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취준생이 되었다. 그때와 다른 것이라면 '돈'이었다. 회사에 다니며 번 돈이 있었지만 빚을 갚고 라식하는 데 돈을 써서 남은 돈이 별로 없었다. 7월에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달마다 50만 원을 받아 근근이 지냈다. 고용보험 가입일 수가 180일이 넘지 않는 나는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었다. 우중충하게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집에서 나의 상태.
초기 이력서를 다시 열었다. 회사 이력을 추가하고 기존에 사용했던 어구를 수정하였다. 한 줄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당연한 말을 쓰는 건 싫었다. 이력서가 성에 차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더 바꿀 건 없었다.
10월 25일부터 지원하였다. 7월과 다르게 지원할 수 있는 회사의 폭이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경력 1년 미만이 지원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드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5년 차까지 다 지원했다. '제가 마음에 안 드시면 알아서 떨궈주세요'라는 마음으로.
내 불안증을 극대화한 건 '불합격'도 아닌 '담당자 확인'이었다. 채용 사이트에서 내가 지원하면 회사에 알림이 가고, 회사의 채용 담당자가 나의 이력서를 열면 나에게 알림이 온다. 지원하면 담당자가 하루, 이틀 안에 읽고 3일 이상 서류 합격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계속 기다려야 한다. 차라리 마음에 안 들어서 불합격을 줬다면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릴 텐데 계속 남아있으니 불편했다. 메일이 올 때까지 잊고 지내는 게 정말 현명하겠지만 내 머리로는 불가능하다.
이력서를 넣은 후, 10일은 지나야 답변이 왔다.
보통은 100군데 지원하고 하나라도 붙으면 장땡이라고 하는데, 나도 다르지 않았다. 다들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을 뿐.
친절하게 불합격 사유를 알려준 곳은 없었다. 기대하지도 않았다. 정말 나쁜 경우가 3가지가 있었다.
2번째는 내 친구의 일이었지만, 그렇게 그지같이 일하는 곳이라면 아무리 큰 회사라도 가기 싫었다.
면접을 원하지만 연락을 밤 10시가 넘어서 한 곳도 있었다. 사람이 정말 급했다고 해도 이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답변하지 않았다. '내가 여길 붙어서 일해도 이런 방식으로 연락하겠지?'라는 심정으로.
회사가 빨리 답변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봤다.
지원자의 배려를 위해 회사가 정한 n일 이내로 답변을 하지 않으면 회사에 패널티를 주는 건 너무 잔인한 방식일까? 회사에서 채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모르니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가 믿었던 건 'n일 이내 답변'이라는 문구였다. 나처럼 기다리다 지쳐 이력서 지원 취소 버튼을 누른 사람들을 빼고 계산한 것일 테니 실제로는 더 길었던 것이었다.
회사의 입장에서 사람을 유심히 뽑는 것은 알겠지만, 이력서 스캔이 10초면 끝난다는 것을 아는 지원자 입장에서는 기다리기만 하는 게 답답할 뿐이다. 읽은 후에 너무 빠르게 탈락하면 속상하다는 지원자도 보았지만, 안 맞으면 빨리 헤어지는 게 답이라 생각한다.
미래에 또 내가 취준생이 된다면, 늦게 답변하는 회사에는 나를 택할 기회를 빼앗으리라.
다음 회사 출근일은 12월 01일입니다 :) 회사 시리즈 계속 내겠습니다.
우와!! 취업 축하해요!!
다시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