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에 대한 생각. 조직문화와 결

임기홍·2022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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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2월 9일.

아래의 글은, 과거 특정 인원이 급작스럽게 퇴사했던 과정에서 다른 팀원들에게 해당 건에 대해 부연설명했던 글 입니다. 부끄럽지만 생각을 남기고자 썼습니다.


주간 공지 겸 인사 발령 안내

안녕하세요. OOO님은 22년 O월 O일부로 계약관계가 종료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인원 변동으로 놀라셨을 분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당 건에 대해서 결정을 내린 사람으로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에 대해서, 또 여러분들도 당연히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에 납득할 수 있는 부연 설명이 필요하실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해당 판단을 내리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 앞서, 제가 생각하는 인사라는 건 무엇인지, 제가 목표하는 조직은 무엇인지 설명해보려 합니다.

저는 인사 (사람과 관련된 일) 라는 일이 많은 부분 연애라는 것과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류, 면접, 결정과 고민, 이 후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오랫동안 함께할 것인지 아니면 그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아주 닮아 있습니다. 실제로 연애를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이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보면 그게 정말 닮아있기 때문이겠죠.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이 맞는지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책에서 나온 격언인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 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라는 격언은 ‘모든 행복한 조직는 서로 닮았고, 불행한 조직는 제 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이라고도 쉽게 치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행한 가정(연애)은 제 각각의 이유로 불행합니다. 고부갈등, 경제문제, 자식문제, 성격차이, 생활습관, 애정문제 등등. 행복한 가정이라는 것은 저런 여러가지 문제들에서 큰 갈등을 겪고 있지 않아 가정에 웃음이 많은 가정이겠지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런 부분이 완벽하게 해결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그것을 문제 삼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자식이 영어 유치원에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내 자식이 영어 유치원에 못간다는 것 때문에 싸울 수 있으니까요. 누구나 각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문제 삼습니다.

조직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불행한 조직도 제 각각의 이유로 불행할 수 있습니다. 급여, 상사, 회사 환경, 업무 환경, 사람 관계, 이런 여러가지 환경들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회사에 몸을 담고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의 일련의 기준에 여러가지 항목들이 맞는 지, 즉 결이 맞는가를 검증해나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그리고 만약, 서로 결이 맞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일 것 입니다.

연애에서 친구들이 그 사람이랑 대체 왜 사귀냐고, 빨리 헤어지라고 말하는 관계처럼요. 다만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직접 그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만나라 헤어져라 라고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요. 그래도 순간의 감정을 이겨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결이 맞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 만큼 인생에서 축복받을 일이 흔치 않기 때문 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요. 삶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회적 관계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Robert Waldinger: What makes a good life https://www.youtube.com/watch?v=8KkKuTCFvzI) 일주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의 회사와 나와 결이 맞지 않는다면 많은 불행을 겪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나와 맞는 조직을 찾으려는 노력을 어떠한 이유로든 포기하지 않길 바랍니다.

연애에 비유하긴 했지만 조직이라는 특성에 덧붙이자면, 인사에 대해 ‘결이 맞는가를 확인하는 과정’ 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그걸 단순하게 맞으면 같이 가는 거고 안맞으면 떠나면 된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서로가 노력을 해야하는 것처럼요. 또 평가를 하는 대상과 관계자가 소수여서 너무나 주관적인 평가밖에 할 수 없는 연애와는 다르게 조직은 많은 구성원들이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결과로 좋은 회사라는 것은 수치화되어 별점 4.5점이 넘는 조직이 사회 평균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좋게 생각하는 회사라는 것은 가능하겠습니다.


우리의 조직 문화에 대해서 현 시점에서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팀장인 저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무형의 형태인 조직 문화에, 팀원들이 잘 합류하고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이끌어야하는 책임이 팀장에게 있으니까요.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제가 잘 하지 못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고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좋은 조직문화와 좋은 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부분에서 만큼은 누구보다도 열의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의 능력 부족을 언제나 실감합니다. 그리고 통탄하며 후회하고, 더 잘해내기 위해서 찾아보고 채찍질하며 제 멘탈을 다스리려 노력합니다. 더 잘할 수 있도록 더 힘쓰겠습니다. 좋은 조직이란 좋은 조직 문화를 구성원들이 잘 습득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시스템을 갖춘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길어졌고 해당 글로 여러분들이 납득이 안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해당 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물어봐주세요. 궁금한 부분은 답변해드릴게요.

오늘 하루도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22년 O월 O일 새벽 임기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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