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를 할 때 체력과 시간이 충분하면 진도를 미리 나가놓는 편이다.
내가 예습을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 어떠한 주제가 흥미로워서 빨리 배우고 싶을때
- 흥미가 없는 주제일 때, 그리고 일을 미루거나 잘 해내지 못했을 경우 생기는 죄책감과 패닉을 경험할 위험도를 줄이고 싶을때
나에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2번이다. 흥미가 없으면 당연히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
그리고 효율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의 예습이 왜 문제가 되는지 서술하겠다.
나는 위 사이클을 경험할 때 죄책감과 패닉이 나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알고 있다.
이러한 감정들 속에서 단순히 정신적으로 힘든 것을 넘어서 신체적인 증상을 경험할 때도 종종 있다.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멘탈이 약하다. 남들은 부정적 감정들을 나보다 잘 극복하는 것 같은데 나에게는 그것들이 훨씬 극대화 되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일을 미리 해 놓는 편이다. 정신적 고통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회피 수단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의 마감 기한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그 아슬함이 오히려 촉진제가 되어 일이 잘 된다지만, 나는 기한에 비해 진행 상황이 많이 더딘 경우에 불안함, 죄책감의 늪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 감정들이 왜 나에게는 훨씬 무거운 것인지 나를 잘 들여다 보자. 개인적으로 죄책감, 패닉 중 후자가 훨씬 힘들기 때문에 이 글에서 더 중점을 두려고 한다.
패닉이라는 감정이 나한테 크게 다가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할 필요가 있고 그것에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
왜 나는 마감기한이 다가오면 두려운 것일까? 이는 아마 나의 완벽주의 성향이랑 관련이 큰 것 같다. "완벽주의"라는 단어만 들으면 이 사람은 항상 완벽할 것 같다. 그러나 절대 아니다. 내 특성 중 정말 싫어하는 것을 몇 개 꼽으라면 그 중에는 완벽주의가 반드시 있다. 나는 내가 완벽하지 못할 상황이 무섭다. 내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난 완벽할 수 없다. 준비를 할 수 없으면 아예 그 일을 하지 않는다. 완벽을 추구하려다 결과물을 아예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리 일을 한다.
생각해보면 사실 내가 완벽해 보여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나도 허점 투성이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과 남들에게 뛰어나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한다. 이 욕구는 내가 원해서 드는 것이 아니다. 성장 과정에서의 몇 가지 요인들이 내가 그런 욕구를 좀 더 느끼도록 영향을 미쳐 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욕구가 굉장히 불편하며 별로 느끼고 싶지 않다. 그러나 느끼기 싫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컨트롤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다스리는 것을 조금 연습하면 나아지려나?
내가 싫어하는 나의 성향을 되려 독려하는 꼴이 된다. 완벽하게 보이고 싶어서 예습을 하고, 그것이 성공할 경우 뿌듯함이라는 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나의 단점에 관련된 것(좋은 평가, 좀 더 완벽하게 보일 수 있기 위함을 위해 예습하기)을 행하면 패널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완벽주의에서 기인한 예습을 하는 경우, 반대로 보상이 생긴다.
본능적으로 우리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가? 뿌듯함이라는 보상을 받으면 나는 그 달콤한 감정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 다시 예습이라는 행동을 할 것이다. 순수한 지식욕이 아닌, 나와 남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목적으로 하는 예습을 반복할 경우 나의 완벽주의 성향은 계속 강해질 것이며 나아가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더 민감해 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갖가지 정신질환에 노출 될 수 있다. 완벽주의라는 성향도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더하여 정신질환에 의한 고통까지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전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상기해야 한다. 관심 없는 일, 하기 싫은 과제는 귀찮을 수 있다. 귀찮음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나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모든 것에 흥미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주어졌을 경우, 완벽하게 보이기 위해서 보다는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생길 나 자신 혹은 타인의 피해와 불이익에 대한 적절한 책임감만 가지고 일을 해 나가면 된다.
나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하는 편인데 오랜만에 그것을 글로 옮겨 보았다. 항상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