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매주가 눈물 나게 힘든 시간이었다.
그날도 새벽까지 과제를 붙잡고 있다가, 도저히 버티기 힘들어져서 그냥 조용히 산책을 나갔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걷다 보면 달릴 힘이 생기고,
매달리다 보면 오를 힘이 생기고,
버티다 보면 이겨낼 힘이 생긴다.”
정신없이 지나갔던 주차 중 하나였지만, 결국 그 과제도 마무리했고 이 항해라는 긴 여정도 끝낼 수 있었다.
10주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나는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미션을 주고, 끝없이 버티며 그 안에서 작든 크든 성장을 경험했다.
힘들었지만 분명히 얻은 게 있다.
그걸 기억하기 위해 이 글을 남긴다.
누가 인정한 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실력 상위 1%'라는 블랙뱃지를 받았다.
10개 과제 All Pass, 총 6번의 BP(Best Practice). 아마 이번 기수에서 BP를 가장 많이 받은 편일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약간의 상 욕심도 있었는데, 아무것도 받지 못해서 아쉬움은 남는다.
그래서 그런지 뱃지 외엔 뭔가 이렇다 할 증거나 기록은 없는 것 같고, 지난 10주간 블로그에 남긴 글들만이 그나마 내가 얼마나 노력 했는지를 보여주는 유일한 흔적이다.
주말 내내 맥북을 붙잡고 있었고, 매일 새벽 2~3시, 마감일 전엔 5~6시에 자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과제를 했다.
그만큼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했다.
또한 이런 스케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결국 동료들 덕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번 항해를 시작할 때,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인사이트와 자극을 얻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가 단지 10주간의 기억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료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바람대로, 많은 사람들을 얻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고, 나에게 영향을 준 몇몇 사람들을 소개하고 싶다.
이외에도 다양한 동료들과 함께 등산 가고, 한강에서 러닝하고, 클라이밍도 가고, 매주 오프라인 모임에서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밤새 ZEP에 접속해 수다 떨던 날도 있었고...
뿐만 아니라 마지막 네트워킹 날, 처음 보는 분들이 “코드 잘 봤어요”라고 말해줬던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아쉬웠던 건,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못한 점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미 친해진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는 분위기가 생겼고, 개발 이야기는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친목 중심으로 흘렀다.
게다가 과제가 점점 버거워지면서 다들 여유가 없었다.
결국 더욱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될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 과정을 함께한 사람들과의 대화 덕분에, 단순히 코드나 기술을 넘어서 개발자라는 일의 결, 태도, 방향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일의 관점을 알려주었고, 누군가는 단순히 묵묵히 해내는 모습만으로도 큰 자극을 줬다.
'이런 사람들이랑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순간도 많았다.
기술적인 성장 뿐 아니라, 나와 일하는 사람에 대한 기준이 생기고 나 스스로 어떤 동료가 되고 싶은지 그려보게 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게 이번 항해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자산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민이 겹치는 지점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불안, 그리고 그로 인한 좌절감이었다.
과정을 함께하며 몇몇 분들이 좌절감을 토로한 적이 있다.
과제를 따라가는 것도 벅찬데, 여기에 추가 구현까지 해내는 동료들을 보며
"나는 왜 저만큼 못하지?", "나는 저들만큼 개발에 열정이 없는 건가?" 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 역시 예전에 겪었던 감정이 떠올랐다.
회사에 있을 때, 개발을 너무 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코드를 잘 짜는 수준을 넘어서, 개발 자체를 정말 사랑했다.
깊이 있는 기술 블로그를 쓰고, 스터디를 만들어 진행하고, 매주 쏟아지는 신상 개발 책들을 섭렵하고, 심지어 해외로 컨퍼런스를 들으러 나갈 정도로...
그런 사람들을 보며 나는 나도 개발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단순한 '흥미'에 가까웠던 것 같다.
"나는 뭐지? 저런 사람들이 진짜 개발자인 거 아닌가?"
약간의 자책도 있었지만, 어느 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시선이 달라졌다.
그들은 나에게,
"한별님은 프로덕트에 대한 애정도 크고, 열정 있게 일도 잘하시잖아요. 저는 그냥 개발이란 행위가 좋은거지, 결국 중요한 건 일 잘하는 사람이에요."
라고 했다.
단순한 위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을 계기로, '슈퍼개발자'가 되는 것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 이후로는 내가 가진 장점을 살리고, 그 장점과 핏이 맞는 회사를 찾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개발 실력에 대한 불안이 찾아올 때마다 생각한다.
항해에서 잘한다고 해서 현업에서도 잘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코딩 능력이 돋보이는 사람이 현장에서 항상 환영받는 것도 아니다.
여긴 학습 공간이니까 열의 있는 사람이 주목받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의 현업은,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필요하다.
따라서,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건 실력이 아니라 시간일 수 있다.
지금은 아직 과정을 걷는 중일 뿐이다.
과제를 따라오고, 부족한 걸 인지하고, 해보려는 자세가 있다면 그건 절대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이 회고를 읽고 있는 당신도 그렇다.
무엇보다 이 관계들을 끊기지 않게 이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항해가 끝나자마자 오픈채팅방을 열었다.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스터디를 만들고, 취미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직접 만들고 싶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데브톡톡>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스터디는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친목도 아니다.
그냥 개발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했던 지난 시간을 가볍게 털어놓을 수 있는 수다 모임.
테오가 멘토링에서 말했던 게 기억난다.
"기술 성장은 결국, 동료들과 함께 나누는 개발 수다에서 온다."
그 말에 크게 공감했고, 그래서 그 수다를 잃지 않고 이어가기 위해 모임을 직접 기획하게 됐다.
지난 주말에는 11명의 동료들과 모여 지난 10주를 회고하고,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도 나누었다.
다양한 시선으로 항해를 돌아볼 수 있었고, 각자가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지나왔는지 들을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관계뿐 아니라, 학습의 끈도 놓지 않으려 한다.
AI 도구나 MCP처럼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꾸준히 따라가며, 더 생산성 있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계속해서 공부할 생각이다.
물론 지난 10주처럼 밀도 높은 학습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려고 한다.
작게라도 매일, 꾸준히 성장하려고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이번 항해를 통해 많은 걸 얻었지만, 아쉬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커리큘럼 구성이나 운영 방식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또 하나는 멘토링 시스템이다.
초반엔 팀의 멘토링 시간이 내 가용 시간과 맞지 않아서 듣지 못한 경우가 있었고, 이후에도 티켓팅 실패로 원하지 않는 멘토나 시간에 연결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전체적으로 멘토링 기회가 중요한 만큼, 시간 선택이나 배정 방식에서 조금 더 유연하게 운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기수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란다.
10주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다.
그 안에서 무엇을 얼마나 배웠는지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어떤 방식으로 배우는 사람인지, 어떤 환경에서 잘 버티는 사람인지"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다.
함께했던 사람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고, 스스로를 밀어붙인 날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 회고는 완벽하게 정리된 결론을 남기기 위한 글은 아니다.
그때의 내가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냥 한번쯤 정리해두고 싶었다.
걷고, 매달리고, 버티는 시간들이 쌓여 결국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나는 그 말처럼 10주를 걷고, 오르고, 버텨냈다.
끝!
아, 혹시 항해 플러스에 관심 있는 분이 있다면 정말 편하게 댓글이나 이메일 주세요.
혹은 다음 기수 과제하다가 영 물어볼 곳이 없으실 때 질문 주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최대한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드릴게요.
그리고 제 추천코드도 하나 남겨놓겠습니다...
추천코드: Bu4p6F
최고의 멘토 유한별. 세상에 못할 일은 업써!!!!!!! 우리 우정 뽀렙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