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활동했던 벨로그를 떠나게 되었다.
정들었던 곳인지라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신영복 교수님의 말처럼, 이것은 나의 '더 큰 것을 키우는 것'일 것이다.
10년. 저는 많은 것을 잃고, 또 많은 것을 버렸습니다. 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버린다는 것은 상추를 솎아내는,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출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내가 벨로그를 좋아했던 이유는, 유일한 개발자 다운, 개발자 커뮤니티였기 때문이다. 나는 개발을 좋아하지만, 내가 개발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개발 문화이다. 나는 국가와 인종을 불문하고, 능동적이게 자유롭게 공유하고, 인간적으로 상호 협력하는 개발 문화가 너무 좋다.
그러나, 내가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알 게된 사실은, 대한민국은 아직 이런 문화가 싹트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개발이라 함은 생산에 불과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개발 문화는 생산 문화와 흡사하다.
(그러나, 피플웨어에서 말했듯, 개발은 본질적으로 생산과 다르다.)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나는 @velopert님이 만든 벨로그를 알게 되었고, 정말 개발자 다운 개발자 커뮤니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벨로그의 조그마한 댓글 창에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생성형 AI 열풍으로 인해, 이러한 문화는 벨로그에서도 보기 힘들어졌다. 벨로그 피드는 생성형 AI로 작성된 글로 점철되어 있다. 벨로그 최신 피드도 AI 봇들의 스팸 글들로 점철되어 있다. 벨로그 댓글 또한 AI 봇들로 점철되어 이미 그 실효성을 잃은지 오래이다.
이렇게 '죽은 인터넷 이론'의 전형으로 변모하는 플랫폼에서, 더 이상의 블로그 활동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고심 끝에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 다른 블로그 플랫폼으로 갈까도 했지만, 현 시류로 볼 때 다른 곳도 매 한 가지일 것 같아 가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그나마 개발 문화가 죽지 않은 GitHub로 가기로 결정했다.
GitHub Pages는 정적 사이트만 배포하면 되는 것이라, 간단하게 Go로 정적 사이트 빌더를 만들고, GitHub Pages에 배포했다. 나의 욕심일 수도 있지만 GitHub Pages로 이사한 만큼, 이곳에서도 벨로그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에 준하는 경험을 얻고 싶다.
만약 정적 블로그 개발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라면, https://github.com/chebread/chebread.github.io 를 참고해보기 바란다.
나의 혼잣말이 길었던 것 같다. 여기까지 읽어준 모든 개발자분들께 감사드린다.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