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만 짜는 시대는 끝나간다. 그렇다고 코딩이 필요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 대체 뭘 해야 하는 걸까?
AI 석학 8명의 최신 견해(2024–2025)를 공부하고, Product Engineer라는 새로운 역할을 파고들고, 실제 채용 공고를 뒤지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어떻게 만들까"의 시대에서 "무엇을 만들까"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 글은 그 변화가 뭔지, 개발자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뭘 공부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글이다.
AGI가 언제 오느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끼리도 격렬하게 싸운다.
공격적인 쪽:
신중한 쪽:
가장 경고음이 큰 쪽:
가장 실용적인 쪽:
여기서 보이는 패턴이 있다.
AGI 기업과 상업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Altman, Hassabis)이 더 공격적인 타임라인을 말한다. 이해관계가 거의 없는 Hinton이 가장 강한 경고를 낸다. 같은 급의 권위자인 LeCun은 여전히 강하게 회의적이다. 그리고 Dario Amodei가 "2025년 9월까지 AI가 코드 90%를 쓸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게 하나 있다:
코드를 '쓰는' 일의 가치는 내려가고,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일의 가치는 올라간다.
현장의 데이터도 이걸 뒷받침한다. Stack Overflow 2025 Developer Survey에 따르면, 개발자의 84%가 AI 도구를 사용하거나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2024년 76%에서 상승). AI 도구 사용은 보편화되었지만, AI 출력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도 46%로 전년 26%에서 크게 올랐다. 도구는 쓰지만 맹신하지는 않는다 — 이게 현재 개발자 생태계의 정확한 온도다.
제품 사고(Product Thinking)
시스템 설계와 아키텍처
디자인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
Stack Overflow의 같은 조사에서, 바이브 코딩이 실무의 일부라고 답한 개발자는 23%에 불과했다. 77%는 바이브 코딩이 자신의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프롬프트만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건 아직 '프로'의 세계가 아니다.
중요한 뉘앙스가 있다. 깊은 전문성 자체는 여전히 중요하다. 상품화되는 건 "표면적인 프레임워크 숙련도"다. "React 전문가"나 "Rails 하는 사람" 같은 라벨의 권위가 약해지는 거지, React를 깊이 아는 것 자체가 쓸모없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React가 '잘못된 선택'인 순간을 알아차리고, 더 나은 선택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해진다.
아니다.
Hinton의 "중급 프로그래머로 먹고살기는 오래 못 간다"와, Ng의 "코딩 배우지 말라는 건 최악의 조언"은 모순이 아니다. 둘은 같은 변화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말한 것이다.
AI가 대신 해주는 것은 확실히 있다:
하지만 실제 프로덕션에서 돈이 되는 문제는 다르다:
AI가 코드를 만들어줘도, 판단하고 책임지고 설계하는 건 사람이다. 아직까진.
이건 역사에서 반복된 패턴이다. 계산기가 나왔을 때 수학자가 사라지지 않았다 — 단순 계산은 기계가 대신하고, 수학자는 연구·증명·모델링으로 올라갔다. 엔진이 발명되었을 때 운송업이 없어지지 않았다 — 누가 운전하고 얼마나 빨리 가는지가 바뀌었을 뿐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도 같은 길을 간다.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현실이 하나 있다. AI가 코드를 빠르게 뱉어내면, 일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일의 종류가 바뀐다.
Stack Overflow 2025 조사에서, 개발자의 66%가 AI가 생성한 "거의 맞는" 코드를 수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45%는 AI 생성 코드를 디버깅하는 게 시간이 많이 든다고 했다. AI가 코드 "쓰기"를 도와줄수록, "읽기"와 "검증"의 부담이 커지는 역설이 생긴 거다.
이건 버그가 아니라 피처다. Gilles Barbier가 명명한 "AI 피로(AI Fatigue)" — 끊임없는 모델 업데이트,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 그리고 항상 생산적이지만 항상 검증이 필요한 AI 도구가 만드는 피로감. AI가 plug-and-play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복잡성 — 디버깅, 보안 우려, 컴플라이언스, 레이턴시 트레이드오프 — 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그리고 AI 도구를 신뢰하지 않을 때 75%의 개발자가 여전히 사람에게 도움을 구한다고 답했다. AI가 아무리 빨라져도, 결국 복잡한 문제에서는 사람의 판단이 최종 방어선이다.
이 복잡성을 다룰 수 있는 건 전략적이고 깊은 사고를 가진 시니어 개발자뿐이다. AI가 만든 코드가 늘수록, 가드레일, 아키텍처, 레거시 시스템을 이해하는 사람 없이는 20~30년 후에 풀 수 없는 스파게티 코드가 쌓인다.
GenAI가 만든 또 다른 큰 변화가 있다.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Lovable은 0에서 ARR $10M을 2달 만에 찍었다. Bolt, Replit, Cursor, Windsurf 같은 도구들이 "코드 한 줄 안 짜고 앱 만들기"를 현실로 만들었다. 이건 10년 전 Shopify가 "누구나 온라인 쇼핑몰을 열 수 있게" 한 것의 연장선이다.
이 흐름을 Younes Rharbaoui는 "Permissionless Creation(허가 없는 창작)" 이라고 부른다 — 지식 장벽이 사라지고, 누구나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로 만들 수 있는 세상.
그런데 여기서 역설이 나온다.
만드는 건 쉬워졌는데, 알리는 건 더 어려워졌다. 경쟁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고객 획득 비용(CAC)이 올라가고, 채널은 포화된다. 심지어 AI 아바타가 바이럴 콘텐츠를 복제하는 지경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처럼 — 콘텐츠는 무한한데 좋은 걸 찾기는 더 어려운 세상.
이게 개발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코드를 짤 수 있다는 건 더 이상 차별화가 아니다. 프롬프트로 만든 코드는 누구나 복제할 수 있고, 그건 투자자 관점에서 방어 가능한 기술(moat)이 아니다. 진짜 경쟁력은 "왜 이걸 만들어야 하는지"를 아는 것,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할지"를 아는 것, 그리고 AI가 복제할 수 없는 독자적 기술이나 데이터를 가진 것에서 나온다.
표면적인 코드는 상품화됐다. 하지만 시스템 사고, 아키텍처, 그리고 그 시스템이 해결하는 진짜 문제에 대한 이해 — 이것들은 상품화할 수 없다.
여기서 떠오르는 역할이 Product Engineer(PE)다.
2019년 Atlassian의 Sherif Mansour가 처음 개념화했고, Gergely Orosz(Pragmatic Engineer)가 체계화했고, 지금은 PostHog, Vercel, Linear, Ashby 같은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제품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고, 누구의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직접 파악하고, 만들고, 출시 후 데이터로 검증까지 하는 개발자"
전통적 개발자와 비교하면:
| 전통적 개발자 | Product Engineer |
|---|---|
| 스펙 받으면 구현 | 스펙 자체를 같이 만듦 |
| "어떻게(how)" 집중 | "무엇을 왜(what/why)" + how |
| 코드 머지하면 끝 | 유저 반응 확인해야 끝 |
| 내 코드 품질에 자부심 | 내 제품 결과에 자부심 |
| 전문 영역 깊이 | 필요하면 뭐든 건드림 |
이건 앞서 언급한 Antoine Azar가 말하는 "Multi-spired Engineer" 와도 통한다. 코딩만 깊은 I자형이 아니라, 제품·디자인·비즈니스 등 여러 영역에 스파이크를 가진 사람. Steve Jobs가 기술 + 디자인 + 마케팅을 결합해서 Apple을 만든 것처럼, 여러 분야의 교차점에서 혁신이 나온다.
AGI 시대에 Anderson Smith가 예측한 "AGI Wrangler" — AI 에이전트를 지휘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 — 도 이 연장선에 있다. 코드를 직접 많이 짜지 않지만 자연어로 목표를 정의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멀티 에이전트 워크플로우를 설계하는 역할. 이것도 결국 깊은 기술적 감각이 전제되어야 한다 — AGI가 잘못된 DB 스키마를 만들거나 레이스 컨디션을 슬쩍 넣을 때, 그걸 잡아내려면.
PostHog ($248K–$272K): PM 없음. 엔지니어가 제품 전체를 소유. 매주 돌아가며 고객 이슈를 직접 해결하는 "Support Hero" 역할 수행. 모든 걸 문서화하고 대부분 공개.
Vercel ($196K–$294K): 풀스택 5년+, JS/TS 숙련, AI 모델/API 경험 필수. 개발자 경험(DX)에 대한 열정.
Linear: TypeScript end-to-end, 복잡한 React 컴포넌트 구현, 퍼포먼스 프로파일링/디버깅. "스마트하고 high-agency(자율 행동력) 있는 사람."
핵심은: 코딩 실력이 약하면 PE가 안 된다. 코딩은 기본 전제이고, 거기에 제품 감각을 더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핵심이다. "AI 도구를 잘 쓰는 것"은 표면이고, 그 아래에 AI가 대체 못하는 엔지니어링 판단력이 있다.
AI는 코드를 빨리 쓰지만, 무엇을 정확히 만들지를 못 박는 사람이 가치가 올라간다. Andrew Ng이 말한 "병목이 구현에서 명세로 이동한다"가 바로 이거다.
AI가 "가능한 구조"는 제시해도, 너의 서비스, 너의 팀, 너의 속도에 맞는 선택은 사람이 해야 한다. "오늘의 아키텍처 선택이 6개월 후 어떤 문제를 만들지"는 컨텍스트를 아는 사람만 판단할 수 있다.
AI가 도와주긴 한다. 하지만 재현 환경, 유저 컨텍스트, 시스템 상태를 동시에 보면서 현장에서 장애를 잡는 사람은 앞으로도 귀하다.
AI가 만든 코드가 늘수록, 품질 관리와 안전장치가 더 중요해진다. PostHog이 피처 플래그를 아예 제품으로 만들 정도로 이걸 중요하게 본다.
AI가 코드를 빨리 쓰면, 취약점도 빨리 퍼진다. 보안 감각은 프리미엄 스킬이 된다. Anderson Smith의 표현대로, AGI 시대에도 보안 엔지니어가 "적처럼 생각하는"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생성한 코드의 양이 폭발하면서, 보안 검증의 가치는 더 올라간다.
이건 AI가 "답"을 주기 어렵고, 실측하고 튜닝하는 사람이 강한 영역이다.
이걸 종합하면, 개발자에게 필요한 공부는 세 개 층으로 나뉜다.
1층 없으면 실행이 안 되고, 2층 없으면 AI가 뱉은 코드를 판단 못하는 사람이 되고, 3층 없으면 뭘 만들지 모르는 사람이 된다. 세 개 다 필요하다.
이 모든 걸 관통하는 원칙은 세 가지다.
1. 가치 사슬을 위로 올라가라
코드 작성에서 시스템 설계로. 스펙 구현에서 제품 정의로. 남의 비전을 실행하는 사람에서, 결과를 소유하는 사람으로.
Netflix가 영화관의 파티를 끝냈고, Uber가 택시의 파티를 끝냈듯이, AI가 지금 개발자의 파티를 끝내고 있다. 하지만 그 산업들은 죽지 않았다 — 줄어들고, 변형됐고, 적응한 쪽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개발자도 마찬가지다. 다윈이 말했듯이, 살아남는 건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다.
2. AI를 지팡이가 아니라 증폭기로 써라
시니어 개발자는 주니어보다 2.5배 더 많은 AI 생성 코드를 프로덕션에 반영한다는 데이터가 있다. 이들은 AI를 맹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 AI가 틀렸는지 아는 사람이다.
Stack Overflow 조사가 보여주듯, AI 도구 사용은 84%까지 올랐지만 신뢰는 오히려 떨어졌다. 쓰되 검증하는 사람, AI가 "거의 맞는" 코드를 뱉었을 때 그 "거의"의 위험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진짜 가치가 있다.
3. 스킬이 아니라 자산을 만들어라
연봉은 선형으로 오르지만, 자산은 복리로 쌓인다. 유저가 있는 제품, 배포 채널이 되는 콘텐츠 오디언스, 신뢰 기반 컨설팅 레퓨테이션, 반복 매출이 나오는 SaaS — 이런 것들이 연봉보다 더 강하게 쌓인다.
여기에 한 가지 더: AI가 복제할 수 없는 독자적 자산을 만들어라. 프롬프트로 만든 코드는 누구나 같은 프롬프트로 복제할 수 있다. 하지만 독자적 데이터, 독자적 사용자 기반, 특정 도메인에 대한 깊은 이해를 코드로 구현한 것 — 이런 것들은 복제할 수 없다. VC가 투자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방어 가능한 것도 이런 종류의 자산이다.
Atlassian의 결론을 빌리면 이렇다:
"명세대로 코드를 쓰는 것만이 역할 정의인 사람은 매일 더 빠르고 더 싸지는 에이전트와 경쟁한다. 하지만 문제를 깊게 이해해 '정답 같은 해결책'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만드는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가치가 높다."
순수 코딩은 상품화된다. 대신 코드 주변의 사고 — 무엇을, 왜, 누구를 위해, 어떻게 전체를 맞물리게 할지 — 가 프리미엄 스킬이 된다.
AGI가 소프트웨어를 거의 제로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오면, 한 명의 엔지니어가 200명 팀이 필요했던 소프트웨어를 감독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인디 개발자 혼자서 유니콘급 제품을 만드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그 시대에 가장 가치 있는 건 코드를 가장 빨리 짜는 사람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 세계의 시스템을 깊이 이해하고,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고, 기계를 언제 믿고 언제 무시할지 아는 사람이다.
결국 방향은 명확하다:
개발자에서 유연하게 사고를 확장해야 한다. 코딩을 버리는 게 아니라, 코딩 + α를 만드는 것이다.
그 α가 뭔지는 이미 보인다. 이제 실행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