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개발자 였던 사람의 늦은 회고글

Mandy·2024년 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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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개발 공부를 시작한 지 1년하고도 4개월이 지났다.

개발자가 되기 전에

처음에는 개발자라는 직업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 같다.

전공이 개발과 전혀 관련 없지는 않았지만, 개발자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전공 강의에서 C언어와 자바를 배웠을 때 너무 어려웠고 수업 내용만으로는 무언가를 성취해내기 힘들었기에 개발 언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커졌던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전공 강의 중 안드로이드를 배우는 등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를 학습할 기회가 생겨도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방향으로 살았고(?) 졸업했다.


그리하여 개발을 안 하면서 그렇다고 개발과 아주 관련이 없지 않은 일들을 찾아보며 취준을 했고, 운이 좋게도 꽤 견실한 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내가 수행한 업무는 전사 시스템 관리를 하는 전산팀의 업무였는데, 크게 보면 개발이 주 업무인 것은 맞지만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같이 해야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업무에서 성취를 느끼지 못하고 매일 기존 코드를 하게 될 삼아 Ctrl+c, Ctrl+v만 일삼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물론 때때로 현업 요구사항을 잘 반영한 화면을 스스로 만들었을 때는 성취감과 희열도 있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일은 기존의 수퍼-레거시🥶코드를 수선하고 가끔 DB 데이터를 업데이트해주는 일이었다.

여기서 왜 수선이라는 표현을 썼느냐 하면, 더이상 지원을 하지도 않는 스크립트 언어와 해당 화면에 얽힌 수많은 데이터를 고려했을 때, 함부로 수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구멍 난 부분을 기우듯이 문제가 되는 부분만을 수선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로 업무 성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해당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남들이 들으면 배가 불러서 그런 거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나도 굉장히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간으로서 안정적으로 급여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쉽게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업무에서 성취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은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이 있어도 나를 괴롭게 했고 매일 아침 출근이 두려웠다.

업무에서 성취를 느껴보기 위해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회사의 수퍼-레거시한 코드들을 열어보면서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생각해보고 사수와 상사에게 제안도 해보고 이런저런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회사에 고착화된 환경과 루틴은 고작 신입인 내가 함부로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큰 변화를 이루진 못했다.

그리고 수개월간 고민하고 내가 성취를 느낄 수 있을 직무가 무엇인지에 대해 탐색한 끝에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첫 취업을 준비하며

개발자로서의 첫발을 떼기 위해 개발자 되는 방법 국룰(?)인 부트캠프에 대해 알아봤다.

사실 독학으로 공부해볼까 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체계가 없이 마구잡이로 시도했다가는 이도 저도 아니게 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부트캠프에서 개발의 기초를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배우는 과정에서 많은 걸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부트캠프가 나에게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엘리스 라는 코딩교육 회사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트랙을 신청했고, 입구 컷 코테(?)를 경험해봤다. 처음으로 코딩테스트라는 걸 경험 해본 셈인데, 연습도 뭣도 없이 냅다 코테를 쳐야 하니 막막했다.

결국 코테는 처참히 망해버리고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이마저도 큰 기대 없이 편하게 봤던 것 같다. 코테가 너무 심각하게 망쳐졌기 때문에 아무리 내가 간절하다 한들 안 뽑아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역시 초심자의 행운🍀이 있는 건지 엘리스 부트캠프에 합격할 수 있었다.

(엘리스에서의 경험들은 이전 포스팅들을 참조하면 확인할 수 있다.)


엘리스 코스를 수료한 이후에는 CS 지식을 같이 공부하는 스터디도 참여하고 테오의 스프린트에도 참여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하며 취업을 준비했다.

엘리스 코스에서는 기초적인 부분만 채워졌을 뿐 여러 가지 스킬이나 지식에 대한 부재가 컸던 터라 막막했던 것도 있었다.

그리고 정해진 스케줄을 따라 공부했던 3개월이 끝나버리니 스케줄 없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 어렵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취업을 하기 전에 꼭 최소한의 요건(기초 CS, 작은 프로젝트 완성)은 채우고 싶어서 나름 부지런히(?) 살았다.

특히 이전 직장에서 퇴사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던 시기였기 때문에 취직에 대한 걱정이 앞서서 구직 사이트를 여러 군데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완성하고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면접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공부했었다.

다행히도 엘리스를 수료한 사람들 중에 같이 CS 스터디를 하고자 했던 사람들과 취업준비도 할 수 있어서 혼자라는 막막함보다 같이라는 든든함이 컸다.

아무래도 취업준비 기간에는 멘탈 관리가 중요한 만큼 꾸준히 잘해낼 수 있도록 여러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하며 스스로를 잘 다독여야 하는 것 같다.



수 많은 탈락과 좌절

이미 대학 졸업 직후에 취준을 한번 해본 터라 취준의 쓴맛(?)은 이미 경험했다고 생각했는데 취준은 익숙해지지 않는 힘듦과 어려움이 있었다.

서류를 85개가량 지원한 끝에 최종 합격은 2곳이 전부였다. 무경력에 컴퓨터공학 전공도 아닌 것을 생각하면 나름 선방(?)했다고 느꼈지만 그럼에도 순수하게 공부보다 입사지원만 집중했던 기간이 2달이었으니 취업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최종 합격한 곳 중 연봉이나 회사 규모보다는 성장 가능성, 기술 스택과 면접에서 마주한 미래의 나의 개발 동료가 되실 분들을 생각하면서 고민 끝에 결정했다.

그리고 내가 빠른 출근을 원했기 때문에 면접 2주 후인 2023년 5월부터 직장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근무했다.

처음에는 실무에 대해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자신감도 부족하고 아는 것도 많지 않아 어려웠던 것 같다.

그렇지만 친절하게 잘 알려주시는 팀원 분들 덕분에 일을 수월하게 배워나갈 수 있었다.



성장과 깨달음

처음에는 코드 컨벤션 정도만 맞추어서 코드를 작성하고 기능을 구현하는 정도로 업무에 임했다.

그런데 갈수록 복잡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사이드 이펙트가 너무 많이 발생하는 이슈가 생겼다.

이런 저런 문제점들이 생겨나기에 사수 역할을 해주시는 팀원 분에게 조언을 구했고,

그 분의 코드를 관찰하고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면서 고쳐나가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간단한 기능 구현에서 생긴 사이드 이펙트 이슈는 쉽게 해결할 수준에 이르렀다.

여태껏 코드를 짜고 나서 생각하고 다시 수정하는 루틴을 반복했었는데, 팀원의 조언에 따라 먼저 구조를 잡고 구조에 따라 코드를 상호 필요한 부분에만 적용될 수 있도록 작성하게 되었다.

나도 깨닫지 못했던 나쁜 습관은 버려지고 생각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제 3자의 시선으로 나의 코드를 분석하고 평가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 경험은 나에게 매우 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빙하기의 시작

업무 대부분이 기존 웹을 유지 보수하는 일이기는 해도 처음 해보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흥미롭고 재미있게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입사 후 3개월, 즉 수습기간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문제가 생겼다.

회사의 사정이 급속도로 나빠져서 수습기간 종료 즈음에 디자이너가 퇴사했고 몇몇 개발자들도 줄지어 퇴사하게 된 것이다.



권고사직과 취업 준비 시즌2

여러 사람이 잇따라 퇴사하면서 사내의 분위기도 무거워지고 나도 내 순서는 언제 올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업무 내용도 기존에 하던 일 외에 신규로 개발 프로젝트가 생겼지만 프론트엔드에 집중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느낌의 프로젝트였다.

초반에 해당 프로젝트에 가담했으나 점차 내가 이 회사에서 하려던 업무가 아님에도 해야 한다는 사실에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추가적으로 이탈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불안함이 커졌다.

결국 경영진 측에서 나에게 면담을 신청해서 회사의 업무 방향성과 관련되어 여러 질문과 답변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이 부분에서 진짜 내가 업무를 할 수 있는가보다는 내가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 신호를 주기 위한 면담이었던 것 같다.

그 면담이 있던 시점부터 다시 이력서를 점검하고 여러 기업에 문을 두드리는 활동을 했다.


그렇지만 대부분 회사가 경기침체 때문에 채용공고를 많이 올리지 않았고, 그에 비해 대기하고 있는 경력이 있는 이직 희망자와 취업 준비생의 수는 많았기에 좁아진 문을 뚫고 들어가기에 힘든 상황이 되었다.

결국 최종 퇴사 권고 면담이 있기까지 아무런 합격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요청했고 나는 받아들였다.

이미 회사 사정이 나빠진 것을 아는데 굳이 여기서 버티고 있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사실 나는 여러모로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더이상 회사와의 관계를 지속할 생각이 없어졌다.

대략 7개월 정도 근무 끝에 퇴사하게 되었고 또다시 취준생으로 돌아왔다.

돌고돌아 또다시 취업 준비 생활을 하게되었다.

그럼에도 아주 마음이 무겁지 않은 건 짧은 시간이었지만 실제 개발업무를 수행하면서 마주하는 상황들, 스타트업의 현실 등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미루었던 공부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열심히 도전해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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