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우울: 한 개 면

K천둥김거숭이·2022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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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건 없고, 처음에는 그냥 간단했다. 그냥, 주말 내내 침대 밖을 안 나가던 날이 좀 많아졌다. 그러다 금요일부터 쭉, 또 어떨 땐 월요일까지 쭉 안나가는 주가 많아 지기 시작 한 정도. 딱 그정도의 게으름으로 취급할 수 있는 누군가의 일상. 한 번 나가면 크게 문제 없이 일 하고, 웃고 떠들고, 그런 날은 시간이 모자라서 쉰 날을 후회한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한 번 침대에 누워 버리면 아무 상관없었다. 누워서는 바쁜 일이 많았다. 오는 연락은 안 받아도 휴대폰은 계속 돌아가고 충전은 멈추지 않는다. 휴대폰 빛이 너무 밝아 옆에 작은 등도 두었다. 그렇게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 밤. 그 빛 속에서 판타지를 보고, 꿈을 꾸고, 판타지에서 꿈, 꿈에서 판타지 그렇게 모든게 섞여서 눈을 뜰 때마다 꺼진 화면을 꼭 쥔 손을 보면 한심하지만 또 당연히 전원 버튼을 눌러 불을 밝힌다.

난 그래도 일주일 중에 4-5일은 학교를 가거나, 일을 할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있다. 그러고 있으면 밖에 나가서 웃고 있는 내가 조금은 병신 같다가도 또 그게 사람 같다. 밥은 꾸준히 챙겨 먹는다. 체력이 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서, 나가서 돌아다니면 허기가져서 꼭 들리는 김에 뭐 하나 더 사놓으니까 문제 없이 재료 조달을 한다. 그래서 늘 가방은 무겁고, 양 손엔 꼭 뭘 쥐고 있다. 벅차게도 산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 정도면 부지런하다고 한다. 아니라고 부정해도 그들 앞에서는 절대로 누워있는 모습 안 보여줄거니까, 뭐 절대로 알 수가 없나.

이런 기분을 우울감이라기보단 동기가 없어서 누워있는거라 자부하며 누워 있다. 병만 아니면 괜찮다. 주위의 친구들 얘기들어보면 나 정도는 한 없이 가볍다. 근데 가벼우면 병이 아닌가? 가벼우면은 치료할 필요가 없나? 난 늘 아파서 병원에가면 이 정도는 가볍다며 진통제만 받아왔다. 턱 뼈에서 소리가 나는 정도는 많이들 그렇단다. 턱 디스크가 모두 닳아도 모르는 사람도 있다며 비교 당했고, 한 쪽 다리를 누가 잡아 당기는 것 같은 기분이 매일 밤 들어서 근육통을 호소해도 몸이 뒤틀려도 아픈걸 모르는 사람도 있다고해서 그 이후로는 잘 안갔다. 서운했다. 근데, 그래도 내 우울은 가볍기때문에 곧 떠날꺼야. 난 내일 촬영 준비를 하러 나갈 것이다. 그러면 또 한바탕 즐겁고, 부족한 부분에 성장을 다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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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산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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