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시리즈였는데, 생각보다 호응이 생겨서 많이 놀랐다. 그리고 내가 너무 게을러서 당장 면접인데 글을 이제 쓰게 되어 미안합니다... 제가 지금은 재학생이라 과제하랴 수업들으랴 미뤘습니다..........
도움이 되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코테 쉽다고 말했는데 정작 올해 시험은 어려웠고 친구들한테 혼났다 ^^...
이전 게시글에다 코테 쉬우니까 걱정ㄴㄴ 라고 써놨던 걸 읽은 익명의 누군가가 날 원망하면 어쩌지도 싶지만 어쨌든 작년은 작년이고 올해는 올해다.
면접도 그렇다. 이건 어디까지나 이런 케이스도 있었구나 참고해야지 정도로 읽고 넘겨줬으면 좋겠다.
친구가 1.5 : 1 이라는 카더라를 전해줬었다. 150명 뽑는데 225명이 면접을 보고, 면접장은 5개.
끝나자마자 신나서 찍은 돈봉투 😆💸💸
면접 조지고 정장 입은 채로 길거리에서 낮술마시는 이제인
본격적으로 면접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극악의 케바케 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합격한 후 다른 분들과 얘기를 나눠보며 느낀 건데, 면접에 매뉴얼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약간의 가이드는 존재하겠지만 질문들의 방향성이라던가 분위기라던가 너무 가지각색이었다.
그 중 나는 제일,,,, 힘든 케이스였다고 생각한다.
(제가 면접 끝나자마자 메모장에 적어놨던 글들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이전 글에도 언급했었는데, 내 면접 시간은 첫날 첫타임이었다.
아침 아홉시 반까지... 코엑스에서 길 잃을 거 대비해서 아홉시까지... 출근길 지하철... 한 시간 거리... 첫타임 부담감....
일단 이거부터 힘이 빠졌었는데
힘이 더 빠졌다. 하..
만약 아침 타임이면 커피도 물도 미리 사가시고 힘 보충해가십쇼.. 아침에 커피 파는 곳☕️☕️ 어딘지 미리 찾아보고 가야함!! 나는 못 찾아서 카페인 충전 못 했어요ㅠㅠ
면접관 5~6명이 나란히 앉아있고 각자 앞에 노트북+모니터가 있었다. 모니터에 지원자들이 2차 코테 때 제출했던 코드를 띄워놨고, 지원서로 추정되는 종이 뭉치들도 있었다. 그 앞에 지원자 5명이 나란히 앉았다.
면접장 들어갈 때 지원자들한테 2차 코테 중 알고리즘 문제들(1번~3번)을 출력한 종이를 나눠줬다. 내 코드에 대해 질문이 들어오면 대답할 때 문제 보면서 얘기하라는 것 같다.
첫 번째 질문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1분 자기소개였다. (내가 봤던 후기는 5분이었는데... 그래서 준비해갔는데... 무쓸모...)
짧게 말하라고해서 다들 이름이랑 간단하게 각오?다짐?이나 왜 지원했는지 한 마디 정도만 얘기하고 말았다.
면접관 분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각자 하고 싶은 질문을 했다. 지원자 전체에게 공통 질문을 하고 한 명씩 돌아가며 대답하는 것도 있고, 특정 사람에게만 물어본 것도 있었다. 보통 특정 사람한테 하는 질문은 그 사람 지원서 내용에 대한 거였다.
면접은 한 시간을 꽉꽉 채웠었다. 면접장 문을 열고 나가니까 다음 타임 대기자분들이 앉아서 시선집중.... 가방 찾아서 핸드폰 보니까 58분이었다. 근데 우리 방이 제일 먼저 끝난 거였다.
면접관 분들은 소마 멘토님들과 심사위원 분들 (소마가 FKII-한국정보산업연합회,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 주관인데 아마 이쪽 관계자님일 듯??) 로 구성된다고 한다.
나는 살면서 이렇게 숨막히고 무서운 대화를 나눠본 적이 처음이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그때 내가 얼마나 손발을 떨었는지 생생하다..
면접관들 중에 진짜 무서운 분이 계셨다. (얼굴과 목소리가 진짜 똑똑하게 기억난다. 하필 이 분이 중간/최종 평가 때 우리 팀 심사에 들어오셨어서 면접 때 무서움이 새록새록 피어났었다...)
그 면접관님께서 하셨던 질문은 대부분 한 번에 끝까지 대답하지 못했다. 죄다 중간에 끊고 태클을 걸었거든.
생각나는 거 몇 가지만 적어보자면
공통 질문
Q) 3명 이상이 진행했던 팀프로젝트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했는지?
1st A) 서버가 터져서 어쩌고저쩌고 약간 기술 이야기(를 말하시는 도중에 끊고)
Q) 테크니컬 이슈 말고 비즈니스적인 거 얘기해보라고 지적하심
1st A) 아예 다른 얘기로 돌리셨음
내 A) 시작할 때 팀원들이랑 대충 역할을 정해놨었는데 막상 하다보니 취향이 서로 반대였어서 중간에 좀 방황을 하다가 날잡고 회의했다는 이야기 (다행히 이번엔 끝까지 들어주셨음)
Q) 그래서 결론이 어떻게 됐냐. 해결한 거냐 만거냐. (말투에서 공격성이 느껴짐)
내 A) (?? 어쨌든 대화했다는 게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뭘 더 말해야하나) 아.. 뭐.. 그렇게 조율해나가는 과정을 거쳐서 어쩌고저쩌고...
공통 질문
Q) 내가 해본 프로젝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거?
A) 만들었던 앱에 대해서 설명하셨음. 이런 문제가 있어서 어떻게 해결했고, 얼만큼 만들었고, 무슨 상을 받을 받았다는 이야기
Q) 그래서 완성을 한건지? 출시가 됐는지? 지금도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여기도 공격적인 말투)
A) 팀원들이 그 이후엔 학교 다녀서 지금은 못 한다는 이야기
Q) 아 네 (관심 없어진 눈치)
물론 친절하신 면접관 분들도 계셨다. 그치만 내 기억이 이 공격들에 다 먹혀버려서 당시에 적어둔 게 얘네들 뿐이다..
이런 태클들로 내가 느낀 점은 개발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배우고 얻은 것들보다는 결론적인 성과가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점은 연수 과정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평가받을 때마다 또 느꼈다...
(물론 소마의 관점이아니라 한 분의 면접관님의 관점일 수 있다. 케바케니까.)
끝나고 기억에 남았던 것들
공통 질문들
Q) 긴 코드 짜보기 vs 짧은 거 여러 개?
A) 지원자들 마다 대답이 달랐었음. 나는 짧은 걸로 연습을 한 후에 긴 걸 해야한다고 말했었음.
Q) 알고리즘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A) 어렸을 때 함수 처음 배울 때 깔대기 붙은 네모 상자에 뭘 넣으면 밑으로 결과가 나오는.. 그거에 비유해서 말하신 분이 계셨음
Q) (위에 거에서 꼬리 질문) 어떨 때 어떤 알고리즘을 쓰는지 설명하자면? 내가 써본 경험?
A1) 자기가 풀어본 문제에 대해 설명하시고 이때 ㅇㅇㅇ라는 알고리즘을 사용했는데 얘가 뭐냐면.. 하면서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 (사실 100% 알고 얘기하시는 것 같지 않았던게 좀 횡설수설 하셨었음) (하던 도중에 끊고)
Q) 그렇게 알고리즘 자체에 대한 설명 말고 어떨 때 왜 그 알고리즘인지? 그런 거 말하라고 지적
내 A) 코테 문제 2번을 나는 union-find로 풀었음. 왜냐면 문제에서 점들이 있고, 얘네 사이에 연결관계가 있어서 연결지으면 그 그룹마다 대푯값이 존재한다고 해석함. 그래서 이 알고리즘이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 이어나갔음.
Q) (마지막 질문) 끝으로 하고 싶은 말? 미처 말하지 못한 말? 소감?
A) 다들 비슷비슷하게 훈훈한 마무리였음. 나포함 여럿이 떨어질 거 같다는 뉘앙스로 얘기 했었음
내 A) 소마 준비하면서 배운 게 많음. 지원서 쓰면서, 코테나 면접 준비하면서 생각도 많이 정리해보고 하고 싶은 거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해보고 성장한 것 같아서 감사함. 물론 붙으면 더 성장할 수 있겠지만 뭐 이런 이야기?
구체적인 기술보단 알고리즘에 대해 전반적으로 물어본 게 많았었다.
코딩테스트 관련 내가 받은 질문 (사실 내가 앞에서 이미 2번 문제 어떻게 풀었는지 얘기했어서 별로 안 물어봤던 것 같음)
Q) 내 코드에서 모듈화를 많이 했던데 모듈화의 장단점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A) (함수로 빼낸 걸 말씀하시는 게 맞는지 먼저 되물어보고 맞다는 대답을 들은 후에 시작함)
내가 내 코드를 읽을 때도, 남이 읽을 때도 이해하기 쉬움. 나는 내가 코딩한 거지만 나중에 고칠 때 헷갈릴 때가 있어서 함수 이름이나 주석으로 적어두는 스타일인 편. 그리고 함수니까 다른데서 재사용 가능함. 단점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죄송하다....
코딩테스트 관련 남이 받은 질문
Q) 코드를 이중포문으로 나눠서 썼던데, 포문 한 개짜리랑 두 개짜리랑 뭐가 더 나은지?
코딩테스트에서 이 문제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하는 방식보다는 개개인의 코드에 대해 꼬리 질문으로 이어나가는 편이었다.
지원서 관련 개인 질문들
- 소마에서 하고 싶은 프로젝트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대체 왜요?? 다들 이게 중요하댔는데?)- 굉장히 사소한 사항에 대해 물어봤다.
내 지원서에서 hook 역할을 하는 배경이야기?에 대해 질문을 하셨다. (심지어 대답은 지원서에 써있는 내용이었다.)- 옆에 계시던 분이 자기소개할 때 내 프로그램을 자식처럼 보듬어줄 수 있는 부모님 같은 개발자가 되고싶다고 하셨었다. 그리고 지원서에 자기가 너무 똥손이라 사진 찍을 때 금손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걸 개발하고 싶다고 적으셨다고 한다.
면접관님이 똥손인데 보듬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셨다. (엥? 여기서 똥손은 그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맥락상 누구나 이해하지 않나? 했는데)
지원자님이 약간 당황하시면서 그 똥손은 사진 찍을 때를 말하는 거라고 하셔서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셨다.
솔직히 허탈했다. 나는 면접 전날에 내 지원서 적어도 다섯 번은 읽고 준비해갔다.
근데 면접관님들이 지원서를 전부 다 읽는 게 아닌가? 그냥 일부분만 읽고 대충 질문하나? 싶었다.
면접이 너무 내 예상과 달랐고, 나는 면접을 조졌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나중에 후기를 공유해보니 나만 그랬더라.
이전 기수 친구에게 뭐 나왔었냐고 물어봤을 때
이 친구한테 끝나고 후기 공유했을 때
같이 준비하는 친구가 이런 내용을 공유해줬었다.
이걸 토대로 내가 적어뒀던 글은 이렇다. 면접 날 이 pdf파일 보면서 갔다.
앞부분은 지원서를 다시 읽어보면서 대충 적었었다.
이걸 다 외워가라는 말이 아니다. 그냥 한 번쯤 생각해보고 정리해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
그치만 저 예상질문들 저는 하-나-도 안 나왔어요. 저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는 거에 의의를 두었습니다.
컨퍼런스, 간담회 등 연수생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가 간혹 있었고, 면접 때 어땠는지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몇 분과였는지 자세히는 기억을 못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대충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끼리 중에는 살벌한 분위기 절반, 훈훈한 분위기 절반이었다.
그리고 우리 팀 친구들한테 기억나는 거 말해보라했더니 이렇게 얘기해줬다.
내가 면접날 들고간 pdf 파일 일부다.
지원서에는 큰 이야기만 쓰고, 세부적인 내용은 물어봐야 알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구상해갔다.
굳이 그렇게 만들어놓지 않았어도, 디테일한 썰을 풀면서 이 내용이 사실이고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었는지를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치만 이 마저도 저는 하-나-도 질문 못 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저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는 거에 의의를 두었습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면접은 면접관마다 스타일이 정말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글이든 다른 사람 글이든 읽고 이대로만 준비해가면 돼!! 라는 생각만 지우고 가도 어느 정도는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도, 이런 질문도 있었구나 생각하고 자기 지원서나 한 번 더 읽고 갔으면 좋겠다.
누군가님 면접 합격 미리 축하드립니다.🎉🎉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충분히 붙을 능력 갖고 계십니다!👏👏👏
아ㅠㅠ 너무 긴장되요ㅠ 면접 꼭 잘 보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