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해피해킹이라는 키보드의 존재를 알게되었다. 찾아보면 키감이 아주 좋은데 배열이 극단적으로 UNIX 계열 OS에 최적화된 키보드라는 것이 중론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VIM을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그런데 "나는 왜 몇 년간 개기면서 VIM을 익히지 않았는가?" 에 대한 핑계로 요즘 나오는 키보드는 과거에 발명된 VIM을 사용하기엔 불편하다는 논리를 찾아냈다.
그래서 해피해킹을 질렀다.
VIM 쓰던가 아니면 자괴감 느끼면서 당근마켓에 키보드 팝니다를 올리던가...
내가 일평생 구매한 2만원 이상의 키보드는 딱 4가지이다.
이러이러한 키보드를 사용했던 사람이 쓴 후기라고 감안하고 읽으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그동안 사용한 키보드들에 대해서 간단히 작성하여 보았다.
기계식 키보드가 온동네 PC방에 싹 깔리고 난 후에 구매했다. 청축을 사용했었는데 키감은 딱 청축 키감(조용한 곳에서 사용하면 천둥번개 치는 느낌)이였고 2~3년 차에 몇몇 키가 고장나서 다른 키보드로 갈아 탔다.
기계식은 한 번 써봤고 또 뭐가 있나 검색하던 차에 "무접점"이라는 것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호기심이 많은지라 여기저기 검색을 해 봤는데 내 눈에 해피해킹만 들어왔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돈도 돈이고 개발하던 시기도 아니여서 가성비 제품을 찾다가 한성의 89키 무점접 키보드를 구매했다.
타건감은 기계식과는 다른 묘한 맛이였다. 다만 역시 무접점을 최대한 저렴하게 뽑아낸 제품이라 마감이 아쉬웠는데 특히 스페이스바 누를 때마다 "팅~!" 거리는 싸구려 스프링 소리가 아주 거슬렸다. 아직도 가끔 꺼내서 쓴다. "보글보글" 거리는 느낌이 나름 치는 맛이 있다. 다만 해피해킹 대비 오래 사용하면 손가락에 피로감이 좀 있다.
이 키보드는 자체적으로 Tab키와 CapsLock의 기능을 바꿔주는 아주 훌륭한기능이 있다. 이 때 처음 CapsLock이 쓸데 없이 아주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손가락으로 알았다. 이게 글로 읽으면 감이 안오는데, 일단 손가락이 CapsLock 위치에 Tap이 오는 구조에 적응하면 생산성이 극적으로 향상된다.
집에 상시 가동하는 컴퓨터가 한 대 더 늘어나서 구매했다. 그런데 얼마 안가 한 번 떨궈짐을 당하고 나서 스페이스바 사망으로 폐기했다. 그 뒤로 집에 쓰는 컴퓨터는 그냥 멤브레인 사용한다.
해피해킹 키보드을 사용해서 생산성이 극적으로 향성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생산성이 좋아지는 부분도 있고 오히려 떨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개발자라면 그리고 VIM을 쓴다면 전체적으로는 생산성 향상되는 부분이 더 큰 것 같긴 하다.(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준이다. 내가 아직 해피해킹 키보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그런데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해피해킹 키보드를 쓰다가 다른 키보드를 쓰면 효율이 극악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참 피곤하게 타이핑을 해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만약 누군가에게 내가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면 일단 키보드부터 바꾸라고 말할 것 같다.
나는 키보드 매니아는 아니고 사용해본 키보드의 종류도 몇 가지 없다. 그리고 타건감이라는 것이 아주 주관적인 영역이라 누구에겐 아주 좋은 타건감이 누구에겐 이상한 타건감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론 타건 잡음만 처리하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그냥 사용하면 이게 40만원짜리 키보드가 맞나 싶은 싸구려 플라스틱 자글거리는 소리가 은근히 들이는데 엄청 거슬렸다. 글의 후반부에 자글거리는 소리 해결 방법에 대해서 작성했다.
Type-S는 키압이 상대적으로 일반버전보다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HHKB 특유의 초콜릿 부서뜨리는 느낌이라는 그 쫄깃한 키감은 덜한 것 같지만, 손가락에 오는 피로가 적어서 만족하면서 사용중이다.
애초에 목적이 Unix 계열 시스템에 최적화된 키보드이다. 개인적으로 IDE에 Vim 플러그인 붙여서 사용하는 걸 좋아하기에 아주 만족하면서 사용중이다. VIM 쓰기엔 참 좋은 물건이다.
해피해킹의 장점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 중에 하나가 CapsLock 키의 위치에 Control 키가 위치한다는 점이다. 나는 해피해킹 이전에도 CapsLcok 키의 위치에 Control 키를 매핑시켜서 사용했기에 이 장점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것만 바꿔줘도 삶의 질이 달라진다. 손이 적응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데 비해 얻는 생산성이 매우 좋다. CapsLcok + C / V 하면 타이핑 중에 검지손가락만 까딱거리면 된다. 반면에 Control + C / V 하면 손목이 공중에 한 번 떴다가 원래 타이핑 하던 위치로 와야 한다. 아주 귀찮다.
Control 키 다음으로 효율이 좋다고 생각한 부분은 ESC 키의 위치이다. 해피해킹은 기존의 (~) 키 위치에 ESC 키가 위치하며 (~) 키는 최상단 최우측 으로 보내버렸다. ESC 키의 위치가 바뀌면서 ESC키 역시 타이핑 중에 손목을 움직이지 않고 누를 수 있다. 이 키 배치 역시 활용도가 매우 좋다.
ESC 키는 평범한 사람이 윈도우 환경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때에도 자주 사용하는 키이다. 그런데 VIM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활용도가 더욱 좋다. VIM을 사용하면 mode 전환을 아주 빈번하게 해야하는데 이 때 mode 를 전환하는 키가 ESC이다. 해피해킹을 사용하면 ESC 키로 모드 전환을 손목의 이동 없이 할 수 있다. 정말 효율적이다.(mode 전환을 ESC 키 말고 다른 키에 매핑시키는 방법도 있긴 하다.)
블루투스 전환이 기능이 정말 좋다!
Fn
+ Control
+ 숫자키(1~4) 조합으로 최대 4대의 디바이스를 블루투스 등록할 수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안드로이드 폰, 태블릿 등)도 가능하다. 나는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요렇게 3개 등록해 놓고 사용하는데 버튼 한 번 눌러서 바로 디바이스가 전환되어 아주 만족하면서 사용중이다.
키보드 하나에 40만원(Professional HYBRID Type-S Bluetooth 모델 기준)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이유 하나만으로 이 키보드를 안사야될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방향키 위치가 특히 구리다. 가격 다음으로 이 키보드의 구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Unix에 최적화된 녀석이라 아예 일반적인 방향키는 없애버린 것까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기존의 방향키를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어서 Fn
키 조합으로 방향키를 사용할 수 있도록은 해 놓았다. 그런데 그 배치가 아주 구리다. "그냥 어쩔 수 없을 때 가끔 써"라는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건 이해하는데... 배치가 너무 구리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진 편이긴 한데 아직도 가끔 삑사리나서 오타를 친다...
40만원 돈을 쓴 것에 비해 타건음에 잡소리가 많이 거슬린다. 1~2 만원하는 키보드에서 날법한 플라스틱 자글 거리는 소리가 대놓고는 아니지만 은근히 들린다.
이 문제에는 해결 방안이 몇가지 있다.
어느 날 이어폰으로 베이스 빠방한 음악(밖에 소리가 거의 안들린다.)을 들이면서 타이핑을 하는데 "이 키보드가 내가 알던 그 키보드가 맞나?" 싶은 탄건감이였다. 이어폰을 빼고 타이핑 해보니 내가 아는 그 키보드였다.
과일맛 유우의 원리가 우유에 단맛과 과일향을 첨가하여 인간이 과일 맛이 난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슷하게 키보드 잡음이 전혀 들이지 않고 해피해킹의 쫄깃한 키감만 남으니 타건감이 극적으로 개선된 느낌을 받게 된 것이였다.
키보드 밑에 수건을 깔면 잡음이 놀랍도록 샥 줄어든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번거롭기도하고 모냥도 많이 빠진다....
키보드 밑에 붙여서 잡진동을 잡는 요런 신박한 제품이 있다. 가격은 4~5만원 정도... 비싸다. 그리고 실사용을 안해봐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가구 끌릴 때 장판찍히지 말고 소음 나지 말라고 가구 밑에 붙이는 패드가 있다. 다이소 같은데서 판매한다.(싸다.) 요걸 사다가 아래처럼 붙여준다.
(붙이고 좀 지나서 때가 껴서 꼬질하다.)
이렇게 하면 싸구려 플라스틱 잡음이 확 줄어들어서 타건음이 깔끔해진다! 돈도 얼마 안든다! 대신에 키보드 후면 모양대로 패드를 잘라서 붙여야 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좀 수고로와지는 단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