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커머스의 축이 온라인으로 기울며 디지털 전환이 5년은 당겨졌다. 근데 조용히 대세가 된 시장이 있다. 리커머스(ReCommerce), ‘중고거래’다.
한국 : ‘당근 신드롬’에 빠졌다.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이 '국민 앱' 반열에 올랐다. 월사용자 1000만명을 돌파(현재 1250만명)하며 쇼핑 카테고리에서 쿠팡(1991만명)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국내 비게임 분야에선 올해 통틀어 다운로드 1위. 사용자 체류시간은 하루 평균 20분으로 쇼핑앱중 1위고, 페이스북(38분)의 절반을 넘어섰다.
해외 : 리커머스(Re-Commerce)는 이미 글로벌 메가트렌드가 됐다. 글로벌데이터와 미국판 당근마켓 오퍼업(Offerup)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소매시장 성장률(2%) 보다 리커머스 시장 성장률(49%)이 25배 높았다. 미국의 중고 의류 시장만 30조원대 시장. 중국은 올해 중고 시장규모가 160조원까지 커졌다. 리커머스는 5년 내 5배 이상 성장할 전망.
리커머스 관련 '유니콘' 기업도 속속 늘고 있다. 일본 중고시장 60%를 점유한 메루카리( メルカリ)는 2013년 창업후 4년만에 일본 첫 유니콘에 올랐다. 미국의 중고거래 플랫폼 오퍼업, 더리얼리얼, 포쉬마크, 빈티드 등도 10억달러 이상 가치를 평가 받은 유니콘 기업.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대표(티몬 창업자)는 "현재는 국내 이커머스에서 중고거래 비중이 7~8%에 불과하지만, 몇년 후면 절반을 넘어설지도 모른다"며 커머스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분야로 전망했다.
(출처 : 팩플래터)
오프라인 중심이던 중고거래는 스마트폰이 확산된 2010년대 초부터 모바일로 이동했다. 올해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모바일+중고 쇼핑에 확실한 힘을 실었다.
오프라인→온라인(리커머스 1.0)→모바일(리커머스 2.0)로 : 플리마켓·개러지 세일이 보편적인 미국에선 1995년 크레이그리스트·이베이 가 PC 기반의 중고거래 시장을 개척했다. 한국에선 2003년 네이버카페로 시작한 '중고나라' 가 온라인 중고시장 첫타자. 이후 번개장터(2011년), 당근마켓(2015년) 등이 모바일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
소비 주역 Z세대의 딜레마 : 모바일 중고거래의 핵심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 경제활동은 시작했지만 가처분소득이 아직 적고, 불황과 잦은 이직으로 부모 세대보다 소비에 제약이 많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10살 무렵 인지하는 브랜드 수가 베이비부머는 1개라면, 88년생 밀레니얼 세대는 100개, 98년생 Z세대는 300개"라며 "Z세대가 쓸 돈에 비해 브랜드에 대한 지식은 많다보니 중고거래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 가속 효과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불황은 비대면 중고거래에 가속도를 붙였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이베이 중고품 판매는 30% 이상 증가했다. 오퍼업은 "이용자 10명 중 7명은 '코로나19 이후 재정 걱정이 높아졌다'고, 4명은 '중고 물품 구매를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응답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중고거래의 성장은 진행형. 당근마켓은 ‘커뮤니티’를 강조하며 ‘동네 부활’을 준비, 번개장터는 취향 중심 플랫폼으로 진화를 꿈꾼다.
기존 리딩 업체와 신규 진입자 들은 리커머스 3.0을 그리는 중. 시장 규모가 커지고 미래 세대가 리커머스를 '문화'로 즐기자, 중고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들도 늘었다.
세분화 : 중고시장은 분야별로 쪼개지고 있다. 특히 명품(Luxury) 중고거래가 급부상 중. 명품 브랜드에 익숙한 MZ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더리얼리얼’은 세계 최대 명품 거래 플랫폼이 됐다. 국내에서도 쿠돈, 에쎄모 등 스몰 명품 중고거래 샵이 인기. 유아용품·스니커즈· 모바일상품권·티켓 등 중고시장이 분야별로 세분화되는 추세.
이커머스 플랫폼 : 아마존은 중고상품 샵(warehouse)을 운영하고,이베이는 리퍼브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선 쿠팡과 네이버가 입점 중소사업자(셀러) 중고 판매를 넘어 개인 판매자간(C2C) 거래 시장 진출을 준비중. 인증·결제에 물류까지 갖춘 이커머스 강자들이 몸을 풀고 있다.
패션 브랜드 : 리바이스(Levi’s)는 지난 10월 중고사이트(세컨핸즈)를 열었다. 자사의 빈티지제품이나 소비자가 넘긴 중고 데님을 파는 곳이다. 갭(GAP)은 2월 쓰레드업과 손잡고 자사 브랜드 중고거래를 시작.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Macy's), 제이씨페니(JC-penny)도 쓰레드업과 제휴해 중고샵을 열었다. 구찌는 더리얼리얼의 손을 잡고 자사의 중고 제품을 판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중고거래는 소비에 대한 가치, 철학적 변화와 맞물린 트렌드이기 때문에 제조부터 유통・판매・재활용까지 소비 전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며 “향후 공유경제나 구독경제 등과 연결돼 중고거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