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삼성 코엑스에서 개최된 Women Tech Makers 2019 에 참여했습니다. 작년 봄 WTM 2018에는 참가자로 방문했지만 이번엔 스태프로 자원하여 작게나마 행사를 도울 수 있었습니다.

약간은 떨리는 마음으로 참여했던 사전 모임과, 저 같은 쪼렙 스태프도 마치 물약 좀 팔아본 NPC같이 보일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의 가이드 덕택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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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계획대로 되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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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지게 자고 싶은 토요일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에 모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복잡한 코엑스 지하 미로엔 정말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찾아올 때 길을 잃어 coexed 되지 않게 조심하라는 진심 섞인 농담이 오고 갔으니 말입니다.

길 하나에 Deview와, 길 하나에 PyCon과 ... 출구는 너무나도 멀리 있습니다.
행사장이 아스라이 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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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be coex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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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미한 일들은 대체로 번거롭습니다.
등록이 시작되기 전까지 파란 티셔츠를 입은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참가자 분들께 전해드릴 기념품과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박스를 까서 옮기고, 에코백을 일렬로 세우고, 리플렛과 스티커를 분류하고... 와중에 나름대로 최적화를 합니다. 누군가는 물병과 컵을 같이 착착 집어넣으며 멀티 스레딩을 합니다. 생활의 달인에 나올 것 같습니다.

이름표 하나 스티커 하나 손수 챙기는 노고를 저는 앞으로 참가하게 될 모든 행사에서 기억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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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hoto, Please

생각 이상으로 사소한 부분까지 고려한다는 것도 알게됩니다. 얼마 전 열린 KCD 2019 의 점심 식사 선택지에는 채식 도시락이 있었지요. 이번 행사때 배부한 No Photo 스티커에서도 세심한 배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스티커를 붙이고 있으면 원하지 않는 사진 촬영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설령 사진에 찍히더라도 공개된 사이트에 해당 사진이 게재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어쩌면 이 작은 스티커가 불법 촬영이 만연한 세상에 "촬영당하지 않을 권리"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정말로 인지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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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_행사_최애_스티커

작년 WTM에서 들은 세션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협상을 할 때 여성들이 비교적 적은 결과를 얻게 된다는 통계였습니다. 말인즉슨, 모두에게 완벽하다고 평가받아야만 비로소 당당하게 나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자신감있게 시작하는 건 어렵습니다. 아직도 뭔가 더 채워야 할 것 같고, 부족한 점만 자꾸 눈에 보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누군가에게 잘 평가받기 위한 것 뿐인 일은 하지 말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즐길 수 있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채우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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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은 스태프로 참여하느라 많은 세션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공통적으로 꾸준히 강조하는 것은 겁내지 말고 많이 시도해보고, 깨져보고, 실패도 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작은 성공도, 큰 성취도 이룰 수 있으니까요.

개발 커뮤니티 행사에 기여하는 것은 처음이라 걱정도 많이 되었지만 무사히 진행되어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어떻게 저런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지 감탄하며 그 열정을 조금 나눠받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번 WTM 2019는 저에게 의미있는 commit을 남긴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