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님 강연 후기 (ft. 문제해결력)

JOY·2022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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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와 도전, 세상을 바꾼다.

최근 집 앞 구청에서 서경덕 교수님의 강연이 열린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으러 갔다가, 핸드폰 메모장을 빼곡하게 채운 채 돌아왔다. 평소 서경덕 교수님의 행보를 근근이 들어오면서 막연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고, 가까이서 유명한 분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견문이 깊지 않아 걱정도 되었지만, 강연 타이틀에 쓰인 창의도전, 세상변화 모두 내가 좋아하면서 동경하는 키워드들이었기 때문에 강연을 들어보기로 결정했다.

강연 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 서경덕 교수님의 반짝거리는 경험들로 가득했고, 나는 정신없이 교수님의 이야기에 빠져들다가도 다급하게 메모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메모한 내용을 요약해서 공유해 보려고 한다.

요즘 들어 개발자에게 문제 해결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낀다. 교수님은 한국 문화를 홍보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경험들을 시간순으로 소개해 주셨지만, 나는 어떤 상황을 문제로 인식하셨는지, 어떻게 접근해서 해결하셨는지에 초점을 두어 작성해 보고자 한다.


Issue 1.

대부분의 서양인들 눈에 동양인은 중국인이거나 일본인이다.

한국을 세상에 알려야겠다.

세계화라는 단어가 붐이 일어나기 시작할 무렵 20대였던 교수님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고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셨는데, 그 당시 서양인들이 자주 물어보던 질문이 "너는 중국인이니, 일본인이니?" 였다고 한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있냐고 물어보면 생소해하거나,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계기로 교수님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민간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셨다.

Solution. 한식 홍보 캠페인

교수님께서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팀과 공익 캠페인을 기획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미국에서 한식을 홍보하신 경험을 말씀해 주셨다. 한식을 홍보하기로 결정한 계기는, "서양인들에게 중국과 일본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자리 잡게 된 걸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가장 많은 대답이 "어렸을때 부터 음식 문화를 접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어느 나라든 곳곳에 있는 빨간색 차이나타운과 젓가락이 놓여있는 스시집에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체험했던 것이다. 즉,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음식이라는 점을 도출해 한식을 홍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선택과 집중. 어떤 음식을 홍보하면 좋을까?

해답은 서양의 식문화에서 찾았다. 당시 웰빙 음식이 대세였고, 서양인들에게 익숙한 to go(포장 주문) 문화와도 맞아떨어지는 음식을 찾다 보니 비빔밥을 고르게 되었다.

서경덕 교수님과 무한도전팀은 뉴욕타임스에 비빔밥 전면 광고를 재개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전 세계인들이 즐겨읽는 글로벌 매체를 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그 당시 뉴욕타임스에서 하나의 음식을 전면 광고하는 일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피드백을 통한 개선. 유지 보수의 중요성

한식 홍보 활동은 성공적이었지만, 교수님은 이에 그치지 않고 홍보를 꾸준히 이어가고자 하셨다. 이번에는 뉴욕 타임스퀘어에 대형 비빔밥 영상 광고를 재개하는 캠페인을 진행하셨는데, 해당 광고를 본 셰프 한 분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광고 속 비빔밥에는 날계란 노른자가 올려져 있었는데, 서양인들 대부분은 날계란을 먹지 않는다피드백이었다. 즉, 생각하지 못했던 식문화 차이로 인해 홍보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교수님은 곧바로 날계란 노른자 대신 달걀 프라이로 교체한 광고를 다시 만들어 대체하셨다. 이를 계기로, 자국의 문화가 훌륭한 만큼 상대방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존중해서 알려야 한다는 교훈을 얻으셨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뉴욕 맨해튼에 비빔밥 로컬 전문점이 생겼고, 현재 3호점까지 세워질 정도로 비빔밥에 대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Issue 2.

독도와 동해가 일본에 귀속되어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Solution. 독도 홍보 캠페인

일본의 시마네현이 2월 22일 '다케시마의 날'로 조례를 제정했다. 다케시마는 일본에서 독도를 칭하는 명칭으로, 이는 독도가 마치 일본 소유인 것처럼 행동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여론 몰이로 인해 누군가는 정말 독도가 일본 소유라고 오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경덕 교수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도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셨다.

전 세계에 독도가 우리 땅임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서경덕 교수님은 뉴욕타임스에 독도 광고를 전면 게재하셨다. "독도는 한국 땅이며, 일본은 이를 직시해야 한다"라는 내용이었는데, 민간인이 국가 현안에 관해 광고를 낸 것은 뉴욕타임스가 생긴 이래 처음이었다. 그런 만큼 이 광고는 상상 이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유명 저널인 BBC 등에서 인터뷰를 요청하고, 가수 김장훈의 후원을 받아 꾸준히 광고를 게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여러 대학들에서도 영문 자료를 요청해오는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관심을 보였다.

적극적인 피드백 반영. 위기를 기회로!

그런데 독도 광고가 널리 퍼지면서 한 가지 오류가 발견되었다. 바로 독도가 위치한 지도에서 East Sea (동해)Sea of Japan (일본해)로 표기한 것이었다. 서경덕 교수님은 이를 한 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기회로 보셨고, 두 번째 독도 광고부터는 동해 표기 교정도 함께 진행하셨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유력 매체들이 잘못 표기하고 있는 사례를 다룬 Error in NYT (뉴욕타임스의 오류), Error in WP (워싱턴포스트의 오류) 등의 광고 캠페인을 꾸준히 펼쳐오셨다. Error in NYT 광고를 뉴욕타임즈에 게재하고, Error in WP 광고를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하는 위트 있는 발상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 서경덕 교수님은 "그 이후로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메이저 저널의 기사에서 자체적으로 '동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라며 캠페인 효과를 얘기해 주셨다.


이번 강연을 들으면서, 교수님께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고 개선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말도 안 된다며 생각에 그칠 일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셨고, 또 한 번에 그치지 않고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나가며 꾸준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관점에서 강연을 재해석해서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망설이지말고 도전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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