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Pro? 솔직히 말하자면...

민규·2024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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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프로를 착용한 베지터)

비전 프로가 뭔지 알아?

안녕하세요!
저는 iOS 개발자로 취준을 하다가 우연히 기회를 얻어 비전 프로 관련 연구를 하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visionOS 앱, 즉 비전 프로 앱 개발을 하는 어느 한 신입 개발자입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it 에 크게 관심없는 분들에게 비전 프로가 뭔지 알아? 라고 물어본다면 99.7%의 일반인들은 "그게 뭐야?" 혹은 "아 그 애플에서 만든 그거?" 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이건 관련 분야의 전공자에게 물어봐도 비슷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에서 야심차게 출시한 비전 프로는 사실 국내에서는 이미 망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무도 관심조차 주지 않는 이런 처참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출시 당시 애플에서 만든 새로운 VR 기기라는 점 때문에 잠깐 동안은 뜨거운 감자가 되었었지만 말이죠.

혹시 여러분들은 이 분과 같이 비전 프로를 쓰고 지하철을 타거나 밥을 먹고 있는 사람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니 적어도 주변에서 개인적으로 구매해서 사용하는 사람을 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도대체 왜 사람들은 비전 프로를 안쓰는 것인가?

저는 visionOS 앱을 개발하며 비전 프로를 지금까지 수십여번을 착용하였고 비전 프로의 공간 컴퓨팅immersive space(가상현실과 같은 느낌의 몰입형 공간) 를 정말 잘 활용했다고 생각하는 여러 앱들을 사용해보았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뭔가 비전 프로에 대해 상당히 호감을 가진 사람이 500만원짜리 비전 프로 우리들한테 팔아먹을려고 글을 썼구나! 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비전 프로를 그렇게 까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엥?)

물론 극혐..까지는 아니지만, 비전 프로가 애플의 다른 주요 제품군들보단 그닥 호감이 가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제가 visionOS 앱을 개발하지만 비전 프로에는 호감을 가지지 못하는지 하나씩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현실 사이클롭스

여러분들은 슈퍼히어로의 꿈을 가지고 계신가요? 영화 엑스맨에는 사이클롭스라는 캐릭터가 나옵니다. 사이클롭스는 슈퍼맨마냥 눈을 통해 강력한 레이저를 뿅뿅하고 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제어를 하지 못해 눈을 뜨기만 해도 뿅뿅하고 쏴버리기 때문에 항상 고글을 쓰고 다니며 스스로의 힘을 억제하고 있죠.

근데 갑자기 사이클롭스 얘기를 왜 했냐구요? 바로 글의 도입부에 언급했던 "비전 프로를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거리에서 본 적 없다" 에 대해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사이클롭스라면 비전 프로를 쓰는 것을 적극! 추천해드리고 싶지만, 현실에는 사이클롭스 처럼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는 사람이 있기는 커녕 사이클롭스처럼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고글을 쓰고 거리를 돌아다닐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비전 프로의 외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생각보다 넓은 전면 디스플레이 때문에 크고 묵직하다는 인상을 바로 받게 됩니다. 실제로 무게도 600g 정도로 꽤 무게감있는 편입니다.

(글쓴이가 비전 프로 착용한 모습)

제가 아직 미필이라 군모 사이즈로 제 얼굴 사이즈를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남자 치고는 작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비전 프로를 착용하게 되면 얼굴의 2/3 가 무슨 일식 일어난 것 마냥 가려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전만 착용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나? 그것도 아니였습니다. 따로 보조배터리 모양의 배터리 팩에 유선으로 케이블을 연결해 사용해야합니다.

이의 의도는 배터리를 따로 분리시켜 본체의 무게 총량을 줄이겠다는 것이였다만 제겐 선의 존재 자체가 조금 거슬리는 느낌입니다. 배터리 팩은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선으로 연결한 상태로 비전 프로를 사용해야 하니 줄 이어폰을 쓰던 시절의 느낌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비전프로를 사용하면서 점점 뭔가 '한국인이라면 이런 디메리트를 감당하면서 까지 착용할 일이 있을까' 와 같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비전 프로의 무게가 반 이상 줄고 배터리가 무선이 되고 디자인이 조금 더 한국친화적? 으로 바뀌면서 에어팟 맥스와 같이 패션 아이템의 영역으로 넘어가지 않는 이상 한국에 거리에선 비전 프로를 쓰고 허공에 손짓하면서 길거리를 거닐 사람들은 아마 단연컨데 없을 것 입니다.

2.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허공에 손짓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이 말에 대해서도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전 프로를 사용하기 위해선 여러분들, 마법 주문을 외우셔야 합니다. (??)

물론 장난이고, 비전 프로는 휴대폰과 컴퓨터와는 다르게 직관적인 입력장치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휴대폰은 화면을 터치하고 드래그하는 과정을 통해 앱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컴퓨터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통해 상호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전 프로만의 새로운 방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바로 트래킹입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 트래킹? 이건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이 트래킹을 통해 최근들어 조금 주춤했었던 애플의 혁신을 여기서 잠깐이나마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트래킹에는 아이 트래킹(eye tracking)과 핸드 트래킹(hand tracking)이 있는데, 아이 트래킹은 말 그대로 비전 프로가 저희의 시선을 추적하여 화면의 어떤 부분을 보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부분을 마우스 포인터처럼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핸드 트래킹은 저희의 손과 손가락의 포지션과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제스처를 통해 원하는 동작을 수행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제스처의 종류)

이 트래킹을 사용하며 컴퓨터의 마우스와 키보드, 그리고 휴대폰의 화면이 완전히 대체되었다라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누군가 제게 애플 비전 만의 차별점을 하나라도 말해보라고 하면 전 이 트래킹에 대해 완전 약 팔듯이 흥분하면서 말할 "예정"입니다. (왜 예정이냐구요? 아무도 안 물어보더라구요🥲)

물론 진짜 혁신 그 자체이고 24년도를 기준으로 말도 안되는 기술이긴 하지만..... 상상을 하나 해봅시다. 여러분들은 지금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홍대 한복판에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으십니다. !

이를 본 제 3자의 시선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콕콕 찌르고, 잡히지도 않는 공기를 꼬집고, 야스오가 되어 바람을 가르듯이 허공을 휘젓고 있는 사이클롭스의 모습이 보이게 됩니다. (안습하네요..)

단순히 코리아 사이클롭스가 되어 길거리를 배회하는 것도 부끄러워하는 저희같은 사람이 이젠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에 빙의하여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를 시전해야 하는 것이죠. (근데 나름 멋있을지도..?)

3. 난 그저 비전 프로를 쓰고 싶을 뿐인데...

대한안경사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한민국 만 19세 이상의 안경 착용률이 71% 를 넘었다고 합니다. 사이클롭스에 해리포터, 그리고 이번엔 안경이야? 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비전 프로와 안경은 정말 정말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비전 프로와 안경은 마치 평행 우주와 같이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존재인 것입니다.

안경을 쓰신 분들이 비전 프로를 사용하기 위해선 두 가지 선택지에 놓이게 됩니다. 자 우선 첫 번째, 시력 교정을 해주는 렌즈를 쓰거나 라식과 같은 시력 교정 수술을 받아서 안경과 바이바이 하는 것 입니다. 벌써부터 뭔가 눈이 건조해지고 불편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시력을 교정해주는 렌즈를 디스플레이에 넣는 것입니다. 물론 서비스로 해주는 것은 아니고 몇 십만원의 돈(정확히 모름)과 미국에서의 시력 측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좀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전자의 입장에서 비전 프로를 사용중인데 항상 사용하기 전 소프트 렌즈를 따로 끼고 비전 프로를 썼습니다.

원체 컴퓨터와 같이 눈에 좋지 않다는 것만 하루종일 들여다 보고 퇴근해도 휴대폰 액정과 멀어질 틈이 없는 삶을 살고 있던 제게 렌즈 필수 착용은 괜히 안구건조증만 악화시키는 주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울이 오며 건조해진 날씨는 안구건조증이 악화된 제게 아침마다 말도 안되는 안구의 고통을 선사해줍니다. 이건 비전 프로를 착용하게 되면서 거의 매일 렌즈를 끼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 확신합니다. 전 그저 비전 프로를 쓰고 싶었을 뿐이였는데 렌즈까지 써야한다는 사실이 가끔은 너무 슬프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

제가 계속 비전 프로의 사용자 경험 쪽만 이야기만 한 이유는 사실 다른 분들에 비해 it 기기에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고 진성 앱등이도 아니라 무슨 m2 칩이 탑재되었다느니, 램이 16기가라느니 같은 하드웨어 적인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지금부터는 긍정적인 소식을 개발과 관련된 얘기와 함께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누구나 만들 수 있는 visionOS 앱

visionOS 앱 개발을 하기 위해선 애플에서 만든 SwiftUI 라는 선언형 UI 프레임워크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몰라도 됩니다!

프론트 개발을 하셨던 분이나 다른 모바일 개발에 익숙하신 분이시라면 지금부터 공부하셔도 딱 1주면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만큼 SwiftUI 프레임워크는 정말 러닝 커브가 낮은 프레임워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Unity + visionOS 로 앱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고, 실제로 비전 프로에는 VR/MR 환경의 게임들도 많이 있지만 제가 해보지 않아서 스킵하도록 하겠습니다.ㅎㅎ)

import SwiftUI
import RealityKit
import RealityKitContent

struct ContentView: View {
    var body: some View {
        VStack {
            Model3D(named: "Scene", bundle: realityKitContentBundle)
                .padding(.bottom, 50)

            Text("Hello, world!")

            ToggleImmersiveSpaceButton()
        }
        .padding()
    }
}
(무려 3D 객체를 띄우는 SwiftUI 코드 스니펫)

SwiftUI 는 visionOS 개발만을 위한 프레임워크가 아닙니다. 무려 iOS, MacOS, iPadOS 심지어 watchOS, AppleTV 에서도 앱을 개발하고 빌드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말은 즉슨 이전에 만들었던 iOS 앱, MacOS 앱, iPadOS 앱들을 전부 visionOS 에서 빌드할 수 있고 비전 프로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허나 확실한 한계가 있긴 합니다. 단순히 앱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visionOS 만의 space computing (공간 컴퓨팅)과 immersive space (몰입형 공간)을 활용하여 "비전 프로" 스러운 경험을 주기 위해서는 따로 개발에 리소스가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공중에 둥둥 떠 있는 iPad 앱을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게 됩니다.

그러나!! 애플의 Developer 앱(애플 개발자 계정을 구매해야 사용할 수 있음)을 보면 visionOS, SwiftUI 에 관한 WWDC 의 각종 세션들의 프롬포트를 한국어로 보여주며 벨로그를 읽는 느낌으로 코드 스니펫까지 제공해줍니다. 이를 통해 SwiftUI 와 visionOS 개발에 한 발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실질적인 러닝 커브가 낮다고 생각한 것이죠.

실제로 디즈니 플러스나 줌(비전 프로의 "페르소나" 기능을 활용함) 같은 유명한 플랫폼의 앱들이 visionOS 자체 앱으로서 출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처럼 몇몇 플랫폼에서는 visionOS 자체 앱을 출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단정 짓기도 한 상황이라서 비전 프로에서 넷플릭스를 보기 위해선 웹 브라우저를 통해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2. 사실 타겟층은 우리들이 아니다?

비전 프로를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비전 프로의 타겟층에 대해 고심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제가 개발하고 있는 visionOS 앱도 그렇고 단순히 휴대폰 앱처럼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이 모두 만족하는 그런 유용함을 줄 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재 비전 프로는 헬스 케어나 건축, 협업, 교육, 디자인 등의 전문 분야에서 적절히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외과의사들이 비전 프로를 착용한 채로 최소 20회의 침습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수술에 참여한 의사는 비전 프로의 초고해상도 화면을 통해 성공적인 침습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비전 프로가 긍정적으로 응용될 여지가 있는 전문분야와 우리 소비자들은 거리가 멀다는 것과, 우리 소비자가 쓸만한 무언가 메리트가 과연 500만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라는 것이 타겟층에 대해 고심하게 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뭐 아직까진 제가 말했던 이유들을 포함한 여러 이유들 덕분에..? 비전 프로는 그렇게까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게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게 이런 취급을 받은 비전 프로는 빠른 시일 내에 단가가 줄어들고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비전 프로 2, 비전 프로 3, 비전 프로 4... 의 이름을 달고 애플의 혁신과 함께 업그레이드되어 출시하게 될 것입니다.

글을 마치며

아무리 비전 프로에 대한 호감이 크지 않다고 하여도 비전프로는 결국 made by 애플이기 때문에

언젠간 길거리에서 많은 사이클롭스들이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를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랜만에 제 생각만을 나열한 글을 적을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추후 시간이 지나 비전 프로 2같은 상위 모델이 나오게 된다면 다시 한 번 이런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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