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올 한 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언젠가 회고를 하긴 해야지 하고 미뤄뒀던 걸 결국 새해를 네 시간 남겨놓고 정리한다.
이걸 왜 해야 하나 고민도 했었는데, 모 블로그 글을 보고 어떤 것을 얻어가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회고란 팀이 정해진 기간동안 해왔던 일들에 대해 돌아보면서 문제점이나 잘한 점을 찾아내어 다음작업에도 좋은 점은 계승하고, 아쉬웠던 점들은 다른 방식을 시도해 끊임없이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부트캠프
올 해 초, 생애 두 번째 국비 교육을 들었다. C 모 사에서 주최하는 블록체인 부트캠프를 들었는데, coov앱을 사용해보고 블록체인에 관심이 생겨 참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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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서 프로젝트까지 하는 건 신선한 경험이었다. 온라인이 아니라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넓어졌다는 걸 실감했다.
- 이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개발자들을 만날 일이 적었는데, 지망생부터 다양한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워낙 나서서 친목을 다지는 성격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중에 발 넓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나갔던 프로젝트에서 과한 업무와 지독한 갑님을 만나(t사 수석님 잘 계신가요?) 프로젝트를 마치자마자 퇴사하고 1년을 보냈었다. 그래서 한동안 개발은 손도 대고 싶지 않았는데, 리액트 웹개발 초급 단계를 차근차근 진행하며 트라우마도 회복하고 힐링 할 수 있었다. 비록 블록체인 쪽으로 취업하진 않았지만 부트캠프를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Lacked
- 아쉬웠던 점이라면 부트캠프 기간에 더 많은 걸 하지 못해서 아쉽다. 물론 방통대 컴퓨터학과 마지막 학기를 마쳤고, 프로젝트 3 개를 마쳤지만 더 많은 걸 할 수 있었는데 그 시간을 유야무야 흘려보낸 것 같아 아쉽다. 내가 좀 어딘가에 속해있단 생각이 들면 풀어지는듯 하다. 특히 CS 공부를 더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 프로젝트에 좀 더 욕심을 낼 걸 다른 팀원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서 아쉽다.
Learned
- 더 배우고 싶다면 어디서 배워야 할지를 찾는 법을 배운 것 같다.
- 국비 교육은 이제 그만 들어도 되겠다는 걸 배웠다.
- 다양한 언어를 배우는 법을 배웠다.
Longed for
-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고 싶다.
-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자.
취업
취업 준비를 나름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나를 왜 뽑았는지는 아직 이해할 수가 없다.
우선 큰 회사를 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잡코리아에서 이력서를 작성하고 백엔드, 서버, 블록체인 관련 회사들에 모조리 지원서를 넣었다. 합격 연락이 오기도 했지만 면접은 보러가지 않았고, 어떤 조건의 회사에서 내 서류를 합격시켰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내 포트폴리오 진짜 잘 만들었는데 개인 정보가 많아서 바로 공개하기가 어렵다. 근데 다른 사람들이 더 잘 만들었을테니까... 그래서 일단 노션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같이 뿌렸다.
그러자 합격 연락이 오는 회사가 더 많았다. 준비가 된 것 같아 원티드에서 서류를 넣었다. 그 중에 뱅크샐러드에서 서류 합격을 했으니 라이브 코딩 테스트를 보자는 연락이 왔고, 라이브 코딩 테스트 - 시스템 디자인 테스트 - 컬처 핏 인터뷰를 거쳐 합격했다. 회사는 너무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올해 제일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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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점은 내가 더 좋은 회사를 가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뱅샐 이전에 다른 회사에 붙었었는데, 나를 좋게 평가해주셨고 연봉도 잘 챙겨준다 하셨지만 더 큰 회사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결국 거절했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가 50인 내외였기 때문에, 더 큰 회사를 다녀보고 싶었다.
-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것도 잘한 점 같다. 내가 취업을 할려면 어디서든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 내가 작성한 이력서와 자소서, 포트폴리오를 시니어 개발자님께 피드백 받은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그래서 자소서에 괜한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깔끔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었다.
Lacked
- 내가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싶은 걸 내가 잘 알면서도 이력서를 괜히 부풀리기 위해 프론트엔드 스펙을 넣었던 게 잘못된 것 같다. 회사를 다녀보니 너무 많은 걸 할 필요는 없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잘 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 관련해서, kotlin과 go를 미리 공부해둘걸 하는 아쉬움이 크다. 회사에 와서 golang을 배웠더니 간단한 split도 찾아가면서 써야 하는게 불편하다. 언젠가는 손에 익겠지만.
Learned
- 개발자로써 내가 어떤 걸 어필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특히 이력서와 면접에서 내가 '어떤 걸 할 줄 아냐' 보다 내가 '어떤 지식을 기반으로 무엇을 고민했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부트캠프 교육을 받으면서도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다.
Longed for
- 어떤 걸 고민했는지 기록하고 생각을 남겨야한다. 회사에서 회고를 하겠다고 생각해놓고도 안 하고 있었다. 이제 잘 해야지...
오늘 친구랑 클라이밍 체험을 하고 왔더니 팔에 힘이 안 들어간다. 내가 어떻게 취업 준비를 했는지 공유하면 다른 사람들한테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팔이 내 의지를 배반하고 혼자 떨고 있다. 새해를 4시간 앞둔 지금 중요한 건 또 1년동안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겨야 하는 내 팔이 아닐까. 아무튼 기록과 인내심의 중요성을 배운 한 해였고 내년은 그걸 잘 실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