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의 현주소와 당면 과제

gilson·2025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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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피지컬 AI의 정의와 당면 과제

A. 피지컬 AI의 개념과 중요성

피지컬 AI(Physical AI)는 물리적인 세계를 인식하고, 학습하며,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을 지칭하는 용어이다.1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생성형 AI의 뒤를 이을 차세대 기술로 언급하면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1 피지컬 AI는 단순히 물리적 디바이스에 인공지능을 탑재하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의 개념을 넘어선다. 핵심은 디바이스 자체가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여 기능을 고도화한다는 점에 있다.1 이는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발전하는 로봇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될 수 있다.

기존의 생성형 AI가 주로 언어나 이미지, 영상과 같은 2차원 데이터를 학습하는 반면, 피지컬 AI는 로봇, 센서, 액추에이터 등 물리적 시스템과의 통합을 통해 3차원의 물리 세계 데이터를 학습한다.1 로봇에 탑재된 피지컬 AI는 스스로 물리적 세계와 접촉하며 시각 정보뿐만 아니라 음성, 거리, 온도, 압력 등 주변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1 결과물이 발현되는 공간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생성형 AI는 일반적으로 텍스트나 이미지의 형태로 인터넷상에서 결과물을 보여주지만, 피지컬 AI는 물리적인 디바이스의 움직임, 즉 '행동'으로 결과물을 나타낸다.1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피지컬 AI는 산업 현장의 휴머노이드 로봇, 모빌리티 분야의 자율주행차, 스마트 가전, 헬스케어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기계가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하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1

B. 피지컬 AI 발전의 현주소와 주요 난관 개괄

피지컬 AI는 AI 기반 모델(두뇌 역할), 컴퓨터 비전 및 센서(감각기관 역할), 엣지 컴퓨팅 및 네트워크 인프라(신경망 및 연결 역할), 그리고 제어 시스템 및 액추에이터(행동 역할) 등 여러 첨단 기술이 복합적으로 융합된 시스템으로 정의될 수 있다.4 이러한 기술적 구성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여 기계가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하며 행동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피지컬 AI가 가진 막대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그 광범위한 확산과 성공적인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피지컬 AI는 막대한 연산 자원 요구와 높은 개발 비용, 실제 물리 환경에 적용하는 과정에서의 기술적 제약, 시스템의 안전성 및 신뢰성 확보 문제, 고품질 학습 데이터의 절대적인 부족, 그리고 아직 미비한 법적·윤리적 기준 등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장애 요인들에 직면해 있다.4

이러한 문제들은 피지컬 AI가 '지능의 물리적 구현'이라는 근본적인 도전 과제를 안고 있음을 시사한다. 생성형 AI가 주로 디지털 데이터를 다루고 그 결과물도 디지털 형태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발전해온 반면 1, 피지컬 AI는 예측 불가능하고 동적인 실제 3차원 물리 세계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다.1 따라서 피지컬 AI는 생성형 AI가 이룬 '지능적 패턴 생성'을 넘어, '물리적 세계에서의 지능적 행동 구현'이라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는 센서의 부정확성, 액추에이터의 물리적 한계, 실시간 반응성 요구, 그리고 무엇보다 물리적 안전성 확보와 같은 디지털 세계에서는 크게 고려되지 않았던 변수들이 핵심적인 도전 과제로 부상한다. 결국 피지컬 AI의 문제는 단순히 AI 알고리즘의 고도화뿐만 아니라, 이 알고리즘을 물리적 세계와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상호작용하게 만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환경 자체의 복잡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생성형 AI의 성공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고유한 난제들을 포함한다.

또한, 피지컬 AI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 '자율성'은 기술적 진보의 척도인 동시에 사회적 수용성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 피지컬 AI는 사람의 세부적인 지시 없이도 주변 상황을 파악하여 최적의 행동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1, 이는 생산성 향상이나 위험 환경에서의 작업 대체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1 그러나 동시에 자율 시스템의 예측 불가능성, 오작동 시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 4, 인간의 통제력 상실에 대한 근원적인 우려, 그리고 다양한 윤리적 문제들을 야기한다.5 따라서 피지컬 AI의 '자율성' 수준을 높이는 기술적 진보와 함께, 이 자율성을 어떻게 신뢰하고 통제하며 사회적으로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기술 발전 자체가 오히려 사회적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 이는 기술적 문제와 사회·윤리적 문제가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배경 하에 피지컬 AI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점들을 기술적, 상용화, 그리고 사회·윤리·규제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피지컬 AI 분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다음 표는 본 보고서에서 다룰 피지컬 AI의 주요 당면 과제들을 요약하여 보여준다.

Table 1: 피지컬 AI의 주요 당면 과제 요약 (Summary of Major Challenges in Physical AI)

과제 대분류 (Challenge Category)세부 문제점 (Specific Problem)주요 영향 및 파급 효과 (Key Implications)
기술적 난제데이터 부족 및 품질 저하 (Data scarcity and quality issues)모델 성능 저하, 일반화 능력 부족, 혁신 지연 6
Sim-to-Real 간극 (Sim-to-Real gap)시뮬레이션 학습 결과의 실제 환경 적용 실패, 개발 비용 및 시간 증가 9
복잡한 장기 작업 계획 및 수행의 한계 (Limitations in complex long-horizon task planning and execution)실용적 자율성 확보의 어려움, 다양한 실제 문제 해결 능력 부족 11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통합의 복잡성 (Complexity of hardware, software, and system integration)시스템 불안정성, 개발 난이도 증가, 신뢰성 저하 7
상용화 장애물막대한 개발 비용과 제한된 접근성 (Prohibitive development costs and limited accessibility)시장 확대 제한, 기술 격차 심화, 중소기업 참여 어려움 5
안전성, 보안 및 신뢰성 확보의 어려움 (Difficulties in ensuring safety, security, and reliability)인명 및 재산 피해 위험, 공공 수용성 저해, 사이버 공격 취약성 5
물리적 환경 제약 및 에너지 효율 문제 (Physical environment constraints and energy efficiency issues)작동 환경 제한, 운영 시간 제약, 지속 가능성 문제 7
사회/윤리/규제적 쟁점노동 시장 변화 및 일자리 대체 우려 (Concerns about labor market shifts and job displacement)사회적 갈등, 경제적 불평등 심화 가능성 4
프라이버시 침해, 자율성 부여 및 윤리적 딜레마 (Privacy infringement, autonomy granting, and ethical dilemmas)개인 정보 보호 문제, 윤리적 책임 논란, 사회적 불신 증가 5
법적 책임 소재 및 규제 프레임워크 공백 (Gaps in legal accountability and regulatory frameworks)사고 발생 시 책임 규명 어려움, 기술 도입 지연, 혁신 저해 4

II. 피지컬 AI의 핵심 기술적 난제

피지컬 AI의 발전은 여러 핵심적인 기술적 난제들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러한 난제들은 데이터 확보의 근본적인 어려움부터 시작하여, 시뮬레이션과 현실 세계 간의 괴리, 복잡한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의 한계, 그리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안정적으로 통합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A. 데이터의 늪: 현실 세계 데이터 확보 및 활용의 어려움

피지컬 AI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실제 환경에서 지능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방대하고 질 좋은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로부터 이러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과정은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1. 데이터 희소성 및 수집 비용 (Data Scarcity and Collection Costs)

피지컬 AI는 텍스트나 이미지와 같이 이미 방대한 디지털 데이터셋이 구축되어 있는 분야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데이터 환경에 놓여 있다. 피지컬 AI는 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복잡한 실제 물리 환경으로부터 직접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6 이러한 데이터 수집 과정은 막대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높은 비용을 수반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가 다양한 도로 조건과 예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수백만 마일에 달하는 실제 주행 데이터가 필요하며, 이는 엄청난 자원 투자를 요구한다.6

특히 로봇 공학 분야에서는 인터넷과 같이 쉽게 접근 가능한 대규모 데이터 소스가 부재한 실정이다.8 무엇이 '유용한' 로봇 데이터인지 정의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많은 경우 산업 기밀이나 독점적 기술과 관련된 데이터는 외부 공유가 제한되어 있어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킨다.10 실제로 많은 로봇 공학 응용 사례에서는 필요한 데이터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실제 환경이 아닌 제한적인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생성된 데이터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8 이러한 고품질 물리 데이터의 부족은 피지컬 AI 기술의 혁신 속도를 늦추고 실제 환경으로의 성공적인 구현을 저해하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6

2. 데이터 품질, 다양성 및 편향성 (Data Quality, Diversity, and Bias)

수집된 데이터의 양뿐만 아니라 질, 다양성, 그리고 편향성 또한 피지컬 AI 모델의 성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환경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본질적으로 '지저분하고(messy)', 복잡하며, 긴 형식(long-form)을 띠는 경우가 많다.12 센서의 오작동으로 인한 노이즈,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의 오류, 그리고 예상치 못한 예외 상황(edge cases)들이 데이터에 빈번하게 포함될 수 있다.12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환경 조건(예: 조명 변화, 악천후, 다양한 지형)과 다양한 객체들, 그리고 갑작스러운 장애물의 출현이나 극한의 날씨 조건과 같이 드물게 발생하는 '엣지 케이스' 데이터들을 충분히 확보하여 학습에 반영해야 한다.6 그러나 이러한 엣지 케이스들은 의도적으로 포착하기가 매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6 제한된 종류의 데이터나 특정 환경에서만 수집된 데이터로 학습된 AI 시스템은 실제 세계의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성능 저하를 보이거나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6

따라서 수집된 데이터를 정제하고 필터링하는 데이터 큐레이션(data curation) 과정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로봇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도구나 방법론이 부족한 실정이다.12 한 연구에서는 "데이터의 양보다 데이터의 품질과 일관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잘 큐레이션된 고품질 시연 데이터로 학습된 모델이 3분의 1 더 적은 데이터로도 40% 더 나은 처리량을 달성했다는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12 이는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보다는 전략적인 데이터 선택과 질 관리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3. 데이터 레이블링 및 주석 처리 (Data Labeling and Annotation)

센서로부터 수집된 원시 데이터(raw data)는 그 자체로는 AI 시스템이 직접 학습하기 어렵다. AI 모델이 데이터로부터 의미 있는 패턴을 학습하고 특정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면, 데이터에 적절한 레이블(label)이나 주석(annotation)을 추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카메라 이미지 내의 특정 객체들을 식별하고 그 종류와 위치를 태깅(tagging)하는 작업이 이에 해당한다.6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 레이블링 및 주석 처리 작업은 대부분 수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며, 작업자의 주관이나 실수로 인해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6 특히, 3차원 공간 정보, 시간적 연속성, 객체 간의 상호작용 등 복잡한 정보를 다루는 피지컬 AI 데이터의 경우, 주석 처리 작업은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진다.10 이러한 레이블링 병목 현상은 고품질 학습 데이터셋 구축을 지연시키고 전체 개발 비용을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4. 데이터 일반화의 어려움 (Difficulty in Data Generalization)

피지컬 AI 모델이 특정 환경이나 특정 작업에 대해 수집된 제한된 데이터로 학습되었을 때, 이 모델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이나 새로운 작업에 대해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능력, 즉 '일반화(generalization)'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AI 기술, 특히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이러한 일반화 성능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봇이 다양한 실제 상황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높은 일반화 능력이 필수적이지만, 학습 데이터에 과도하게 최적화(overfitting)되어 새로운 상황에서는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5 예를 들어, 특정 조명 조건과 특정 종류의 물체들로 구성된 환경에서 물체 집기(grasping)를 학습한 로봇이 조명 조건이 바뀌거나 새로운 형태의 물체가 등장했을 때 작업을 실패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학습 시범으로부터 배우는(Learning from Demonstration, LfD) 연구 분야에서도 이러한 일반화의 어려움은 주요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13

피지컬 AI의 데이터 문제는 단순히 양이 부족하다는 차원을 넘어, 질적인 측면에서의 도전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피지컬 AI가 상호작용해야 하는 '현실 세계'가 디지털 환경과 달리 거의 무한한 변수와 예측 불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명, 날씨, 지형의 미세한 변화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객체의 종류와 상태,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까지, 이 모든 것을 데이터로 완벽하게 포착하고 학습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단순히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어떤' 종류의 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정제하여 모델의 '일반화 성능'을 극대화할 것인가 하는 질적인 접근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는 데이터 수집 전략의 고도화, 효과적인 데이터 큐레이션 기술의 개발, 그리고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데이터로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데이터 효율적인(data-efficient) 모델 아키텍처 및 학습 방법론 연구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8

더 나아가, 데이터 부족 및 품질 문제는 피지컬 AI의 또 다른 핵심 난제인 Sim-to-Real 간극을 심화시키고, 이는 결국 시스템의 안전성 문제로 직결될 수 있는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가진다. 충분하고 다양한 실제 환경 데이터가 부족할 경우, AI 모델 학습은 필연적으로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생성된 데이터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6 그러나 시뮬레이션 데이터는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지더라도 실제 환경의 모든 복잡성과 미묘한 특성들을 완벽하게 모사할 수 없기 때문에 10, 실제 데이터의 부족은 시뮬레이션과 현실 간의 간극을 더욱 크게 만들 수밖에 없다. 특히, 실제 환경에서 드물게 발생하지만 시스템의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엣지 케이스나 센서 노이즈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시뮬레이션 데이터로 학습된 모델은, 실제 환경에 배포되었을 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6 이러한 오작동은 물리적인 몸체를 가지고 실제 세계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의 경우, 단순한 성능 저하를 넘어 재산 피해나 인명 사고와 같은 심각한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5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특정 위험 상황을 충분히 학습하지 못했다면, 해당 상황에 직면했을 때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 문제는 단순히 모델의 지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재료의 부족이라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 피지컬 AI 시스템의 근본적인 신뢰성과 안전성을 위협하는 핵심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B.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괴리: Sim-to-Real 간극 문제

피지컬 AI, 특히 로봇 공학 분야에서 시뮬레이션은 개발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 로봇이나 물리적 환경 없이도 알고리즘을 테스트하고 방대한 양의 학습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던 AI 모델이나 로봇 행동이 실제 현실 세계에 적용될 때 예상치 못한 성능 저하나 오작동을 보이는 'Sim-to-Real 간극(Sim-to-Real Gap)' 문제는 피지컬 AI 상용화의 주요 걸림돌 중 하나로 남아있다.

1. Sim-to-Real 간극의 정의와 중요성 (Definition and Importance of the Sim-to-Real Gap)

Sim-to-Real 간극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학습되거나 검증된 AI 시스템(예: 로봇 제어 정책)이 실제 물리적 환경(real-world scenario)으로 이전(transfer)될 때 발생하는 성능 불일치 현상을 의미한다.9 이러한 간극은 시뮬레이션 모델이 실제 세계의 모든 복잡성과 미묘한 물리적 현상을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며, 주로 센서 측정값의 차이, 환경적 요인의 불일치(예: 조명, 마찰), 물리적 상호작용의 부정확한 모델링 등에서 비롯된다.9

시뮬레이션은 실제 하드웨어 사용에 따르는 위험 부담이나 비용 없이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방대한 양의 학습 데이터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로봇 공학 연구 및 개발에 있어 거의 '성배(holy grail)'와 같이 여겨진다.9 하지만 Sim-to-Real 간극으로 인해, 전적으로 시뮬레이션 데이터에만 의존하여 학습된 알고리즘은 실제 환경에서 기대했던 것과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10 실제로 한 연구기관(SRI)의 보고에 따르면, 순수하게 시뮬레이션 환경에서만 훈련된 로봇 모델은 실제 환경에서의 일반적인 작업 수행 성공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8 이는 Sim-to-Real 간극이 피지컬 AI의 실용화에 얼마나 큰 장벽으로 작용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 간극 발생의 주요 원인 (Primary Causes of the Gap)

Sim-to-Real 간극은 시뮬레이션의 여러 단계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지만, 주요 원인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0:

  • 제한된 3D 렌더링 충실도 (Limited Fidelity of 3D Rendering):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로봇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주로 3D 렌더링 기술에 의존한다. 그러나 사진처럼 현실적이고 물리적으로 정확한 빛의 반사, 그림자, 재질 표현 등을 완벽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엄청난 계산 비용을 요구한다. 때문에 실제로는 시각적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수십 년간 개발된 다양한 알고리즘적 단순화 기법들이 사용된다. 이러한 기법들은 렌더링 품질과 속도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특히 시뮬레이션이 실시간보다 빠르게 실행되어야 하는 경우(예: 강화학습 데이터 생성), 필연적으로 현실 세계와는 다른 부정확성이나 부자연스러운 시각적 결함(visual artifacts)을 초래할 수 있다.
  • 접촉이 많은 환경에서의 물리 시뮬레이션 정확도 한계 (Limited Accuracy of Physical Simulation in Contact-Rich Environments): 로봇 공학은 필연적으로 로봇이 주변 환경이나 물체와 물리적으로 접촉하고 상호작용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예: 물건 집기, 문 열기, 조립). 따라서 이러한 접촉 현상을 정확하게 모델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물체의 마찰 특성, 탄성 및 소성 변형, 충돌 시의 복잡한 힘의 전달 등을 현실과 똑같이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려운 기술적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여러 물체가 동시에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접촉이 풍부한(contact-rich)' 환경에서의 정확한 물리 시뮬레이션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 노이즈 복제 문제 (Noise Replication): 실제 로봇이 사용하는 센서(카메라, LiDAR, 촉각 센서 등)는 본질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노이즈(noise)를 포함한 측정값을 출력한다. AI 알고리즘은 이러한 노이즈가 포함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판단을 내리게 되므로, 시뮬레이션 환경에서도 실제 센서의 노이즈 특성을 정확하게 모델링하여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 센서의 복잡한 물리적, 전자적 특성 전체를 모델링하는 것은 종종 불가능하며(부품 제조사의 지적 재산권 문제 등으로 인해 내부 구조를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음), 따라서 시뮬레이션에서는 대상 센서의 실제 노이즈 프로파일을 최대한 유사하게 모방하는 방식으로 노이즈를 생성하여 주입해야 한다. 이 과정이 부정확할 경우, 시뮬레이션에서 학습된 모델은 실제 센서 데이터의 노이즈 특성에 강인하지 못하게 된다.

3. 간극 해소 접근법과 그 한계 (Approaches to Bridge the Gap and Their Limitations)

Sim-to-Real 간극을 줄이거나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접근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주요 전략들은 다음과 같다 10:

  • 시뮬레이션 학습 후 실제 데이터로 미세 조정 (Learning on Simulation, Fine-Tuning on Real-Life Data): 이 접근법은 먼저 대규모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사용하여 AI 모델을 충분히 학습시킨 후,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실제 환경 데이터를 사용하여 모델을 추가적으로 미세 조정(fine-tuning)하는 방식이다. 이는 실제 데이터 수집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실제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미세 조정 과정에서 시뮬레이션 데이터로부터 학습된 일반적인 특징들을 잃어버리는 '파국적 망각(catastrophic forgetting)' 현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최적의 미세 조정 전략을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 도메인 다양성 증가 (Increase Domain Variability / Domain Randomization): 이 전략은 시뮬레이션 환경이 실제 환경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신 시뮬레이션 환경의 다양한 측면(예: 조명, 텍스처, 물리 파라미터, 카메라 위치 등)을 의도적으로 무작위화(randomize)하여 모델을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핵심 아이디어는 모델이 매우 다양한 시뮬레이션 환경에 노출됨으로써 특정 시뮬레이션 환경에 과적합되는 것을 방지하고, 실제 환경을 그저 또 하나의 '다양한 환경 중 하나'로 인식하여 강인한 특징을 학습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모델의 일반화 성능을 향상시켜 실제 환경에서도 잘 작동하도록 만들려는 시도이다.
  • 실제 데이터로 시뮬레이션 조정 (Tuning the Simulation with Real-Life Data / Simulation Tuning): 도메인 다양성 증가와는 반대로, 이 접근법은 시뮬레이션 환경의 출력(예: 센서 데이터)이 실제 환경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최대한 유사해지도록 시뮬레이션 파라미터나 모델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실제 로봇의 센서 데이터를 사용하여 시뮬레이터의 3D 객체 렌더링 방식이나 물리 엔진의 동역학 파라미터를 튜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의 현실성을 높여 간극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 고수준 정책 학습 (Learning High-Level Policies): 이 방식은 로봇의 개별 관절 각도를 제어하는 것과 같은 저수준(low-level) 제어 명령 대신, "저쪽 방으로 이동해서 컵을 가져와"와 같은 고수준(high-level)의 작업 목표나 정책을 학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고수준 정책은 하드웨어 시뮬레이션의 미세한 부정확성에 덜 민감할 수 있기 때문에, Sim-to-Real 간극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의 중요성은 학계에서도 널리 인식되어, 예를 들어 ICRA 2025와 같은 주요 로봇 학회에서는 "로보틱 Sim2Real 챌린지(Robotic Sim2Real Challenges)"와 같은 경진대회를 개최하여 시뮬레이터와 실제 로봇을 함께 사용하는 협력적인 방법을 탐구하고, 시뮬레이션과 현실 간의 효과적인 매칭(matching)을 위한 접근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14 이는 Sim-to-Real 간극 문제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연구 주제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Sim-to-Real 간극은 본질적으로 우리가 현실 세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모델링'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한계와, 현실 세계 자체가 가진 예측 불가능성 사이의 긴장을 반영한다. 시뮬레이션은 현실의 복잡한 현상을 수학적으로나 계산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이며, 이는 항상 현실의 단순화된 버전일 수밖에 없다.10 간극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들, 즉 렌더링의 한계, 물리 엔진의 부정확성, 노이즈 모델링의 어려움 등은 모두 이러한 모델링의 한계를 드러낸다.10 반면, 실제 세계는 무수히 많은 변수와 예측 불가능한 상호작용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Sim-to-Real 간극은 시뮬레이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문제일 수 있다. 이는 피지컬 AI 시스템 개발이 시뮬레이션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되며,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의 충분한 학습과 검증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한다.8 도메인 랜덤화나 시뮬레이션 튜닝과 같은 간극 해소 노력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 간극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목표일 수 있으며, 이는 결국 피지컬 AI 시스템의 개발 주기와 비용을 증가시키는 핵심적인 병목 지점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Sim-to-Real 간극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앞서 논의된 데이터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서로를 보완하면서도 동시에 서로에게 제약을 가하는 복잡한 관계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Sim-to-Real 간극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실제 데이터를 사용하여 시뮬레이션을 튜닝'하는 것이다.10 이 방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당연히 고품질의 다양한 실제 환경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즉, 데이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Sim-to-Real 문제 해결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실제 환경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6, 연구자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데이터를 증강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9 그러나 이 경우, Sim-to-Real 간극 때문에 시뮬레이션에서 생성된 데이터의 현실 반영도가 떨어져 실제 환경에서의 유효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도메인 랜덤화' 10와 같은 기법은 다양한 시뮬레이션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모델의 강인성을 높이려는 시도이지만, 어떤 변수를 얼마나 다양하게 변화시켜야 실제 환경에 효과적으로 일반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다. 이 또한 실제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 즉 어떤 종류의 데이터가 실제 환경의 다양성을 대표하고 모델 학습에 중요한지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결국, 데이터 문제와 Sim-to-Real 문제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관계와 유사하게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한쪽 문제의 해결 노력이 다른 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한쪽의 제약 조건이 다른 쪽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피지컬 AI 연구 개발 과정에서 이 두 가지 핵심 난제를 개별적으로 다루기보다는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다음 표는 Sim-to-Real 간극 해소를 위한 주요 접근법들을 비교하여 보여준다.

Table 2: Sim-to-Real 간극 해소 접근법 비교 (Comparison of Approaches to Address the Sim-to-Real Gap)

접근법 (Approach)설명 (Description)장점 (Advantages)한계/단점 (Limitations/Challenges)
시뮬레이션 학습 후 실제 데이터 미세 조정 (Fine-tuning on Real Data)대규모 시뮬레이션 데이터로 사전 학습 후, 소량의 실제 데이터로 모델을 미세 조정 10실제 데이터 필요량 감소, 실제 환경 적응력 향상 기대파국적 망각(Catastrophic forgetting) 발생 가능성, 최적 미세 조정 전략 수립의 어려움 10
도메인 다양성 증가 (Domain Randomization)시뮬레이션 환경의 다양한 파라미터(조명, 텍스처, 물리값 등)를 무작위로 변경하여 모델의 강인성 및 일반화 성능 향상 유도 10특정 시뮬레이션 환경 과적합 방지, 실제 환경 변화에 대한 강인성 증대최적의 다양화 범위 및 파라미터 설정의 어려움, 과도한 랜덤화는 학습 방해 가능성
실제 데이터로 시뮬레이션 조정 (Simulation Tuning)실제 환경 데이터를 사용하여 시뮬레이터의 렌더링, 물리 엔진 등의 파라미터를 조정하여 시뮬레이션의 현실성 증대 10시뮬레이션과 현실 간의 불일치 직접 감소 시도고품질의 다양한 실제 데이터 필요, 모든 측면을 완벽하게 튜닝하기 어려움
고수준 정책 학습 (Learning High-Level Policies)저수준 제어 명령 대신 "목표 지점 이동"과 같은 고수준의 작업 목표나 정책을 학습하여 하드웨어 시뮬레이션의 미세한 부정확성 영향 감소 시도 10저수준 동역학 모델링의 어려움 회피 가능성고수준 정책을 저수준 행동으로 변환하는 문제 잔존, 복잡한 작업 표현의 어려움

C. 복잡한 장기 작업 계획 및 수행의 한계

피지컬 AI가 단순한 반복 작업을 넘어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지능적인 행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로 구성된 복잡하고 장기적인 작업(long-horizon task)을 효과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피지컬 AI 기술은 이러한 장기 작업 처리 능력에 있어 상당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1. 장기 작업 계획의 본질적 어려움 (Inherent Difficulties in Long-Horizon Task Planning)

장기 작업은 단일 행동으로 완료될 수 없고, 여러 개의 하위 작업(sub-tasks)들이 특정 순서와 논리적 관계에 따라 성공적으로 수행되어야만 전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복잡한 과제를 의미한다.11 예를 들어, 로봇이 '식기세척기를 비우는 작업'을 수행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작업은 단순히 '접시를 옮긴다'는 하나의 행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식기세척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식기세척기 문을 연다', '내부의 접시 하나를 인식하고 잡는다', '찬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찬장 문을 연다', '잡은 접시를 찬장 안의 적절한 위치에 놓는다', '찬장 문을 닫는다', 그리고 '식기세척기 안의 모든 접시가 없어질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와 같이 수많은 세부 단계들로 구성된다.11 이러한 하위 작업들 중 어느 하나라도 실패하거나 순서가 잘못되면 전체 작업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장기 작업은 다음과 같은 본질적인 어려움들을 내포하고 있다 16:

  • 의존성 사슬 (Dependency Chain): 특정 하위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다른 하위 작업들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재의 정확한 발생 원점과 화재의 유형(예: 일반 화재, 유류 화재, 전기 화재)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진압 자원(물, 소화기, 모래 등)을 확보해야만 효과적인 진압이 가능하다.
  • 불확실성 (Uncertainty): 실제 환경은 항상 예측 가능한 정보만을 제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재난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는 로봇은 실종자가 정확히 어디에 있을지, 그리고 수색 과정 중 어느 시점에 발견될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 비가역성 및 강제된 결과 (Irreversibility and Forced Consequences): 특정 행동의 결과는 되돌릴 수 없으며, 현재의 결정이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빠르게 확산되는 산불을 진압할 때, 화재의 근원지를 직접 공격하여 확산을 막는 것과 주변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 사이에서 신중한 균형을 찾아야 하며, 한번 잘못된 판단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고전적인 로봇 모션 계획(motion planning) 알고리즘들은 장애물을 피해 목표 지점까지 충돌 없는 경로를 찾는 데에는 매우 효율적일 수 있지만, 로봇이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거나(예: 물건을 옮기거나 문을 여는 행위), 잘 정의되지 않았거나 확률적인(stochastic) 동역학을 가진 복잡한 고차원 시스템에서는 그 성능에 한계를 보인다.11

2. 심층 강화학습(DRL)의 한계 (Limitations of Deep Reinforcement Learning)

심층 강화학습(Deep Reinforcement Learning, DRL)은 복잡한 고차원 환경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의 행동 정책을 학습하는 강력한 방법론으로, 로봇 제어 및 계획 문제 해결에 유망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DRL 역시 장기 작업 계획 문제에 있어서는 몇 가지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11:

  • 낮은 샘플 효율성 (Poor Sample Efficiency): DRL 에이전트는 최적의 정책을 학습하기 위해 환경과의 수많은 상호작용(샘플)을 필요로 한다. 특히 장기 작업에서는 성공적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행동 시퀀스가 매우 길기 때문에, 의미 있는 보상을 얻기 위한 탐색 공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로 인해 비효율적인 탐색이 발생하고 학습에 과도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
  • 신용 할당 문제 (Credit Assignment Problem): 장기 작업에서는 로봇이 수행한 일련의 행동들 중 어떤 행동이 최종적인 성공 또는 실패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보상이 매우 드물게(희소 보상, sparse rewards) 주어지거나 지연되어 주어지는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 희소 보상 환경에서의 탐색 어려움: 장기 작업은 종종 최종 목표를 달성했을 때만 큰 보상이 주어지고 중간 과정에서는 보상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희소 보상 환경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경에서 DRL 에이전트는 어떤 행동이 유용한지에 대한 단서를 얻기 어려워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며 탐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11 전반적으로 RL 알고리즘은 여전히 장기 작업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17

3. 부분 관찰 가능성 및 동적 환경 (Partial Observability and Dynamic Environments)

실제 대부분의 환경은 로봇이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는 '부분 관찰 가능(partially observable)' 환경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예기치 않게 상태가 변하는 '동적(dynamic)' 환경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 조건 하에서 로봇은 제한된 센서 정보만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계획 실행 중에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변화에 실시간으로 적응하며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17

최근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s, LLM)을 활용하여 장기 작업 계획을 수립하려는 시도들이 주목받고 있다. LLM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로부터 학습한 일반적인 지식과 추론 능력을 바탕으로, 사전 지식이 없는 환경에서도 새로운 관찰에 기반하여 결정을 내리고 작업 계획을 생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17 그러나 표준적인 형태의 LLM은 특히 부분 관찰 가능성이 높고 여러 에이전트가 동시에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다중 에이전트(multi-agent) 환경에서의 복잡한 장기 작업 처리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LaMAR와 같이 '계획-행동-수정-검증(plan-act-correct-verify)' 프레임워크를 도입하여 LLM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17

4. 작업 분해 및 계층적 계획 (Task Decomposition and Hierarchical Planning)

복잡한 장기 작업을 보다 다루기 쉬운 여러 개의 단순한 하위 작업들로 분해(decompose)하고, 이 하위 작업들을 순차적으로 또는 병렬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초기 계획을 수립하는 접근 방식은 장기 작업 계획 문제 해결을 위한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이다.15 다중 작업 강화학습(Multi-task RL) 분야에서도 다양한 목표를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작업 계획 능력이 요구되며, 이는 하위 목표들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 계층적 계획(hierarchical planning) 프레임워크와 잘 부합한다.17

그러나 전체 작업을 어떻게 최적의 하위 작업들로 분해할 것인지, 각 하위 작업 간의 성공적인 전환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전체 작업의 성공적인 완료를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다. 인간에게는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설거지 11나 방 청소 17와 같은 일상적인 가사 노동조차도 현재의 로봇에게는 매우 도전적인 장기 작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장기 작업 계획의 어려움은 피지컬 AI가 공장과 같이 고도로 정형화된 환경에서의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가정이나 병원, 재난 현장과 같이 비정형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실제 환경에서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자율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지능적인 문제 해결사'로 발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인지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단순 작업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명확한 목표를 달성하는 반면, 장기 작업은 복잡한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단계에 걸친 심도 있는 추론, 면밀한 계획 수립, 정확한 실행,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변 상황에 대한 유연한 적응을 동시에 요구한다.11 이는 로봇에게 엄청난 '인지적 부하(cognitive load)'를 안겨준다. 로봇은 현재 상태뿐만 아니라 과거에 수행했던 행동들의 결과와 그것이 미래에 미칠 영향, 그리고 최종 목표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거쳐야 할 수많은 가능한 경로와 그 과정에서의 불확실성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11 현재 주류를 이루는 AI 기술, 특히 강화학습 방법론은 앞서 언급된 샘플 효율성 문제, 신용 할당의 어려움, 희소 보상 환경에서의 탐색 비효율성 등으로 인해 이러한 복잡하고 장기적인 추론 과정에 본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11 따라서 장기 작업 계획 능력의 한계는 피지컬 AI가 진정으로 인간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다양한 도움을 제공하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인지적 병목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장기 작업 계획 문제는 피지컬 AI가 직면한 다른 핵심 기술 과제들, 특히 '데이터 효율성' 및 '일반화 성능'과도 깊이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최근 각광받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활용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또 다른 차원의 복잡성을 야기한다. 장기 작업은 가능한 상태(state)와 행동(action)의 조합이 단계가 깊어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충분히 학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이론적으로 필요하게 된다.11 이는 앞서 논의된 피지컬 AI의 고질적인 데이터 희소성 문제(II.A)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특정 장기 작업 시나리오에서 성공적으로 학습된 계획이나 정책이, 세부적인 조건이 조금이라도 다른 유사하지만 새로운 작업 환경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일반화되기는 매우 어렵다. 이는 일반화 성능 확보의 어려움(II.A.4)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이다. 최근 LLM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로부터 사전 학습된 일반적인 세상 지식과 뛰어난 추론 능력을 활용하여, 복잡한 작업을 하위 작업으로 분해하거나 전체적인 계획의 윤곽을 생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13 이는 데이터 효율성을 일부 향상시키고 계획의 일반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LLM을 실제 물리적 세계와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심볼 그라운딩(symbol grounding)' 문제, 즉 추상적인 언어적 개념(예: "컵을 테이블 위에 놓아라")을 실제 로봇이 인지하는 구체적인 물리적 상태(예: 카메라 이미지 속 픽셀 값, 센서 측정치) 및 수행 가능한 행동(예: 특정 관절 각도 제어)과 정확하게 연결시키는 새로운 차원의 과제를 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LLM이 때때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생성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나 부정확한 추론 결과가 물리적 로봇의 위험하거나 비효율적인 행동으로 직접 이어질 수 있다는 심각한 안전성 문제도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결국, 피지컬 AI의 장기 작업 계획 문제는 데이터, 일반화, 그리고 LLM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효과적인 통합이라는 여러 차원의 도전 과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고난이도의 문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D.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통합의 복잡성

피지컬 AI 시스템은 그 자체로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다. 다양한 종류의 하드웨어 구성 요소들(센서, 액추에이터, 프로세서 등)과 정교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들(인식, 계획, 제어 등)이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들을 아우르는 전체 시스템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은 수많은 기술적 어려움을 수반한다.

1. 하드웨어 구성 요소의 한계 (Limitations of Hardware Components)

피지컬 AI 시스템은 물리적 세계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기 위해 다양한 하드웨어 구성 요소들을 활용한다. 여기에는 주변 환경을 감지하기 위한 센서들, 예를 들어 시각 정보를 얻기 위한 카메라, 3차원 공간 정보를 측정하는 LiDAR 및 레이더, 소리를 감지하는 마이크로폰, 로봇의 움직임과 자세를 추적하는 관성 측정 장치(IMU), 그리고 온도, 압력, 물체와의 근접 거리 등을 감지하는 다양한 특수 센서들이 포함된다.3 또한, 로봇이 물리적인 힘을 가하거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한 액추에이터로는 모터, 정밀한 위치 제어를 위한 서보 모터, 강력한 힘을 필요로 하는 중장비 로봇에 사용되는 유압 또는 공압 시스템 등이 있다.3

그러나 이러한 개별 하드웨어 부품들은 각각 성능, 내구성, 크기, 무게, 에너지 소비 효율 등 여러 측면에서 본질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카메라는 조명 조건이 너무 어둡거나 밝으면 물체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고, LiDAR는 특정 재질의 표면에서 반사율이 낮아 정확한 거리 측정이 어려울 수 있으며, 악천후(비, 눈, 안개 등)는 대부분의 광학 센서 성능을 크게 저하시킨다.7 액추에이터 역시 출력할 수 있는 힘이나 토크, 움직임의 정밀도나 속도 등에서 물리적인 제약을 받는다.3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나노봇과 같이 극도로 소형화된 피지컬 AI 시스템의 경우, 제한된 공간 안에 충분한 에너지원을 탑재하거나 외부로부터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는 방식 자체가 매우 큰 기술적 장벽이 된다.7 신뢰할 수 있고 다양한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로봇을 구축하는 것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이며, 로봇 시스템의 핵심 기능인 주변 환경 인식 능력, 자유로운 이동 능력, 그리고 정교한 물체 조작 능력(손재주, dexterity)을 향상시키는 것은 로봇 공학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중요한 연구 목표이다.5

2.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의 복잡성 (Complexity of Software and Algorithms)

피지컬 AI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및 AI 알고리즘 또한 그 복잡성이 매우 높다. 피지컬 AI는 머신러닝(기계 학습),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강화학습 등 다양한 분야의 AI 알고리즘들을 복합적으로 통합하여 활용한다.2 이러한 알고리즘들은 실시간으로 센서로부터 입력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 및 판단하며,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액추에이터를 통해 물리적인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요구사항 중 하나는 '저지연성(low latency)'의 확보다. 로봇이 주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맞춰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학습 및 추론 과정과 실제 디바이스의 제어 명령 실행 사이의 시간 지연이 가능한 한 최소화되어야 한다.1 데이터를 원격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여 복잡한 AI 연산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로봇으로 받아오는 기존의 방식은 통신 지연으로 인해 실시간 반응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데이터가 발생하는 디바이스 자체에서 AI 학습 및 추론을 직접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또는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1 이는 AI 연산에 특화된 고성능 저전력 프로세서(예: GPU, TPU, NPU)의 발전과 경량화된 AI 모델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IROS 2024 학회에서도 고급 AI 및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기계가 복잡한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학습하며,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원동력으로 논의되었으며, 특히 시각, 청각, 촉각 등 여러 종류의 감각 정보를 통합적으로 처리하여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종합적인 상황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교차 모드 머신러닝(cross-modal machine learning)과 같은 첨단 연구 주제들이 활발하게 다루어졌다.19

3. 시스템 통합 및 안정성 문제 (System Integration and Stability Issues)

앞서 언급된 다양한 하드웨어 구성 요소들과 복잡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들을 하나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피지컬 AI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어려운 엔지니어링 과제이다.4 각기 다른 특성과 통신 방식을 가진 하드웨어 부품들 간의 호환성 문제, 소프트웨어 모듈 간의 데이터 형식 불일치, 그리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인터페이스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문제들(예: 데이터 전송 지연으로 인한 제어 오류, 특정 센서의 오작동이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파급 효과, 로봇의 의도된 움직임과 실제 움직임 간의 불일치 등)이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7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장시간 동안 보장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피지컬 AI 시스템의 경우, 사소한 오류 하나가 예측하지 못한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의 강인성(robustness)과 안정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5

4. 인식(Perception), 이동성(Mobility), 조작(Manipulation)의 기술적 과제 (Technical Challenges in Perception, Mobility, and Manipulation)

피지컬 AI 시스템이 실제 환경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세 가지 능력, 즉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필요한 물체를 정교하게 '조작'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영역 모두 여전히 해결해야 할 많은 기술적 과제들을 안고 있다.

  • 인식 (Perception): 로봇이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 예를 들어 다양한 객체들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분류하며 그 위치와 자세를 추정하는 것, 전체적인 장면의 의미를 파악하고 움직이는 물체들을 추적하는 것 등은 여전히 도전적인 연구 분야이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센서(예: 카메라, LiDAR, 레이더, 촉각 센서)로부터 얻어지는 이종(heterogeneous)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융합(sensor fusion)하여 보다 풍부하고 정확한 환경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한 연구기관(SRI)에서는 로봇이 해결해야 할 3대 기본 과제로 인식, 인지(cognition), 그리고 손재주(dexterity)를 꼽기도 했다.8
  • 이동성 (Mobility): 자율 이동 로봇(Autonomous Mobile Robots, AMR)이 복잡하고 동적인 실제 환경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공간이나 장애물이 많고 비좁은 공간에서는 로봇이 장애물에 충돌하거나 특정 지점에서 길을 잃고 갇히는(stuck) 현상이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한다.14 이러한 이동성의 한계는 인명 구조 로봇이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거나,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 어수선하고 좁은 집안 환경을 돌아다니거나, 물류 로봇이 사람들로 붐비는 사무실이나 교실, 식당과 같은 혼잡한 사회적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실제적인 제약으로 작용한다.14
  • 조작 (Manipulation): 로봇이 인간의 손처럼 다양한 모양, 크기, 무게, 재질, 강성(rigidity)을 가진 물체들을 능숙하게 다루고 정교하게 조작하는 능력, 즉 손재주(dexterity)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적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물체를 안정적으로 잡는 것(grasping)부터 시작하여, 두 손을 협응하여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bimanual manipulation), 부드럽거나 변형 가능한 물체를 다루는 것 등은 고도의 센서 피드백과 정교한 제어 기술을 요구한다. ICRA 2025 학회에서 개최되는 로봇 파지 및 조작 경진대회(Robotic Grasping and Manipulation Competition, RGMC)는 로봇이 가정 환경이나 물류 창고와 같은 실제 환경에서의 일상적인 활동에서 마주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예: 물건 정리, 옷 개기, 사람으로부터 물건 건네받기 등)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14

피지컬 AI의 시스템 통합 문제는 단순히 개별 구성 요소들의 성능을 합치는 것을 넘어서는, 예측하고 디버깅하기 매우 어려운 '창발적 복잡성(emergent complexity)'을 야기한다. 피지컬 AI는 센서, 액추에이터, 프로세서, 통신 모듈 등 수많은 하드웨어 부품들과 인식, 계획, 제어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모듈들이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하는 거대한 복합 시스템이다.3 각 구성 요소들은 개별적으로 테스트했을 때는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어 함께 작동하기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7 예를 들어, 특정 센서 데이터의 미세한 전송 지연이 전체 제어 루프에 영향을 미쳐 로봇의 움직임을 불안정하게 만들거나, 한 소프트웨어 모듈에서 발생한 작은 버그가 다른 모듈의 오작동을 연쇄적으로 유발하여 결국 시스템 전체의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시스템 전체 수준에서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창발적 행동(emergent behavior)'의 일종이며, 개별 부품이나 모듈 단위의 테스트만으로는 사전에 발견하거나 원인을 규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피지컬 AI 시스템의 통합 과정은 단순히 부품들을 조립하는 기계적인 작업을 넘어, 이들 간의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상호작용을 깊이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고도의 시스템 엔지니어링 능력을 요구한다. 이는 피지컬 AI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며, 동시에 시스템의 최종적인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피지컬 AI 시스템에 대한 '저지연성' 요구는 하드웨어(특히 엣지 컴퓨팅 기술)와 소프트웨어(효율적인 AI 알고리즘) 양쪽 모두에게 끊임없는 혁신을 강요하며, 이는 피지컬 AI가 실제 세계와 의미 있는 실시간 상호작용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의 핵심을 이룬다. 피지컬 AI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리적 세계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해야 하므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며,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전체 사이클이 매우 빠르게, 즉 낮은 지연 시간(low latency) 내에 완료되어야 한다.1 센서 데이터를 중앙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여 복잡한 AI 연산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로봇으로 받아오는 전통적인 방식은,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신 지연 때문에 실시간 반응이 필수적인 많은 피지컬 AI 응용 분야(예: 자율주행차의 긴급 제동, 고속으로 움직이는 물체 추적)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1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가 발생하는 장치 자체(on-device) 또는 그와 매우 가까운 위치(엣지, edge)에서 직접 데이터를 처리하고 AI 추론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AI' 또는 '엣지 컴퓨팅' 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1 이는 작고 가벼우면서도 강력한 연산 능력을 제공하고 전력 소비는 적은 특화된 하드웨어(예: AI 반도체,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을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 동시에, 이렇게 제한된 엣지 디바이스의 하드웨어 자원 위에서도 효율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AI 모델의 크기를 줄이고 연산량을 최적화하는 경량화된 AI 알고리즘 및 모델 압축 기술 개발 또한 매우 중요해진다. 따라서 피지컬 AI의 저지연성 요구는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과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을 동시에 촉진하며, 이 두 분야의 기술이 얼마나 긴밀하게 협력하고 최적화되느냐가 피지컬 AI 시스템의 실시간 상호작용 능력, 나아가서는 전체 시스템의 성능과 안전성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는 특히 자율주행차나 실시간 로봇 제어와 같이 인간의 안전과 직결되는 응용 분야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III. 상용화 및 확산의 주요 장애물

피지컬 AI 기술이 실험실 수준의 연구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과 일상생활에 널리 보급되고 상용화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장애물들을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장애물들은 주로 높은 개발 비용과 그로 인한 접근성 제한, 시스템의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의 어려움, 그리고 물리적 환경 제약 및 에너지 효율 문제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A. 막대한 개발 비용과 제한된 접근성

피지컬 AI 시스템은 고도로 정교하고 복잡한 하드웨어(센서, 액추에이터, 특수 프로세서 등)와 첨단 소프트웨어(AI 알고리즘, 운영체제, 미들웨어 등)의 긴밀한 통합을 필요로 한다. 이로 인해 초기 시스템 개발 비용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 비용 또한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4 특히, 나노 기술을 활용한 초소형 로봇이나 서브밀리미터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고정밀 산업용 로봇과 같은 첨단 피지컬 AI 시스템의 개발에는 막대한 규모의 연구개발 투자와 함께 고도로 숙련된 전문 지식 및 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7

이러한 막대한 비용 부담은 자금력이나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개발도상국에게는 피지컬 AI 기술 도입 및 활용에 있어 매우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5 결과적으로, 피지컬 AI 기술 발전의 혜택이 소수의 대기업이나 선진국에 집중되고 기술 격차가 심화될 수 있으며, 기술의 민주화(democratization)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앞서 논의된 고품질 데이터 수집 및 정밀한 레이블링 작업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II.A.1, II.A.3), 복잡한 AI 모델 학습 및 추론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자원 확보의 어려움 4, 그리고 AI 및 로봇 공학 분야의 숙련된 연구 개발 인력 부족과 높은 인건비 등도 피지컬 AI 시스템의 총 소유 비용(Total Cost of Ownership, TCO)을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B. 안전성, 보안 및 신뢰성 확보의 다층적 과제

피지컬 AI 시스템이 인간과 함께 공존하며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스템의 안전성, 보안성, 그리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여러 측면에서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들을 안고 있다.

1. 물리적 안전성 (Physical Safety in Human-Robot Interaction)

인간 작업자와 로봇이 물리적인 안전펜스 없이 동일한 작업 공간을 공유하며 협력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협동 로봇(cobots 또는 collaborative robots) 환경이 확산됨에 따라, 인간과 로봇 간의 안전한 물리적 상호작용(physical Human-Robot Interaction, pHRI)을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20 인간의 행동은 예측하기 어렵고, 로봇의 움직임은 복잡한 동역학을 따르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충돌이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20

국제 표준화 기구(ISO) 등에서는 협동 로봇의 안전한 작동을 위한 여러 가이드라인과 작동 모드(예: 안전 정격 감시 정지(SRMS), 수동 안내(HG), 속도 및 분리 감시(SSM), 힘 및 동력 제한(PFL))를 제시하고 있다.20 그러나 이러한 표준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다양한 작업 환경과 시나리오에서 이러한 안전 조치들이 충분한지를 검증하고, 모든 잠재적 위험 요소를 고려하여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여전히 많은 기술적 과제를 안고 있다.20 특히, PFL(Power and Force Limiting) 모드는 로봇이 인간과 직접적인 물리적 접촉을 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접촉 시 발생하는 힘이나 압력이 인간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도록 로봇 시스템 자체를 본질적으로 안전하게 설계하거나 정교한 안전 관련 제어 시스템을 탑재하는 등 매우 엄격한 안전 조치가 요구된다.20 최근 IROS 2024 학회에서도 복잡하고 동적인 환경에서 작동하는 자율 시스템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주요 논의 주제 중 하나였으며 19, ICRA 2025에서 개최될 예정인 PhyRC(Physical Robotic Caregiving Challenge)와 같은 경진대회는 실제 간병 작업 환경에서 로봇과 인간 간의 안전한 물리적 상호작용 능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14

2. 시스템 오작동 및 신뢰성 (System Malfunction and Reliability)

피지컬 AI 시스템은 수많은 하드웨어 부품들과 복잡한 소프트웨어 계층들로 구성된 정교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오작동하거나 고장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센서의 측정 오류나 갑작스러운 고장, AI 알고리즘 내부의 논리적 결함이나 예측하지 못한 입력값에 대한 이상 반응, 또는 로봇이 작동하는 주변 환경의 예기치 않은 급격한 변화(예: 갑작스러운 장애물 출현, 조명 변화) 등이 시스템 오작동의 원인이 될 수 있다.5

이러한 시스템 오작동은 단순한 작업 실패나 재산상의 손실을 넘어,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의 신체적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센서 오류로 인해 전방의 장애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산업용 로봇이 제어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인해 예기치 않은 경로로 움직이는 경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피지컬 AI 시스템이 다양한 실제 환경 조건 하에서도 의도된 기능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의 강인성(robustness)과 장기적인 신뢰성(reliability) 확보는 상용화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학계의 연구들이 종종 시스템의 강인성이나 비용 효율성과 같이 산업 현장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표들을 충분히 평가하거나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14

3. 사이버 보안 위협 (Cybersecurity Threats)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피지컬 AI 시스템, 특히 외부 네트워크(예: 인터넷, 5G 통신망)에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받거나 원격으로 제어되는 시스템들은 악의적인 해킹 시도나 다양한 형태의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대상이 될 수 있다.5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의 제어 시스템이 외부 공격자에 의해 탈취되거나, 스마트 팩토리의 로봇들이 랜섬웨어에 감염되어 작동을 멈추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5 또한, 피지컬 AI 시스템이 수집하고 처리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예: 개인의 생활 패턴, 기업의 생산 정보)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나, AI의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부족에 대한 우려도 중요한 보안 관련 쟁점이다.21

따라서 피지컬 AI 시스템의 설계 단계부터 강력한 보안 기능을 내장하고, 운영 중에도 지속적인 보안 업데이트와 위협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등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피지컬 AI 시스템의 안전과 보안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은 기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얻고 광범위한 사회적 수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5

C. 물리적 환경 제약 및 에너지 효율 문제

피지컬 AI 시스템은 디지털 공간이 아닌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 조건에 의해 그 성능이나 작동 가능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거나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극심한 온도 변화, 높은 습도, 강한 전자기 간섭, 먼지나 분진이 많은 환경 등은 센서의 정확도를 떨어뜨리거나 전자 부품의 오작동을 유발하여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7 나노봇과 같이 특수한 환경(예: 인체 내부)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된 피지컬 AI의 경우, 해당 환경의 생화학적 특성이나 물리적 조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특정 조건에서만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한계를 가질 수 있다.7

또한, 물리적인 움직임을 수반하는 피지컬 AI 기기의 작동에는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요구된다. 특히 배터리로 작동하는 소형 모바일 로봇이나 드론, 또는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한 웨어러블 로봇 등의 경우, 현재 배터리 기술의 에너지 밀도 한계와 충전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한 번 충전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다.7 이는 로봇이 다양한 실제 환경에서 장시간 동안 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하드웨어 설계 최적화 및 저전력 AI 알고리즘 개발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피지컬 AI의 상용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장애물들은 단순히 개별적인 기술적 문제들의 집합이 아니라, '기술적 완성도', '경제적 타당성', 그리고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발생하는 복합적인 문제 양상을 띤다. 예를 들어, 높은 개발 비용과 그로 인한 제한된 시장 접근성(III.A)은 피지컬 AI 솔루션의 '경제적 타당성'에 직접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난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도입 및 운영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투자 대비 효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5 한편, 시스템의 안전성, 보안 취약성, 낮은 신뢰도(III.B)나 물리적 환경 제약 및 에너지 비효율성(III.C)과 같은 문제들은 '기술적 완성도'가 아직 충분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시스템이 불안정하거나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면, 실제 환경에 광범위하게 배포되어 상용화되기는 어렵다.5 그리고 이러한 기술적, 경제적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피지컬 AI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중이 피지컬 AI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 인식하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야만 이 기술이 사회 전반에 걸쳐 널리 받아들여지고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5 예를 들어, 만약 피지컬 AI 로봇의 안전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아(기술적 미완성)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이는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와 그에 따른 배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고(경제적 부담 증가), 이는 결국 해당 기술에 대한 대중의 극심한 불신과 반감을 초래하여(사회적 수용성 저하) 상용화의 길을 완전히 가로막을 수도 있다. 따라서 피지컬 AI의 성공적인 상용화와 확산은 이 세 가지 축, 즉 기술적 완성도, 경제적 타당성, 그리고 사회적 수용성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함께 발전하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때 비로소 가능해질 수 있다.

특히, '안전성 검증'의 어려움은 피지컬 AI가 가진 본질적인 예측 불가능성과 실제 환경의 무한한 다양성 때문에 발생하며, 이는 결국 표준화되고 신뢰할 수 있는 테스트 방법론의 부재라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학습 기반의 AI 시스템, 특히 심층 신경망을 사용하는 피지컬 AI는 특정 입력에 대해 항상 동일하고 예측 가능한 출력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으며, 훈련 데이터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나 '엣지 케이스'에 직면했을 때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6 더욱이, 피지컬 AI가 작동해야 하는 실제 환경은 너무나 다양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발생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실험실 환경에서 완벽하게 재현하여 테스트하거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5 이는 모든 가능한 코드 실행 경로를 테스트하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검증 방식을 피지컬 AI 시스템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게 만들며, 개발자나 인증 기관이 특정 피지컬 AI 시스템의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했다고 확신하기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20 결과적으로, 피지컬 AI 시스템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인증하기 위한 표준화된 방법론, 테스트 프로토콜, 그리고 성능 지표의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규제 기관의 형식 승인, 보험 가입 및 적용, 그리고 궁극적으로 시장 출시와 같은 상용화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현재 학계에서조차 로봇의 강인성이나 비용 효율성과 같이 산업계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실용적인 지표들이 연구 논문에서 충분히 평가되거나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적인 지적이 제기될 정도이다.14

IV. 사회적, 윤리적 및 규제적 쟁점

피지컬 AI 기술의 발전과 확산은 단순히 기술적인 영역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고 심오한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 시장의 구조 변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인간의 자율성에 대한 새로운 윤리적 질문, 그리고 기존 법률 및 규제 체계의 한계와 같은 다양한 사회적, 윤리적, 규제적 쟁점들을 야기한다.

A. 노동 시장 변화 및 일자리 대체에 대한 우려

피지컬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지능형 로봇과 고도화된 자동화 시스템이 산업 현장과 서비스 분야에 광범위하게 도입될 경우, 기존의 특정 직무, 특히 반복적이거나 예측 가능하며 물리적으로 힘든 작업을 주로 수행하는 직종에서 인간의 일자리가 감소하거나 업무 내용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중요한 사회적 문제이다.4 예를 들어, 제조 공장의 조립 라인 작업, 물류 창고의 물품 분류 및 운반 작업, 건설 현장의 단순 노무 작업, 또는 일부 서비스업에서의 반복적인 고객 응대 업무 등이 피지컬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거론된다.

이러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기존 노동 시장의 구조적인 변혁을 야기하며, 특정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소득 불균형을 확대할 수 있다는 사회적 우려를 낳는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적극적인 재교육 및 직업 전환 지원 프로그램 마련, AI와 협력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직무 개발, 그리고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기본 소득 제도 논의와 같은 사회 안전망 강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사회적 대비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최근 IROS 2024와 같은 주요 국제 학회에서도 로봇 공학 기술이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 인간과 로봇 간의 상호작용 방식, 그리고 미래 사회의 구조와 가치관에 미치는 기술적 및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문제의 중요성을 반영한다.19

B. 프라이버시 침해, 자율성 부여 및 윤리적 딜레마

피지컬 AI 시스템은 주변 환경을 정밀하게 인식하고 상황에 맞춰 지능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카메라, 마이크로폰, LiDAR 등 다양한 종류의 센서들을 활용하여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사적인 대화 내용, 일상생활 패턴, 민감한 건강 정보, 또는 특정 공간 내에서의 움직임과 행동 정보 등이 의도치 않게 기록되거나 분석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할 가능성을 내포한다.5 특히, 공공장소나 사적인 공간에 설치되어 지속적으로 주변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특정 개인을 식별하거나 추적할 수 있는 AI 기반 지능형 감시 시스템의 확산은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와 함께 사회적 통제 강화에 대한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5

또한, 피지컬 AI 시스템, 특히 로봇에게 어느 정도 수준의 자율성(autonomy)을 부여할 것인지, 그리고 그 자율적인 결정이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5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가 긴급한 사고 상황에서 탑승자의 안전과 보행자의 안전 중 어느 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야 하는가 하는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와 유사한 윤리적 딜레마 상황은 피지컬 AI가 직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이다. 인간의 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결정을 기계에게 위임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윤리적 성찰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인체 내부에서 질병 진단이나 치료 목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된 나노봇과 같은 첨단 피지컬 AI 기술은 인간의 존엄성, 신체의 완전성, 그리고 유전자 정보 보호와 관련된 복잡한 생명윤리 및 안전성 문제를 새롭게 제기할 수 있다.7 인간과 로봇이 협력하여 작업을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로봇에 대한 인간 작업자의 신뢰 수준, 작업량의 공정한 분배, 로봇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인지적 부하 증가, 그리고 장시간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인체공학적 문제 등 인간 중심적인 요소들 또한 중요한 윤리적 고려 사항으로 다루어져야 한다.21

C. 법적 책임 소재 및 규제 프레임워크의 공백

피지컬 AI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다가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의도치 않은 사고를 유발하여 인명 피해나 재산상의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그 법적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아직까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4 사고의 원인이 AI 알고리즘의 설계 결함인지, 제조 과정의 문제인지, 시스템 운영자의 관리 부실인지, 아니면 예측 불가능한 외부 요인 때문인지 등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울 수 있으며,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그 책임을 AI 시스템 자체에게 물을 수도 없다. 이러한 법적 책임 소재의 불분명성은 피해자 구제를 어렵게 만들고 기술 도입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기존의 제조물 책임법, 불법 행위법 등 전통적인 법률 및 규제 체계는 고도로 자율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 첨단 AI 시스템의 독특한 특성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술 발전에 발맞추어 피지컬 AI의 개발, 테스트, 배포, 운영 전반에 걸친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기존 법제도를 정비하는 작업이 시급히 요구된다.4 특히, 전통적인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정들은 인간과 로봇의 작업 공간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과 로봇이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동적인 환경에 적합하도록 개정될 필요가 있다.21 이미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피지컬 AI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전략기술로 간주하고, 관련 산업 육성 정책과 함께 안전 및 윤리 기준, 법적 책임 규정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며 기술 패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도 피지컬 AI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4

피지컬 AI가 야기하는 사회적·윤리적 문제들은 본질적으로 기술이 제공하는 새로운 '가능성'과 기존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사이에서 발생하는 충돌로부터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피지컬 AI 기술은 인간의 노동을 효율적으로 대체하고 4, 개인의 사생활을 세밀하게 기록하며 분석하고 5, 심지어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인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5 엄청난 '가능성'을 우리 사회에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가능성은 기존 사회가 오랫동안 지켜온 고용 안정의 가치,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의 원칙, 그리고 인간의 고유한 결정권 존중과 같은 핵심적인 '사회적 가치관'과 여러 지점에서 충돌하거나 긴장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생산성 극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장이나 사무실에 고도로 지능화된 AI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사생활 보호라는 중요한 가치와 정면으로 상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 충돌의 문제는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기 전에 이미 발생하기 시작하며, 문제가 심각하게 표면화된 이후에는 그 해결이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기술 개발자, 정책 입안자, 법률 전문가, 윤리학자, 그리고 일반 시민 사회 구성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적이고 지속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점진적으로 형성해 나가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기술 발전의 속도와 사회적 수용성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고,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피지컬 AI와 관련된 법적·규제적 프레임워크의 공백 상태는 기술 발전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과, 동시에 규제의 부재로 인해 무분별하고 위험한 기술 사용이 만연하여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방치할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현재 피지컬 AI 기술의 개발 및 활용과 관련하여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를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 또는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 기준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법률이나 규정이 부족한 실정이다.4 이러한 상황은 기술을 개발하거나 상용화하려는 기업 입장에서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미래에 어떤 예상치 못한 법적 문제에 직면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 적극적인 투자 결정을 주저하게 만들거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것을 망설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제조사, 부품 공급사, 소프트웨어 개발사, 차량 소유주, 또는 운전자 중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면, 관련 산업의 발전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어떠한 규제도 없는 상황에서는 안전성이나 윤리적 고려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미성숙하거나 위험한 기술이 무분별하게 개발되어 시장에 출시되거나, 사회적으로 유해한 방식으로 사용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고성능 감시 로봇이 아무런 제약 없이 판매되고 사용될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규제 공백' 상태는 혁신을 저해하는 동시에 잠재적 위험을 방치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 ειδ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스마트 규제(smart regulation)' 또는 '적응형 규제(adaptive regulation)' 프레임워크의 설계 및 도입이 시급함을 강조한다. 주요 선진국들이 피지컬 AI 관련 정책 및 규제 마련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4

V. 결론: 피지컬 AI의 미래를 위한 도전 과제 극복 방안

피지컬 AI는 인류 사회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닌 기술이지만, 그 실현을 위해서는 본 보고서에서 심층적으로 논의된 다양한 기술적, 상용화, 그리고 사회·윤리·규제적 도전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A. 주요 당면 과제 요약 및 상호 연관성 재확인

본 보고서는 피지컬 AI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점들을 다각도에서 분석하였다. 주요 과제들을 다시 한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기술적 난제: 현실 세계 데이터의 희소성 및 품질 문제, 시뮬레이션과 현실 간의 간극(Sim-to-Real gap), 복잡한 장기 작업 계획 및 수행 능력의 한계, 그리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전체 시스템 통합의 극심한 복잡성.
  • 상용화 장애물: 막대한 초기 개발 비용과 높은 유지보수 비용으로 인한 제한된 시장 접근성, 인간과 로봇의 협업 환경에서의 물리적 안전성 확보 문제, 시스템 오작동 및 사이버 보안 위협으로 인한 신뢰성 부족, 그리고 다양한 물리적 환경 제약 및 에너지 효율성의 한계.
  • 사회적, 윤리적 및 규제적 쟁점: 자동화로 인한 노동 시장 변화와 일자리 대체에 대한 사회적 우려, AI 시스템에 의한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 로봇에게 부여되는 자율성의 범위와 그에 따른 윤리적 딜레마, 그리고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과 관련 규제 프레임워크의 미비.

중요한 점은 이러한 문제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복잡한 그물망처럼 서로 깊이 연관되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고품질의 실제 환경 데이터 부족(기술적 난제)은 Sim-to-Real 간극을 더욱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며, 이는 다시 피지컬 AI 시스템의 실제 환경에서의 예측 불가능성을 높여 안전성 문제(상용화 장애물)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기술적 불완전성은 시스템 개발 비용을 더욱 증가시키고(상용화 장애물), 궁극적으로는 기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저하시켜 사회적 수용성 확보(사회적 쟁점)를 어렵게 만드는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피지컬 AI의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개별 문제 해결 노력과 함께, 문제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시스템 전체적인 관점에서 통합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접근 방식이 필수적이다.

B. 도전 과제 극복을 위한 다각적 접근 제언

피지컬 AI가 당면한 복합적인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 산업, 정책, 사회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1. 연구개발(R\&D) 투자 및 방향성 (Investment in R\&D and Strategic Directions)

  • 핵심 기술 개발 집중: 데이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학습 방법론(예: 자기 지도 학습, 전이 학습, 메타 학습), 다양한 환경 변화에 강인하고 새로운 상황에도 잘 일반화될 수 있는 AI 모델 아키텍처, 현실 세계를 더욱 정밀하게 모사할 수 있는 고충실도 시뮬레이션 기술, 인간과 로봇이 안전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첨단 안전 기술, 그리고 소형·경량이면서도 고성능·저전력 특성을 갖는 차세대 하드웨어(예: AI 반도체, 지능형 센서 및 액추에이터) 개발 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집중적인 R\&D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 협력 및 교류 촉진: 대학, 연구소 등 학계와 실제 기술 수요자인 산업계 간의 긴밀한 협력 연구를 장려하고, IROS, ICRA와 같은 권위 있는 국제 학술대회 및 다양한 주제의 로봇 경진대회(예: 자율주행 챌린지, 로봇 조작 챌린지) 개최 및 참여를 활성화하여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최신 기술이 자유롭게 교류되고 확산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14
  • 개방형 혁신 강화: 고품질의 대규모 공개 데이터셋(예: Open X-Embodiment 12) 및 표준화된 테스트 플랫폼(예: ARES 12), 그리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 구축 및 공유를 적극적으로 장려하여 연구 개발의 접근성을 높이고 결과의 재현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이나 신생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전체 기술 생태계의 혁신 속도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2. 산업 생태계 조성 및 인력 양성 (Fostering Industrial Ecosystem and Talent Cultivation)

  • 산업 성장 기반 마련: 피지컬 AI 관련 유망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정책(자금 지원, 세제 혜택, 컨설팅 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개발된 기술의 상용화를 촉진하고 실제 환경에서의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대규모 테스트베드 및 실증 단지 구축도 중요하다.
  • 융합형 전문 인력 양성: 피지컬 AI 분야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기계공학, 전자공학, 컴퓨터 과학, 시스템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지식이 융합적으로 요구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다학제적 지식과 실무 역량을 겸비한 핵심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대학 및 대학원의 교육 과정 개편, 산업체 연계 프로젝트 활성화, 그리고 평생 교육 프로그램 강화가 필요하다.4

3. 법제도 정비 및 윤리 가이드라인 수립 (Regulatory Reform and Establishment of Ethical Guidelines)

  • 유연하고 적응적인 규제 체계 구축: 빠르게 발전하는 피지컬 AI 기술의 특성을 고려하여, 기술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잠재적인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유연하고 적응적인 법률 및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해야 한다.4 이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 확대, 네거티브 규제 방식 도입, 그리고 기술 표준화 노력 등을 포함할 수 있다.
  • AI 윤리 원칙 확립 및 내재화: 피지컬 AI 개발 및 활용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핵심적인 AI 윤리 원칙(예: 인간 존엄성 존중, 안전성, 투명성, 책임성, 공정성, 프라이버시 보호)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구체화하고, 이를 실제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반영하는 '설계 기반 윤리(Ethics by Design)' 접근법을 장려해야 한다.
  • 신뢰 확보 노력 병행: 데이터 프라이버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기술적·제도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AI 알고리즘의 의사결정 과정을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 및 투명성(transparency)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과 정책적 노력을 병행하여 기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4. 국제 협력 및 사회적 공론화 (International Cooperation and Public Discourse)

  • 글로벌 거버넌스 참여: 피지컬 AI 기술의 안전 기준, 성능 평가 방법, 데이터 공유 프로토콜, 그리고 윤리 규범 등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화 논의와 관련 국제기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 구축에 기여해야 한다.4
  • 사회적 소통 강화: 피지컬 AI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변화와 함께 잠재적인 위험 및 사회적 영향에 대해 일반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투명한 소통 노력과 건설적인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활성화해야 한다.

피지컬 AI가 직면한 복잡다단한 문제들의 해결은 단일 기술의 획기적인 돌파구나 특정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오히려 기술, 산업, 사회 시스템 전반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공진화(co-evolution)'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 본 보고서에서 제시된 다양한 문제들은 기술적 차원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윤리적, 그리고 법적 차원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4 이는 어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무리 뛰어난 피지컬 AI 기술(기술적 측면)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그 도입 비용이 지나치게 높거나(산업/경제적 측면) 시스템의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사회/윤리적 측면) 그 기술은 널리 확산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핵심 기술에 대한 R\&D 투자(기술),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산업), 그리고 합리적인 법제도 정비 및 윤리 가이드라인 수립(사회/규제)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시너지를 창출하며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산업적 수요를 창출하고, 이는 다시 관련 법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높이며, 이러한 변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기술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형태로 조정되고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때, 비로소 피지컬 AI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피지컬 AI의 성공적인 미래는 이러한 다차원적 요소들의 조화로운 공진화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피지컬 AI의 성공 여부는 기술적 성능만큼이나 '신뢰'라는 요소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이는 피지컬 AI가 인간의 일상생활 공간과 산업 현장 깊숙이 관여하며 인간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게 될 기술이기 때문이다.1 인간이 이러한 첨단 기술을 불안감 없이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 그 자체에 대한 깊은 '신뢰'가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5 이러한 신뢰는 단순히 시스템이 주어진 작업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성능)하는 기술적 지표만으로는 충분히 구축될 수 없다. 오히려 시스템이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설명 가능성), '어떤 과정을 통해 그러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투명성), 그리고 그 결과가 '인간에게 안전하고 유익한 방식인지'(인간 중심 설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동반될 때 비로소 형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특정 긴급 상황에서 왜 그러한 회피 기동을 선택했는지 사후에라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사용자는 해당 시스템을 더욱 신뢰하고 다음번에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피지컬 AI의 개발 과정은 기술적 성능을 극대화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이러한 신뢰 구축에 핵심적인 요소들, 즉 투명성, 설명 가능성, 그리고 인간 중심의 안전 설계 원칙 등을 시스템 설계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통합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앞서 제언된 윤리 가이드라인 수립(V.B.3)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과제이다.

C. 피지컬 AI의 미래 전망과 지속 가능한 발전

본 보고서에서 논의된 수많은 도전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한다면, 피지컬 AI는 제조업, 물류, 의료, 농업, 서비스업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하며, 이전에 없던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가히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1 위험하고 어렵거나 단조로운 작업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고령화 사회의 돌봄 문제를 해결하며,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 관리에 기여하는 등 피지컬 AI의 긍정적인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이러한 밝은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과 함께 그에 따르는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혁신의 속도에만 매몰되기보다는, 인간 중심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영향들을 면밀히 예측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피지컬 AI 기술이 인류 전체의 복지를 증진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를 건설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자, 정책 입안자, 기업, 그리고 시민 사회 모두의 지혜와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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