 사업(1)을 그만두게 되었다. 정말 개발이 너무 잘 맞고 재미있어서 아쉬웠다. 원하던 앱을 출시하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때라고 아직 생각하고 있다.

이후 사업(2)을 하면서는 개발을 하지 않았다. 사업(1)을 마무리 짓지 못해서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고, 하기가 싫었다. 적어도 그 시기에는 그랬다. 개발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을 하며 맥북은 열지도 않았다. 돌이켜보면 사업(1)의 아쉬움이 커서 그랬던 것 같다.

반년 정도 지났을 때, 파트너 개인의 이유로 사업(2)을 같이 못 하게 될 상황이 생겼다. 아쉬웠지만 누구를 원망할 상황도 아니었기에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사이가 나빠지거나 안 좋은 일로 그만하게 된 것은 아니다!) 이때까지 둘이 함께 경험한 다양한 일들은 앞으로 나에게 있어서 커다란 밑천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큰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때의 고민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할 만큼 깊고 큰 고민이었다.


선택

고민의 시작은 나의 진로였다. 사업/취직의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 첫 시작이었다. 이때 나의 기준은 둘이서 했던 것만큼 열정적으로 다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가였다. 계속 되뇌었지만, 대답은 x였다. 둘이 함께 사업의 시작을 얘기한 날부터 고민의 날까지 1년 10개월이라는 시간을 하루하루 돌이켜 보아도, 혼자서는 버티기 어려운 점이 여러 가지 있었다. 나에겐 그 이전 경험이 없었고 모든 것을 0에서 시작했었기 때문이다. 개발, 돈, 기획, 마케팅 등등 0에서 시작했다고 하기에도 부족한 것이 많았다.

누군가는 내가 혼자서 해낼 수 없다는 단편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바꿔서 생각해보면 그만큼 잘 맞는 훌륭한 파트너와 함께했었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더 올바르지 않을까 싶다.

결국 나의 선택은 취직이었고, 무엇으로 취직을 할 것인가 라는 새로운 고민에 부딪혔다.

내 전공은 디자인공학이다. 인간공학적인 디자인과 HCI, UX 등 다양한 디자인론을 배웠다. 재미있었다. 성적에 맞게 입학한 게 아니라 가고 싶어서 갔기 때문에 전공에 대한 고민은 크게 없었다.

하지만 내가 수년간 공부했던 디자인보다 서비스 개발을 위해 개발을 공부한 그 짧은 기간이 나에게는 더 재미있었다. 내 디자인을 완성했을 때의 기쁨보다, 처음으로 내가 사이트를 배포했을 때의 기쁨이 더 컸고, 새로운 디자인을 공부하는 것보다 새로운 코드를 공부하는 것을 더 하고 싶었다.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랬다. 내가 같은 기간 개발을 공부한 사람 중에서는 잘한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진작 개발을 배우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날도 있었기 때문이다(이건 지금도 마찬가지).

2개의 고민을 한 기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하지만 가치 있는 고민이었다. 진정 원하는 것을 다시 한번 발견한 느낌도 들었고, 잘 해낼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는 자신감도 느껴지게 했다. 하지만 내가 개발로 취직하기에는 정보와 실력이 부족했다. 더 알고, 배우고 싶었고 그래야만 했다.


다시 시작

더 알고, 배우려면 나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전에 개발을 공부할 때는 온라인 강의로만 혼자 공부했다. 사람들과 만나며 정보를 교류하는 것은 없었고, 만나러 갈 상황도 되지 못했다.

결국 상황을 만들기 위해 내린 결정은 서울.
현재보다 나은 상황을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가 필요했고, 필요한 환경은 현재 내가 사는 지역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돈을 내고 오프라인 강의를 들을 수도 없었고,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찾기도 어려웠다. 이러한 내 상황에서 여러 정보와 인프라를 얻기 위해서는 서울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빡빡했다. 이미 아는 내용을 가지고 오프라인 수업을 들으며 복습했고, 하루 시간 대부분을 코딩에 투자했다. 시간이 아주 많은 백수였고, 다른 할 일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힘들지 않았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즐거워했다. 오히려 내가 원하던 공부로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시간이 갈수록 개발을 선택한 것이 잘한 선택이라고 확신이 들었다.

너무나도 후회 없는 선택이었고, 미래를 바꿔준 큰 시작이었다.


다짐

개발자가 되기로 하고 난 후, 어떤 개발자가 되어야 하는지는 자주 생각했던 것 같다. 서울에서 한 달을 보내고 작성한 회고록에 쓴 내용이 지금도 동일하다. 그때의 나는 "변화를 추구하는 태도로, 좋은 개발에 관한 고민을 놓지 않는 개발자로 가까워지고 싶다." 라고 작성을 했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며 좋은 개발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려 한다. 단순히 코드만 작성하는 개발자가 아닌, 개발 자체에 대해 고민을 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후에는 나 같은 개발자가 되려 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지금 단계에서 나는 어떠한 개발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바라보고 가지만, 후에 누군가는 나를 보며 어떤 개발자가 되어야 할지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 그때 나는 부끄럽지 않도록, 나를 닮아 갈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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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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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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