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과격한 제목일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분석 업무를 할 때도, 미팅을 준비할 때도, 로그 QA를 할 때도 같은 마음으로 임했다. 하지만 조금은 정신없는 평일이 지나고 주말이 되어 내가 진행한 업무 기록을 다시 읽거나 기억 속에서 되짚어보면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잖아.'
'그래서 결국 결론이 뭐지'
꼼꼼하게 기록한 로그 문서도, 긴 고민 끝에 분석하고 정리한 결과도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보면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오래 들인 만큼 의미 있는 내용이었나,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잘 아는 척하며 어물쩍 넘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이건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건 당연히 ~ 예요' 같은 말을 하는 나 자신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건 정말이지 내가 가장 되고 싶지 않은 종류의 모습이었다.
계절이 바뀌고 오랫동안 방치된 방구석 청소를 시작하듯, 글또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케케묵은 고민들을 펼쳐놓고 정리란 것을 시작했다.
지금 글을 포함하면 총 12회 중 6개.. 글을 작성했다.
일주일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솔직히 가물가물한데, 한동안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던 고민이 휘발되지 않고 기록으로 남게 되어 다행이다.
한번 기록으로 정리하고 나니까 누군가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며 조언을 구할 때 조금 더 정돈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질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많다.
우선 커피챗이나 오프라인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번에 글또 슬랙에 자주 안 들어가는 바람에 오프라인 행사를 대부분 놓쳤다) 전체 회차 중 절반만 제출했기 때문에 지속성 측면에서 아쉽고, 카테고리를 골고루 작성하지 못했으며, 특히나 공부하고 새로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글은 거의 작성하지 못했다. 최근 6개월 동안 내가 그다지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후회된다.
그럼 글또를 마무리하며 나는 어떤 방향의 성장을 추구하나? 를 고민해 보았다.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없다면, 나는 그저 '저 사람보다 잘해야지' 하고 남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방식으로만 나아가는 인생을 보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하나의 정답을 찾기보단, 여러 방법의 장단점을 알아가고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할 줄 아는 사람
이 되고 싶다. 조금 추상적인 목표일 수 있지만 블로그에 쓴 글로 예를 들면, 나는 시간이 지나 내가 쓴 글의 내용을 엎는 또 다른 글을 작성해 보고 싶다. 글또에서 작성한 글 역시 내가 한동안 깊게 고민하며 정리한 결론들이지만, 시간이 지나 경험의 폭이 넓어지고 지금과 또 다른 견해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나는 내가 썼던 글을 다시 읽었을 때 '그래 이거야'하고 만족하는 순간보다, 나의 주장에서 구린 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견해로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큰 재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 주장을 번복하려면 일단 당시 생각을 정리해 놓은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만약 글또가 없었더라면 이런 글을 작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글또에 신청하길 정말 잘한 것 같고, 출석률이 높지 않지만 그래도 완주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