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반성] 일을 미리 해 놓는 것이 상황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겠다. (부제: 예습과 완벽주의)

Erin A. Yoo·2022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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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왜 나는 예습을 하는가?

나는 공부를 할 때 체력과 시간이 충분하면 진도를 미리 나가놓는 편이다.
내가 예습을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어떠한 주제가 흥미로워서 빨리 배우고 싶을때
  2. 흥미가 없는 주제일 때, 그리고 일을 미루거나 잘 해내지 못했을 경우 생기는 죄책감과 패닉을 경험할 위험도를 줄이고 싶을때

나에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2번이다. 흥미가 없으면 당연히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
그리고 효율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의 예습이 왜 문제가 되는지 서술하겠다.

미룸의 사이클. 미루기 ➜ 죄책감 ➜ 패닉상태 ➜ 핑계거리 생성 ➜ 또 미루기의 반복.

나는 위 사이클을 경험할 때 죄책감과 패닉이 나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알고 있다.
이러한 감정들 속에서 단순히 정신적으로 힘든 것을 넘어서 신체적인 증상을 경험할 때도 종종 있다.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멘탈이 약하다. 남들은 부정적 감정들을 나보다 잘 극복하는 것 같은데 나에게는 그것들이 훨씬 극대화 되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일을 미리 해 놓는 편이다. 정신적 고통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회피 수단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의 마감 기한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그 아슬함이 오히려 촉진제가 되어 일이 잘 된다지만, 나는 기한에 비해 진행 상황이 많이 더딘 경우에 불안함, 죄책감의 늪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 감정들이 왜 나에게는 훨씬 무거운 것인지 나를 잘 들여다 보자. 개인적으로 죄책감, 패닉 중 후자가 훨씬 힘들기 때문에 이 글에서 더 중점을 두려고 한다.

2. 나는 왜 패닉하는가?

패닉이라는 감정이 나한테 크게 다가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할 필요가 있고 그것에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

2-1. 나는 왜 두렵고 불안한가?

왜 나는 마감기한이 다가오면 두려운 것일까? 이는 아마 나의 완벽주의 성향이랑 관련이 큰 것 같다. "완벽주의"라는 단어만 들으면 이 사람은 항상 완벽할 것 같다. 그러나 절대 아니다. 내 특성 중 정말 싫어하는 것을 몇 개 꼽으라면 그 중에는 완벽주의가 반드시 있다. 나는 내가 완벽하지 못할 상황이 무섭다. 내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난 완벽할 수 없다. 준비를 할 수 없으면 아예 그 일을 하지 않는다. 완벽을 추구하려다 결과물을 아예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리 일을 한다.

2-2. 나는 내가 왜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생각해보면 사실 내가 완벽해 보여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나도 허점 투성이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과 남들에게 뛰어나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한다. 이 욕구는 내가 원해서 드는 것이 아니다. 성장 과정에서의 몇 가지 요인들이 내가 그런 욕구를 좀 더 느끼도록 영향을 미쳐 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욕구가 굉장히 불편하며 별로 느끼고 싶지 않다. 그러나 느끼기 싫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컨트롤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다스리는 것을 조금 연습하면 나아지려나?

3. 왜 죄책감과 패닉을 방지하는 목적으로써의 예습은 문제가 되는가?

내가 싫어하는 나의 성향을 되려 독려하는 꼴이 된다. 완벽하게 보이고 싶어서 예습을 하고, 그것이 성공할 경우 뿌듯함이라는 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3-1. 보상과 패널티

내가 느끼는 나의 단점에 관련된 것(좋은 평가, 좀 더 완벽하게 보일 수 있기 위함을 위해 예습하기)을 행하면 패널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완벽주의에서 기인한 예습을 하는 경우, 반대로 보상이 생긴다.

3-2. 보상의 위험

본능적으로 우리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가? 뿌듯함이라는 보상을 받으면 나는 그 달콤한 감정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 다시 예습이라는 행동을 할 것이다. 순수한 지식욕이 아닌, 나와 남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목적으로 하는 예습을 반복할 경우 나의 완벽주의 성향은 계속 강해질 것이며 나아가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더 민감해 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갖가지 정신질환에 노출 될 수 있다. 완벽주의라는 성향도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더하여 정신질환에 의한 고통까지 느끼게 될 것이다.

4. 마치며

나는 전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상기해야 한다. 관심 없는 일, 하기 싫은 과제는 귀찮을 수 있다. 귀찮음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나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모든 것에 흥미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주어졌을 경우, 완벽하게 보이기 위해서 보다는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생길 나 자신 혹은 타인의 피해와 불이익에 대한 적절한 책임감만 가지고 일을 해 나가면 된다.

나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하는 편인데 오랜만에 그것을 글로 옮겨 보았다. 항상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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