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차 개발자 이직기

Lim MyeongSeop·202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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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나

정신없이 현생을 살다보니 6년차 개발자가 되고 7년차를 바라보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쌓은 IT 경력은 기술을 우대하기 보다 도메인 경험을 우선으로 하는 분야를 경험했습니다. 금융업권 중 자금세탁방지 AML 업무를 경험하였고 해당 도메인을 기반으로 한 SI부터 솔루션,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개발을 하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SI, 솔루션 경력으로 인해서 서비스 기업에서 보기엔 매력적인 경력이 아니라 생각되어 서비스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기술을 녹여내려 애썻던 시기였습니다.

이직 사유

재직하던 회사에서 직원들은 늘어갔지만, 초창기부터 같이 일하시던 분들이 이직, 결혼 등등의 이유로 하나 둘씩 떠나셨고 회사 상황이 안좋아지면서 이전과 다른 분위기, 복지 등등의 영향으로 다른 분들도 이직을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집에 아이가 있다보니 줄인다고는 하지만 생활비가 만만치 않았고 이직에 대한 고민은 날로 커져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몇 년전 B회사로 이직하신 지인에게 연락을 받았고 “AML 도메인 경험을 가진 개발자가 필요한데 사내추천을 통해 이직하는게 어떻겠냐?”라는 이야기에 바로 이직을 결심 하였습니다. (제 기준엔 B회사는 엄청 좋은 회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1차 이직

이직 준비는 이력서부터

신입으로 취준생을 지낸 이후 한번도 이력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면접관으로만 면접을 진행했지, 면접자로 면접을 준비하는게 이렇게 살떨리는 경험이 될 줄 몰랐습니다. 일단 그동안 했던 프로젝트를 모두 적고 다른 분들의 이력서를 참고하고 ChatGPT의 도움을 받아 살을 붙여나갔습니다.(고마워요. 랠릿~! 고마워요. ChatGPT~!)

B회사는 사내추천으로 이력서는 통과할 수 있겠지만 면접은 순전히 제 실력을 보여드려야 하기에 하나하나 처음부터 준비 하였습니다. 이력서를 기준으로 예상 질문을 뽑아내고 질문의 답변을 ChatGPT와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아갔습니다.

이력서를 지인에게 보내고 며칠 뒤 연락을 했는데 “일단 면접은 볼 것 같으니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코딩 테스트도 있어요~”

나: 응….? 코딩 테스트…요…………? (여태 코딩 테스트를 한번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전 하루에 한 문제씩 문제를 풀어보려 했지만 다양한 알고리즘을 적용하지 못하는 이슈(저만 그런거 아니겠죠….??) 때문에 일주일에 두 문제씩 풀었던거 같습니다.

1차 면접

이력서를 전달하고 대략 1달 뒤 1차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면접은 기술 면접으로 다양한 기술적인 고민에 대한 질문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고 제가 경험했던 기술을 기준으로 비즈니스를 해결하기 위해 ‘왜 해당 기술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고민’을 중점으로 준비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면접에 떨리는 마음으로 자기소개부터 진행하였고 면접관분들은 편한 분위기로 면접을 볼 수 있게 배려해주셨습니다. 주로 제가 경험했던 AML에 대한 질문이 많았고(AML 포지션이라 그런거 같아요!) 오히려 현재 자신들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데 의견이 궁금하다는 질의가 있어서 제가 예상했던 면접과 달라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ㅎㅎ

결국 1시간 면접 후 코딩 테스트를 봐야 하지만 면접이 길어져 15분을 넘었고 코딩 테스트는 정해진 시간에 시작되어 15분이 넘어간 상황이였고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 30분 동안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 대해 논의하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셔서 무사히 면접을 끝냈습니다.

2차 면접

1차 면접이 끝나고 일주일안에 연락을 주신다고 했는데 2일만에 2차 면접 일정을 잡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2주 뒤 2차 면접 일정을 잡았고 저는 인성 면접 본다고 이야기를 들어 다시 ChatGPT와 면접 준비를 하였습니다.

면접장에는 인사팀장님, 개발실장님, CTO님 이렇게 참석하셨고 역시 편한 분위기로 면접이 진행되었습니다. 1차 면접과 달리 평소 가치관을 많이 물어보실줄 알았는데 오히려 기술적인 질문이 많아 약간 당황했습니다.(역시 면접은 예상대로 되진 않습니다…)

면접자 질문으로 개발자로 일하면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 않고 고연차 선배 개발자를 만나볼 기회가 많지 않았어서 면접관으로 참석하신 분들은 어떤 방법으로 성장을 해오셨는지 질문드렸는데, CTO님께서 “일단 회사가 원하는 일을 하는게 중요하다. 성장은 그 다음이다.”라는 답변이 정말 뇌리에 박혔습니다.

그동안 성장이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거 같아, 가치관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차 면접(?)

2차 면접 후에 일주일 안에 합격 여부 연락을 주신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어 불합격으로 생각하고 절망하고 있었는데, 인사팀에서 연락이 와 아직 논의 중이라 3일을 더 기다려달라 했고 다음날 “포지션의 팀장님이 전화 인터뷰를 하고 싶어 하세요.”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1차 면접에 팀장님이 연차셔서 다른 팀의 팀장님이 참석하셨습니다.)

정말 이직이 쉽지 않구나 생각하며 연락을 받은 당일에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고 팀장님께서는 문제를 해결할 때 기술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궁금해 하셨고 평소 일을 진행하던 방식을 답변하였습니다.

무사히 인터뷰는 끝났고 다음날 합격 소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빠른 탈주

새로운 회사로 출근

재직하던 회사에 이직 소식을 전달하고 정확히 1달 뒤 퇴사하고 일주일을 쉬고 B회사에 출근하였습니다. B회사는 정말 좋은 환경과 맥북을 지급해주셨고 주변 개발자 분들 또한 무던하고 평온하신 분들만 계셨습니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그에 대한 대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으로써..

출퇴근 시간이 꽤 길어 아이가 잠들고 나서 퇴근하고 아이가 잠자고 있을 때 출근하니 가족을 위해 이직했다 생각했는데 정작 가족에 저만 빠진 느낌을 받아 스트레스가 되었고 정말 이게 가족을 위한 방법인지 아내와 의논하면서 선택에 기로에 놓이게 된거 같았습니다.

최종 결정

그러던 중 전 회사에서 얻었던 위경련 주기가 점점 짧아지더니 하루에 한번씩 통증을 느꼈는데, 하루는 너무 심해 응급실에 가서 검사하니 위 천공이 의심된다고 하였습니다. 제 생각엔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았습니다. 아내와 다시 의논하고 정말 좋은 기회지만 건강을 잃으면 가족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에 퇴사를 결심하였습니다.

입사부터 퇴사까지 불과 4일만에 벌어진 일 이였습니다. 회사에서는 감사하게도 휴직을 권유 해주셨지만 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 자신이 없었고 죄송하지만 퇴사로 결정하였습니다.

2차 이직

다시 취준생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전 신입 때 말고는 취준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경력직으로 6년차는 많은 곳에서 필요로 하고 있다는 기대로 취업을 목표로 다시 취준생이 되었습니다.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취준을 했는데, 일단 출퇴근 시간은 1시간 이내, 워라밸이 보장되는 환경, 연봉 인상은 되지 않아도 현상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대로 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취업 한파다.”라는 말은 신입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했는데, 경력직으로 이력서를 넣어도 면접을 볼 수 있는 회사는 몇 군데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연봉이 문제인거 같아 연봉 정보를 없애고 다시 지원해보고 그 다음엔 경력이 많다고 느끼게 되어 3년차 이력서를 다시 작성하여 지원해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면접

그렇게 70~90곳에 지원서만 넣은채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처음 집 근처 회사에서 면접 제안이 와서 면접을 봤는데, 문제 없이 질의응답을 했지만, 제가 받았던 연봉을 맞춰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그렇게 많은 연봉을 받은게 아닌데…) 결국 이 회사는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한번 면접을 보니 연봉, 기술을 내려놓고 출퇴근 거리와 워라벨에 초점을 맞춰 구직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Q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이 회사에서는 면접 전 제 블로그, Github, 이전 직장 정보 등 모든 것을 알아보고 면접을 진행해주셨고 다른 회사와 다르게 인력이 아닌 함께 일할 직원을 뽑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이 회사에 합격하면 다녀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사

Q 회사 면접 일주일 후 대표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합격 소식을 전달해 주시면서 만족한 만한 수준의 처우를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것 저것 말씀 해주셨는데 격주에 1번씩 재택이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일주일 후 첫 출근을 했는데 회사에서는 웰컴 키트를 준비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웰컴 키트는 처음 받아봤습니다 ㅠㅠ)

정말 깜짝 놀란 소식은 따로 있었는데요. 10시 출근이라 당연히 7시까지 10to7의 근무 시간으로 예상했지만 10시 출근, 5시반 퇴근에 점심 시간 1시간 반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 회사 오기 정말 잘했구나 생각되며 제가 생각한 워라벨보다 한참을 상회하는 수준이라 너무나 만족하며 오늘도 출근을 했습니다. ㅎㅎ

마치며

개발자로 짧은 시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긴 시기도 아닌 6년을 일만 하며 다른 회사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시기인거 같습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개발자도 좋지만 시장을 공략해 유니크한 업무를 통해 좋은 회사로 이직할 수 있는 방법도 있고 정말 처음부터 면접을 통해 경력을 인증하며 이직을 할 수 있는 방법, 두 방법으로 이직을 하면서 다양한 고민을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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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좋은 코드를 위해 고민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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