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코인 프로젝트 후기

iguigu·2022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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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스타트업에서 코인 프로젝트를 3달 정도 진행한 후기입니다.

입사

졸업해보니 29살

일단 기본적인 저의 백그라운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학부 CS 전공
  • 대학원 석사 Blockchain 관련 연구

그저 무난하게 학부 4년, 군대 2년, 대학원 2년하고 사회 초년생이 되니 29살이 되어있었습니다. 학부 때 여기저기 인턴하다가, 학부 졸업 후 크립토 스타트업에 조인했었는데 생각보다 재밌는 시장인 것 같아서 대학원 진학 후 본격적으로 공부(연구)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박사 과정은.. 저와 맞지 않다 생각하였고 또 블록체인 산업이 워낙 빠르게 바뀌다보니 현업에서 일하는게 빨리 돈 벌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게 졸업 후 여기저기 찔러보다가 크립토 프로젝트로 한 몫 크게 챙기신 연구실 선배가 프로젝트를 하나 더 한다길래 찍먹하기 위해 조인하게 되었습니다.

나도 이제 부자..!?

우선 조인하기 전부터 코인은 ERC20 형태로 발행되어, 해외 거래소에 상장이 되어있는 상태였습니다. 입사 시에 배정 받은 토큰양이 당시 시가로 적지않은 편이어서 혹시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부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업무

제로부터 시작하는 코인프로젝트

코인이 상장은 되어있었지만 잘 알려져있듯이 이더리움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이더리움 상에서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를 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이더리움과 호환이 되는 사이드 체인을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구성하기로 하였습니다. 진행한 작업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서비스 블록체인 노드 구축
    • 유명 코인 프로젝트 TerraCosmos-SDK라는 오픈소스 프레임워크를 이용하여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개발하였습니다.
    • 현재 비즈니스상 Ethereum과 높은 호환성을 요구하여 Polygon-Edge 라는 SDK를 이용하여 EVM과 호환되는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였습니다.
  • 블록체인 모니터링 서비스 구축
    • 요런거나
    • 요런거
  • ETH ↔ 우리 블록체인 연결
    • ETH 관련 오픈소스 Bridge 솔루션이 많은데 그 중 ChainBridge라는 녀석을 사용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잡다한 툴들과 기능을 개발하였습니다.
회사에서 점심도 맛있는 거 사주고 팀 사람들도 다들 친절하시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라 재밌게 일하였습니다. 그리고 작업의 기한을 촉박하게 주거나하지 않고 오히려 쉬엄쉬엄 좀 하라며 워라밸을 강제로 지키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퇴사를...?

위기

개발자 더 뽑으신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렇겠지만 기술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 편입니다. 내부 팀을 꾸리기 보다는 외주를 통해 일을 처리하려하고, 미래에 감당할 수 있을 지 걱정되는 기술 부채를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는 기술 기반 회사에서 이렇게 진행하는게 되나.. 라는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개발함에 있어서 믿을 수 있는 동료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개발자라면 모두 공감하실겁니다.

이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을까?

'스타트업이니까' 라는 이유로 앞서 말한 부분에 대해 쉴드를 친다하더라도 현재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기술 부채가 아무리 쌓여도 그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보장된다면 단연 계속해서 그 일 이어서 진행하였을 겁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도 팀원 간에 사업 모델에 대해 정확히 얼라인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퇴사

퇴사를 결심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미 잘 나가고, 더 좋은 처우를 제안한 오퍼가 들어옴

그렇죠. 더 좋은 곳이 있으면 가야겠죠. 우리는 프로니까 의리로 일을 해선 안 됩니다. 우리의 시간은 금이니까요. 특히, 첫 직장은 자신의 커리어를 상당 부분 결정하게 되니까요.
퇴사 의향을 말씀드리고 그렇게 합의하에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말씀드릴 땐 깔끔하게 이야기 끝났는데 처우 협의를 하며 한 번 붙잡으시더군요. 처음 배정 받았던 코인을 10배 늘려주시겠다고...
솔깃한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한 번 마음이 결정되니 선택이 바뀌진 않더군요. 그렇게 퇴사 일정을 결정하고 진행한 업무들 인수인계하는 작업에 전념하였습니다.

이상하게 퇴사가 결정되면 모든게 불편해지더라.. 다른 사람들의 태도도 바뀌는 것 같고..

느낀점

스타트업에서 코인 프로젝트를 하며 코인 생태계의 민낯을 좀 더 딥하고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김치 코인은 하지마라

네. 하지마세요. BTC와 ETH, 그리고 정말 잘 알려진 일부 프로젝트들 말고는 다 ... 코인 프로젝트를 하는 팀원들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비트는 신이고 이더는 킹이다.

물론 제가 조인한 팀의 코인이 스캠이란 건 아닙니다 :)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한 번 다시 정리하여 공유하도록하겠습니다.
이상 스타트업에서 코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짧은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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