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에 대한 나의 생각

zaewc·2026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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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는 보통 AI Transformation, 우리말로 ‘인공지능 전환’을 뜻한다.

1. 요즘 어디를 가도 AX라는 말을 듣는다.

기업은 AX를 선언하고, 정부는 AX 확산을 이야기한다. 개발 현장에서는 ChatGPT나 Claude Code 같은 생성형 AI는 이미 낯설지 않고, 코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AI가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이제는 AI를 쓰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실제로 Stanford HAI의 2025 AI Index Report에 따르면 2024년에도 조직의 78%가 최소 하나 이상의 업무에서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AX’라는 표현 자체가 상당히 한국적인 용어라는 것이다. 혹자는 AX가 주로 한국을 중심으로 AI Transformation을 의미하는 단어로 통용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AI Transformation이나 AIT처럼 보다 직접적인 표현이 사용된다고 지적한다.

용어 정의보다 더 중요한 것은 Transformation의 의미다.

AX를 AI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만 이해해버리면 Transformation이라는 단어가 빠져도 될 것이다. 대부분의 자료에서 AX는 “조직과 산업 전반의 운영 방식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우리가 알고있는 DX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주문하던 일을 키오스크 주문으로 바꾸는 것이 DX라면, 고객의 주문 이력과 시간, 날씨를 분석해 먼저 메뉴를 추천하는 것은 AX에 가깝다. 전자가 기존 절차를 디지털로 옮기는 일이라면, 후자는 기술이 가능하게 만든 새로운 방식을 전제로 프로세스 자체를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AX에서 A보다 X가 더 중요한 글자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떤 AI를 사용했냐가 아니라 그 AI 때문에 무엇이 달라졌냐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2. using AI != AX

개발자의 일상으로 가져와 보면 이 차이는 더 선명하다.

예전에는 직접 작성하던 코드를 AI에게 작성시킨다. 뭔가 안된다 싶으면 log를 복붙하고 원인을 물어본다. test code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변경사항을 토대로 PR을 작성해달라고 한다.

분명 생산성은 올라간 것 같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AX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이것을 AI를 기존 workflow에 끼워 넣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요구사항을 받고, 사람이 구현 방법을 정하고, 사람이 코드를 작성하던 기존 과정에서 ‘코드 작성’이라는 한 칸만 AI로 교체한 것만 같다.

이 문제는 기업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AI 도입이 가장 앞선 기업들의 특징으로 걍 tool을 보급하는게 아니라 AI가 할 수 있는 일을 기준으로 workflow를 다시 설계하는 것을 꼽는다.

특히 AI를 사용하는 조직 가운데 일부 workflow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했다고 답한 비율이 21%에 불과했다. 동시에 조사한 25개 조직 특성 가운데 workflow re-design이 생성형 AI의 EBIT 효과와 가장 강하게 연결된 요소로 나타났다. 출처

더 최근에 들어서는 그 차이가 더 잘 나타난다.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한 조직의 리더가 기업 차원의 AI 가치를 체감했다고 답한 비율은 32%, 그렇지 않은 조직은 6%였다. 즉 workflow를 재설계한 조직이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약 5.3배 높은 확률로 기업 차원의 AI 가치 창출을 보고했다. 출처

결국 키포인트는

“우리 회사에서 챗지피티를 몇 명이 쓰고 있는가?”

가 아니라

“AI가 없던 시절에 만든 이 업무 방식이, AI가 존재하는 지금도 최선인가?”

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의를 한 뒤 AI로 회의록을 요약하는 것보다 애초에 모든 사람이 참석해야 하는 회의인지 다시 생각하는 것,
기획서를 작성한 뒤 AI에게 다듬어 달라고 하는 것보다 기획부터 검증까지의 과정을 AI와 사람이 어떻게 나눌지 다시 설계하는 것,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한 뒤 AI에게 리뷰를 받는 것보다 요구사항 분석 -> 구현 -> 테스트 -> 리뷰까지 전체 개발 사이클에서 사람과 AI의 책임을 다시 정의하는 것이 AI 활용과 AX의 경계라고 생각한다.

3. experience the AX firsthand

필자 역시 처음에는 AI를 ‘더 빠르게 개발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모르는 내용을 질문하고, 코드를 생성하고, 반복 작업을 맡겼다. 생산성이 좋아졌다고 느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AI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개발을 하면서 조금 다른 경험을 했다.

반복되는 작업을 맨날 AI에게 설명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규칙의 성능을 분석하려면 단순히 코드를 생성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존 구현을 파악하고, 병목을 찾고, benchmark를 만들고, regression을 검증하고, 프로젝트 관례에 맞게 테스트까지 해야 한다.

처음에는 필요한 순간마다 AI에게 하나씩 질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질문이 바뀌었다.

“이 일을 AI에게 어떻게 시킬까?”

가 아니라

“AI와 함께 일한다는 전제로, 이 프로세스 자체를 어떻게 설계할까?”

필자는 실제로 오픈소스에서 반복되는 rule 성능 분석테스트 작성을 Agent Skill로 구조화한 경험이 있다. 사람이 매번 맥락을 처음부터 설명하는 대신 오픈소스 프로젝트 안에 축적된 작업 방식과 판단 기준을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도였다.

여기서 내가 체감한 변화는 지식이 전달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경험이 많은 개발자의 머릿속에 있던 프로젝트의 관례와 작업 절차를 다른 사람이 docs와 코드를 읽으며 습득했었다면, 이제는 그 지식을 AI가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해서 사람과 AI 모두가 재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AI에게 일을 하나 더 맡긴 것이 아니라, AI가 존재한다는 전제로 일이 흘러가는 길을 바꾼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나는 이 경험을 통해 AX가 무엇인지 조금은 체감할 수 있었다.

4. 그래서 AX의 핵심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AI는 주어진 일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자동화해야 하는지, 지금의 프로세스에서 무엇이 불필요한지, 결과가 좋은지 나쁜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는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AX가 모호하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AI 모델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끝났다면 AX는 IT 부서의 기술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하지만 AX에서는 데이터와 인프라뿐 아니라 조직 구성원의 역량과 문화까지 함께 바뀌어야 할 것이다.

AX의 네 가지 핵심 요소를 데이터 + 인프라 + 사람 + 문화로 구분한 포스팅을 읽은 적이 있다. 거기서도 AI 결과를 해석해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사람의 역량을 강조했던 것 같다.

‘agentic organization’도 비슷하다. 기존 프로세스 위에 챗봇이나 코파일럿 덧붙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workflow 자체를 처음부터 AI-first로 설계하고 사람과 AI agent의 역할·기술·조직 구조까지 함께 바꿔야 한다고 설명한다. 출처

결국 좋은 AX가 요구하는 역량은 단순히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는 일을 충분히 이해하고, 무엇을 AI에게 맡길지, 무엇을 사람이 판단할지, 그리고 무엇을 애초에 하지 않을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다.

AI 시대에 오히려 도메인 지식과 문제 정의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의견들이 많은데, 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AI가 답을 만드는 비용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그럴수록 어떤 질문이 풀 가치가 있는지 결정하는 능력의 비용은 올라간다.

5. 소신발언

나는 당장 개발자가 사라진다는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신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으로서의 개발자(코더?)는 점점 설명력이 부족한 직업 정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코드 생성은 개발 업무에서 가장 빠르게 AI가 개입하고 있는 영역이다. 앞으로 AI Agent가 더 발전하면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코드를 만들고, 테스트하고, 오류를 수정하고, PR을 만드는 일까지 더 많이 자동화될 것이다.

그때 개발자의 가치는 코드 싸재끼기에서 나오기 어려워진다.

대신 더 상위 단계로 이동한다.

  • 어떤 문제가 진짜 문제인지 정의하는 것
  • 복잡한 요구사항에서 서로 충돌하는 조건을 발견하는 것
  • AI가 작업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컨텍스트를 설계하는 것
  • 생성된 결과가 서비스의 목적과 맞는지 검증하는 것
  • (기술적으로 가능한) 여러 선택지 중 어떤 것이 유저와 조직에 가장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

예전의 개발자가 코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었다면 앞으로의 개발자는 사람과 AI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감히 예측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AI가 코드를 더 잘 작성할수록 개발자는 코드 바깥을 더 많이 봐야 한다. 코드 바깥을 보라 함은, 사용자를 보고, 비즈니스를 보고, 조직을 보고, 자신이 만들고 있는 시스템 전체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6. 총총

내가 생각하는 AX는 AI가 있다는 전제 아래 기존의 업무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바꿀지 결정하는 것도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어쩌면 AI 시대에 가장 크게 바뀌어야 하는 것은 AI가 아니라 우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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