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운동하러 왔다 갔다 하면서 봄이 왔음을 느꼈다.
봄은 생동하는 생명의 계절이지만,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혹독한 계절인 것 같다.
독하게 공부하려고 단단하게 여몄던 내 다짐도, 따뜻한 봄 날씨에 뭉근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자 가장 치열하게 공부했던 재수시절을 떠올렸다.
내가 진학한 고등학교는 공부를 못하는 인문계 고등학교였다.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이 적어 이과반을 한 반에 모을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안 하는 학교였다.
그저 그런 고등학교였기 때문에, 대충대충 공부해도 쉽게 좋은 등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 정도면 열심히 하고 있고, 꽤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능을 봤다.
수능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았고 재수를 하게 되었다.
재수 때 가장 놀랐던 건 공부량이었다.
재수학원에서 만난 같은 반 친구들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엄청난 시간을 공부에 쏟고 있었다.
엉덩이 싸움이라는 게 이런 말이구나 싶었다.
그때 정말로 충격을 많이 받았다.
뒤늦게 엉덩이 싸움에 참전하기엔 너무 연약한 내 엉덩이였기에, 정신력으로 버텼던 것 같다.
정말 힘들었다.
군대는 세 번을 다시 가도 재수생활은 다시 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그때 그렇게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달려갔던 경험은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
절대 그 시간을 후회하지 않고, 후회 없이 달려 더 빛났다고 생각한다.
요즘 채용시장이 안 좋다는 말이 많다.
둔한 나도, 채용 플랫폼과 뉴스 기사들을 보면 얼어붙은 채용시장 한파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진다.
그래도, 재수 때처럼 치열하게 달린다면 못 이룰 게 있나 싶다.
나는 은총알은 없다
라는 말이 참 좋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서의 만병통치약은 없다는 뜻으로 자주 인용되는 말이지만, 인생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비록 천재는 아니지만, 노력은 할 수 있다.
나는 늑대인간을 단 한발로 보낼 은총알은 없지만, 늑대인간이 쓰러질 때까지 많은 총알을 쏠 것이다.
현님은 노력하는 천재입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