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over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1]- 아티스트의 브랜드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진나무·2024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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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노래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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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필자는 23년 7월부터 좋아하는 가수의 AI 모델을 만들고 커버곡을 생성하여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활동을 6개월간(글 작성시점 - 24년 1월) 이어오고 있다.

조회수가 1만회를 돌파한 영상이 처음으로 탄생했고, 일명 '신청곡'을 실제 가수가 아닌 나에게 부탁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작업해서 업로드한 '신청곡'이 해당 가수의 팬의 마음에 들면 댓글에 하트를 한가득 붙여서 나한테 고마움을 전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냉정하게 별로라고 댓글을 달기도 한다.)

AI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묘한(?) 방식으로 직접 소통하던 필자는, 목소리 변환 AI의 성능을 따지는 것 외에도 컨텐츠 측면에서 탐구할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000가 커버하는 XXXX을 듣고 싶어요!"

가장 자주 달리는 댓글이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가 어떤 곡을 부를 때 이렇게 표현하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AI 모델로 이를 현실감있게 실현하였을 때 대리만족을 느끼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단순히 노래를 잘 하는 AI가 만든 음악을 듣고 싶은게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바로 그 가수'가 직접 부른 듯한 노래를 듣고 싶은 것이다.

큰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들은 음악 외적인 측면에도 확실한 정체성이 있다. 가수로 성공하기까지 역경을 극복한 스토리, 또는 외형적인 매력, 또는 미디어에 노출된 사람으로서의 매력, 또는 일명 스타성/무대장악력이라고 표현되는 무대 위의 퍼포먼스 등등등.

가수의 음색, 곡 해석능력, 표현능력, 무대매너 등의 음악적 역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특정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팬의 마음은 위에 언급한 노래 외적인 것들이 종합적으로 스며있을 것이다. 이것이 아티스트의 '브랜드'이고, AI 커버곡들의 흥행 (높은 조회수)을 결정 짓는 것은 바로 이 '브랜드'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동적으로 그려지게 하는가의 여부이다.

아티스트는 살아있는 GroundTruth

AI Cover 생성 모델은 특정 아티스트와 최대한 똑같이 곡을 표현해야한다는 임무를 갖고 학습을 거친다.

그런데 AI 모델에 학습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출처는 유일무이하게 바로 그 아티스트뿐이다. 특정한 한 사람만이 독점적으로 자신의 생득적인 음색과 창법을 AI 모델에 학습자료로 제공할 수 있다.

기존 AI의 대표적인 사례는 사람의 인지능력을 모방하는 것이 많았다. 물체인식, 음성인식, text 해석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이때 AI가 내놓는 결과물은 객관적으로 참/거짓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류의 것이다.

반면 커버곡 생성 AI는 이와 다르다. AI 커버곡이 학습을 타겟으로 한 아티스트와 얼마나 유사한지는 해당 아티스트의 리스너들이 1차적으로 판단한다. 내 유튜브 채널에 달리는 댓글 피드백들을 보면 어떤 이들은 만족하고 어떤 이들은 실제 아티스트 같지 않다고 아쉬움을 표한다. 즉 각각의 사람들이 조금씩 다르게, 주관적으로 상상하던 '정답'이 복수로 존재하는 것이다.

만약 실제 아티스트가 등판하여 AI로 생성되었던 곡을 본인이 직접 부른다면? AI 커버곡들은 바로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마음속에 상상만 하던 것이 실현되었는데 그저 '흉내'낼 뿐인 AI 커버곡을 더 이상 들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아마도 실제 아티스트의 커버곡을 기준으로 AI 커버곡들을 채점하며 얼마나 유사한지에 따라 점수가 매겨질 것이다.

결론 : 아티스트의 가치는 더더욱 높아질 것

가수들이 AI 커버곡들을 보며 당혹스러워하는 리뷰 영상을 종종 본다. 본인들이 얼마나 많이 노력하고 연습해서 가수가 되었는데, AI는 이렇게 쉽게 해버린다며 현타를 느끼는 듯 보였다.

그러나 AI가 정말 간절히 원하는 학습데이터를 본인의 생득적인 능력을 기반으로 독점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시대에 엄청난 메리트이다. AI가 따라하고자 하는 살아있는 GroundTruth 존재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요즘 세상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AI에게 가치있는 대상이 아니다. AI가 제발 당신을 따라하고 싶으니 학습데이터 좀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특정 모델이 어떤 가수의 목소리와 곡을 기반으로 학습되었는지 추적하는게 쉽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는 분명히 이미지 파일의 워터마크와 같이 데이터 출처를 각인시킬 수 있는 기술과 제도가 등장할 것이다. 이후에는 사람의 생득적인 특성에 부여되는 새로운 형태의 저작권이 적용될 것이다.

짧은 견해이지만, 아티스트들은 AI 커버곡이 대중화되는 것이 본인들에게 큰 기회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AI로 대체되기는 커녕 오히려 본인의 차별화된 목소리와 음악적 재능에 더 큰 가치가 매겨지고 자본이 모이는 파이가 확대되지 않을까? 사방팔방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AI 학습데이터로 사용하고 싶다고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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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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