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안녕하세요·2026년 4월 1일

계기

개발자를 그만둔 후 공백기를 가지며 여러 경험을 가졌어요.

  • 여행도 다녀오고 클라이밍도 미친 듯이 하고
  • 제과제빵 배우고 뜬금 없이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인턴으로 들어가 사회복지사 간접경험도 해보고
  • 조리 자격증도 취득하고 프렌차이즈 식당 주방 알바도 해보고 호텔 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막내 생활도 해보고..

이 시간 내내 개발자는 내 길이 아니야 내가 더 잘하는 걸 찾아보자 하며 평소 좋아했던 것들을 맘껏 해봤지만 그럴수록 눈에 들어오는 건

"JDK가 25까지 나왔구나"
"spring boot 최신 버전이 4라니"
"gpt3가 헛소리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5.4는 나보다 코드를 잘 짜네"

전 직장 동료들이 에이전트를 만들어서 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저도 그렇게 써보고 싶다는 흥미가 앞섰어요.

그래서 다시 진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경험과 확장

공백기동안의 여러 경험들은 제 인생에 꽤 유의미했어요. 놀기도 많이 놀았고 배우기도 많이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클라이밍


평소 좋아하던 클라이밍을 쉬는 동안 미친 듯이 했어요. 관절이 제발 그만하라고해도 무시하고 도파민을 쟁취했죠.

  • 문제 풀이: 제일 좋아하는 이유에요. 세터가 고심하여 낸 문제의 홀드를 보며 제가 풀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상상합니다. 그렇게 완등을 했을 때의 성취감을 제일 좋아해요.
  • 공동체: 모든 취미가 그렇지만 클라이밍을 좋아하는 분들과 같이 암장에 가는 건 저에게 행복했던 시간이에요. 같은 주제를 갖고(완등) 함께 협력하는 것(각자 생각하는 무브)이 클라이밍을 더 재밌게 만듭니다.
  • 트레이닝: 더욱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에요. 손가락 아프고 몸도 너무 힘들어서 잘 하지 않았죠. 그래서 결국은 같은 난이도에 머물게 되었어요; 무엇이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선 자기 계발을 꾸준히 해야된다는 것을 몸소 느꼈읍니다.(하지만 하기 싫죠?)

요리

요리로 일을 해본 적 없는 저는 요리를 어렵게 보지 않았어요. 오랜 자취 생활로 끼니 해결이 익숙한 저는 요리를 업으로 삼고 싶었죠. 실제로 배우는 과정은 꽤 흥미가 있었어요.

  • 제과제빵: 미세한 차이도 용납을 안하는 무서운 분야에요. 질릴만큼 머랭을 쳐보고 반죽을 하루종일 보다보면 결국 원하는 결과물을 얻게 되죠. 매뉴얼을 준수하는 것이 1순위라는 것을 상기하는 과정이었어요.
  • 파인다이닝: 힘들고 서러운 막내생활을 경험했어요. 잃고 있던 적극성을 일깨워 준 곳이고 약속된 흐름안에서 분업과 협업을 통해 짧은 시간 내 완성도와 물량을 둘 다 챙길 수 있다는 법을 깨달았어요. 눈치는 필수..

하지만 이 일을 '내가 10년, 20년 동안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엔 확답을 하지 못했어요. 하루 12시간 근무에 점심시간 40분을 제외한 시간 내내 진이 빠지는 것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으로 '내가 노동을 하고 있구나' 를 일깨워 준 곳이에요.

사회복지사

제과제빵 수업 중 후원사에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인턴을 모집해서 지원했어요. 제과 공장에서 근무하시는 발달장애인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 대화 방식: 설명은 분자단위로, 반복적으로, 피드백은 즉각적으로 하여 소통했어요. 불안감을 조성하는 변동사항은 사전에 공지했어요. 상대방과의 적절한 대화 방식을 찾으면 상대가 그 누구더라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순수한 분들이 정말 많으셨고 꾸밈없이 행동하시는 모습들을 보며 힐링을 했던 시간이었어요.


복귀

제가 가진 기술은 과거에 머무고 있지만 위의 경험을 통해 강점을 강화하고 사고를 확장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원하는 가치는

  • 성취감: 저를 굴러가게 만들어요.
  • 동일한 목표를 가진 팀: 저를 지치게 하지 않아요.
  • 안정성과 규율: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매뉴얼을 정하고 규칙을 세워요.

결정적으로, 많은 일을 해보니 제가 제일 잘할 수 있고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은 개발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다시 현업에 복귀하기에는 채용 시장도 좋지 않고 스스로도 과거의 기술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 거에요. 그래서 부트캠프를 수강하기로 결정했고 다시 개발자로 살아가기 위해 잘 써먹을 예정입니다.

파이팅해보자구

profile
게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