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원유

한올·2026년 6월 16일
post-thumbnail

조사 배경

주식에서 쳐 맞고 외양간 고치러 가요. 🥲

주식 매매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유가의 등락이 증시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곧 유가 상승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전쟁 발발 직후 코스피는 10% 이상 급락을 했고, 전문가들은 이 날 낙폭이 당일 하락 기준 9.11 테러보다 많은 하락폭이라고 말합니다.

"원유가 그 정도로 중요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접할 수 있는 '기름'의 중요성은 차량에 채우는 소비재 따위에 불과했습니다. 아무리 기름값이 올라도 나에게는 10만원 안팎의 추가 지불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다만 주식을 하면서 세계 시장은 유가에 좌지우지 된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되었고, 원유라는 것이 왜 이렇게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원유(crude oil)란

사전에서는 원유를 "지하 유층에서 채굴한 정제하지 않은 상태의 액체 탄화수소 혼합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간단히 땅에서 갓 뽑아낸 가공되지 않은 기름을 원유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원유는 끓여서 가공한다

인간은 원유의 등골까지 쏙쏙 빨아먹는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가요


원유를 거대한 증류탑에 넣고 끓이면 끓는점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차례로 분리되는데, 이를 분별증류 라고 한답니다. 탑의 위쪽에서부터 가장 아래쪽에 남는 무거운 찌꺼기까지 버리는 것 하나 없이 탈탈 털어서 활용한다고 합니다.

원유의 가격이 갑자기 오르게 되면 내 생활에 어떤 제약이 생기는지 와닿게 정리해보았습니다.

유가 상승과 일상의 관계


  • 옷 가격이 올라간다 [나프타 ➔ 합성섬유]

  • 화장품 가격이 올라간다 [나프타 ➔ 화학오일]

  • 플라스틱 제품 가격이 올라간다 [나프타 ➔ 플라스틱]

  • 식비가 올라간다 [중유·등유 ➔ 물류비]

  • 운동화 가격이 올라간다 [나프타 ➔ 합성고무]

  • 매일 쓰는 샴푸와 세안제 가격이 올라간다 [나프타 ➔ 계면활성제]

  • 우산, 비닐봉지 등 잡화 가격이 올라간다 [나프타 ➔ 방수 코팅 및 필름]

  • 배달비가 올라간다 [휘발유 ➔ 오토바이 연료]

  • 택배비(쿠팡 로켓배송)가 올라간다 [경유 ➔ 화물 트럭 연료]

  • 마트 채소 및 농산물 가격이 올라간다 [나프타 ➔ 질소 비료]

  • 전기세와 난방비가 올라간다 [중유·등유 ➔ 발전 및 난방 연료]

  •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월세가 올라간다 [아스팔트·찌꺼기 ➔ 건축 자재]

  • 자가용 엔진오일 교체비가 올라간다 [기유 ➔ 윤활유]

  • 인테리어 가구 및 바닥재 가격이 올라간다 [나프타 ➔ PVC 및 합성수지]

  • 항공권 가격이 올라간다 [등유 ➔ 항공유]

  • 대출 이자가 올라간다 [유가 상승 ➔ 기준금리 인상]


내가 타는 버스와 지하철, 매일 만지는 스마트폰 케이스와 노트북, 심지어 입고 있는 옷과 마라탕에 들어가는 채소의 비료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문명이 원유라는 사기템을 굳히고 쪼개서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좀 무섭지 않나요.

세계 3대 원유

세계에는 수많은 유전에서 나오는 원유가 있고, 각 원유마다 고유의 특성과 성분의 차이는 물론 물류 조건과 생산 지역이 모두 다르답니다. 그래서 원유 각각의 가격을 매기기는 꽤 까다로운 편인데요.

이때 기준 좌표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3대 원유입니다. 시장에서 거래가 매우 활발해서 가격 형성이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기준이 되어주기 때문이죠.

여기서 3대 원유란

  • 두바이유
  • 브렌트유
  • 텍사스유(WTI)

위 3종의 원유를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두바이유는 아시아, 브렌트유는 유럽, 텍사스유는 북미 즉 3개의 대륙을 대표하는 녀석들입니다. 얘네들을 기준으로 삼아 다른 원유들의 품질이나 여러 조건들을 비교해가며 가격을 더하거나 빼는 식으로 전체 유가를 계산하는 시스템인 거죠.

텍사스유(WTI)

서부 텍사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이며, 불순물(황 함량)이 가장 낮아 3대 원유 중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답니다. 원래 미국 내에서만 전량 소비되지만, 세계 최대 선물 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되어 대량 거래된다는 상징성 때문에 국제 유가의 대장 지표로 활용되곤 합니다. 육상에서 생산되어 파이프라인 운송비가 붙다 보니 과거에는 다른 원유들보다 확실히 비쌌는데, 미국 셰일 혁명 이후 공급량이 미친 듯이 늘어나면서 요즘엔 브렌트유보다 낮게 거래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브렌트유(brant)

영국과 노르웨이 사이의 북해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들을 총칭하는 단어입니다. 서부 텍사스유와 더불어 황 성분이 적은 고품질 원유로 대접받는데요. 이 녀석의 강력한 장점은 바다(해상)에서 생산되어 바로 대형 선박에 실어 나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로의 배달이 매우 자유롭다는 뜻이죠. 우리가 뉴스나 대중 매체에서 '브렌트유'를 들을 때는 보통 런던 선물시장(ICE)의 선물 가격을 의미합니다.

두바이유(Dubai)

중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들을 총칭하는 단어입니다. 실제 두바이 땅에서만 나오는 기름은 아닌데요. 앞선 두 원유에 비하면 품질은 가장 떨어지는 편인데, 황 함량이 많고 끈적하고 묵직한 중질유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WTI와 브렌트유가 선물 시장에서 주로 굴러가는 것과 달리, 두바이유는 전통적으로 묻고 더블로 바로 쏴주는 현물 거래의 비중이 크답니다.

한국은 두바이유를 사용한다

대한민국이 3대 원유 중 가장 질 낮은 원유인 두바이유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우선 저렴한 가격입니다. 두바이유는 3대 원유 중 황 함량이 가장 높은 질 낮은 원유이며, 가격 또한 가장 저렴합니다. 가격이 싸니 일단 대량으로 떼어오기 이보다 좋을 수 없습니다.

둘째로 저렴한 물류비입니다. 두바이유는 중동, 즉 서아시아 쪽에 위치해 있어 지정학적으로 북미(WTI)나 유럽(브렌트유)보다 우리나라와 훨씬 가깝습니다. 배로 실어 나르는 거리가 짧으니 당연히 기본 운송비가 굳습니다.

마지막이자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정유 시설의 기술력' 입니다. 이게 꽤 재밌는 포인트인데, 싼 게 비지떡이라고 찌꺼기(황)가 많은 질이 좋지 않은 두바이유를 가져와서 고급 휘발유로 벼려낼 수 있는 초고도화된 정제 공장을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빵빵하게 지어놨기 때문입니다.

기술력이 괴물 수준이니 굳이 비싼 WTI나 브렌트유를 살 필요가 없는 거죠. 싼값에 두바이유를 떼어다가 기술력으로 탈탈 털어서 고품질 기름으로 가공해 쓰는 것이 훨씬 이득이니까요. 실제로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지만, 이렇게 만든 석유 제품을 전 세계에 역수출하는 '석유 제품 수출 강국'이기도 하답니다.

profile
노션이 터져서 임시로 사용하는 오픈 세컨 브레인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