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라는 꿈을 가지게 된 건 5년 전쯤이었다.
'과연 내 적성에 맞는 건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는 게 도대체 뭘까'
내가 아는 부분을 상대방이 어려워 할 때, 그 부분을 상대방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도와주는 것이 즐거웠다.
그것이 내가 공부할 때 내용을 정리하고 다듬는 습관이 생기게 된 계기였다.
혹시나 내가 공부하는 내용이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부분이 될 수도 있기에, 이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내 방식대로 정리하고 다듬어놓으면 언젠가는 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 1개를 풀기 위해 A4 여러 장에 풀이과정을 계속해서 지우고 수정하기를 반복하며 결국엔 답을 맞췄을 때 쾌감을 느꼈다.
계속해서 틀리고, 지우고, 수정하는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답을 맞췄을 때의 쾌감은 그 모든 과정을 잊게 할만큼 뿌듯했다.
아니, 돌이켜보면 난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적성과 흥미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진로를 찾다가 개발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확실한 목표도 없이 무작정 개발자라는 직업이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기초부터 하나씩 하다보면 언젠가는 진로가 확실해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C, Java부터 공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로는 점점 더 멀게만 느껴졌고, 걱정만 늘어났다.
천천히 가다보면 고속도로로 가는 입구가 보일 거라 생각했던 내 기대와는 달리, 내 앞에는 계속해서 이정표 없는 갈림길만 존재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목적지까지 빨리 도착하기 위해 질주하는데, 나는 목적지도 없이 걸어만 가는게 한없이 느리게만 느껴졌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옳은 방향인지, 아니, 방향이 존재는 하는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는 방향도 찾지 못하고 영영 갇혀버릴 것 같았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캠프를 발견했다.
이정표라도 찾아보고자 일단 들어갔다.
캠프에는 이제 막 출발하려는 사람, 나와 같이 이정표를 찾고 있는 사람, 이정표를 따라 갔다가 되돌아온 사람, 고속도로를 찾고있는 사람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눈에 띄었던 건 걷는 사람을 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캠프의 환경, 그리고 각 목적지가 쓰여있는 수많은 이정표들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수많은 이정표들을 하나하나 보기 시작했고, 목적지를 정했다.
지금까지 내가 오랫동안 걸어왔던 길이 정말 초라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확실한 길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았다.
남들보다 늦게, 그리고 느리게 시작했기에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고통스러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왔던 그 목적지 없는 초라한 길도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돌이켜보면 난 그 고통마저도 즐기면서 걸어왔다.
그리고 이번엔 목적지도 있고 노력하면 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난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통받고, 그걸 또 즐기는 시간을 몇 개워, 몇 년을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해 있을 것이라 믿는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