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가 느낀, 배움에 대하여

장준홍·2023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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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에서는 경험과 실패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더 중요한 주제기에 다른 포스트에서 다루겠습니다.

지금까지 프로그래머로서 느껴본 배움을 이어가면서 변화하는 자신감의 변화에 따른 배움의 자세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나는 이전에 자습 신봉자였다. 지금은 그런 과거의 나를 탓해줄 책과 선생님을 신봉한다. 물론 자습 신봉을 중단하지는 않았다. 아, 그리고 꾸준함 신봉도 잊지 말자.


아래 그래프는 한 사람이 모르던 뭔가를 배워갈 때 자신의 지식 수준에 대한 평가가 시간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그래프이다.

참고로 나무위키피셜 더닝-크루거 효과 그 자체를 나타내는 그래프는 아니라고 한다. 제목은 무시하자.

우매함의 봉우리

위 이미지를 잘 봐보자. 우리가 처음 배움을 시작할 때 우매함의 봉우리까지 올라가는 길은 너무나도 즐겁다. 왜냐하면 새로운 지식이 들어오고 통찰이 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지식인이 된 기분이며 이제부터는 자신을 전문가로 불러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구루, 전문가와 비슷한 수준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사 전문가 수준까지만 알고 그 이후에는 큰 벽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따라서 절망의 계곡에서 흥미를 잃고 다른 길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 또 다른 우매함의 봉우리를 찾아 올라가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같은 우매함의 봉우리를 올라가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딱 취미 수준이다.

이 단계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동시에 깊이 배우기 위해서는 주의해야 되는 단계이다. 우리는 이때 쌓인 기억을 추억 삼아 다음 단계에서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하지만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도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에 중독되기도 쉽다.

참고로 우매함의 봉우리도 올라가기 힘든 상황이 있다. 예를 들어 그냥 그 분야에 관심이 없거나, 그릇된 선생님을 만나 절망의 계곡에서부터 올라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절망의 계곡

이 단계에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나는 이 절망의 계곡을 넘어선 자는 책을 받아들일 자격이 생긴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관심 그 이상을 가지고 있다고 본인을 검증한 것이다. 하지만 기고만장해서는 안된다. 전문가가 되려면 이제부터가 진짜다.

나는 "아무것도 모름" 단계에서 "우매함의 봉우리"까지는 마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기는 하지만 결국 오락을 위한 행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절망의 계곡"부터 "지속가능성의 고원"까지는 계단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비교적 오락을 찾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라가는 사람도 있고, 다시 내려가서 다른 "우매함의 봉우리"를 찾는 사람도 있다.

나는 절망의 계곡과 깨달음의 비탈길을 혼자 올라가려고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자습을 신봉했다. 우매함의 봉우리에서 맛본 자습의 달콤함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말 이해가 안되겠지만 내가 말했던 자습에서 책은 제외였다.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하겠다. 그리고 그 관성으로 최근까지도 혼자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럼 그 계단은 어디에 있을까? 천차만별이지만 이미 쌓아 놓은 계단을 활용하면 된다. 나는 바보처럼 직접 쌓는 사람이 되려고 했었다. 정말 새로운 영역 - 예를 들어 계단이 없거나 견고하지 않은 분야 - 이 아니라면 남이 쌓은 계단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책과 선생님

나는 그 과정이 되는 계단을 제시하는 것이 책과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왜 책과 선생님인가?

인류의 유산은 무시할 수가 없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26살 때 정립했다. 아인슈타인이 희대의 천재였기에 가능했지 다른 과학자라면 평생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살아있을 때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없었다면, 아인슈타인이 과연 상대성 이론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내가 계단을 직접 쌓기 시작하면 100살에 겨우 상대성이론을 발견하고 죽을지도 모른다. 이는 개인으로서는 엄청난 성과지만 인류에게 있어서는 그냥 대단한 미친사람일 뿐이다.

지금까지 배출된 모든 지식인들은 책을 읽고 지식을 쌓았으며, 책을 써서 그 위에 또 다른 지식을 얹어 두었다. 그들을 가르친 선생님마저도 구전이 아닌 책을 통해 배웠다. 책을 통해 배움의 길을 제시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 지식들을 모두 흡수, 정리한 존재가 바로 선생님이다. 따라서 이들은 곧 책을 대변한다고 생각해도 좋다. 물론 선생님들 또한 개인이기 때문에 주관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고 주관적인 의견은 정보를 변질시키기 마련이다. 이 점은 항상 주의하자.

"좋은 책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책 vs 선생님

다들 책은 좋은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이는 사실이다. 그럼 그냥 진짜 선생님은 어떨까? 일단 내가 간단하게 정리한 표를 보자.

선생님
계획을 짜준다.계획이 필요하다.
지식 자원이 비교적 유한하다.지식 자원이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질문할 수 있다.상대적으로 질문하기 어렵다.
떠먹여주기도 한다.내가 직접 읽어야 한다.
좋은 선생님은 찾기가 힘들다.서점에 가면 검증된 수 천 명의 위인들이 나를 반겨준다.
상대적으로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상대적으로 돈과 시간이 필요 없다.
검증이 애매하다.다수에게 확실히 검증되었다.
도박수(잘되면 잭팟, 아니면 쪽박)독서법을 모르면 허송세월하기 쉽상이다.

선생님은 장점은 애매하고 단점은 확실하다. 따라서 책이 우선이고 그것을 선생님이 뒷받침하는 수준으로 공부했으면 하는 바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예를 들어 운동에서는 나는 선생님을 추천한다. (저도 좋은 선생님(스승)님이 여럿 계십니다. 오해가 없도록 댓글+까지 읽어주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꾸준함

책과 선생님을 골랐다면 이제는 꾸준함 싸움이다. 오르막길은 재미 없다. 그래서 그냥 많이 간 사람이 이긴 사람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꾸준함이 없으면 결국 또 다른 "우매함의 봉우리"를 오르고 있는 나를 볼 것이다. 왜냐하면 깨달음의 비탈길에 비해 올라가는 속도가 엄청나기 때문에 "그래, 이게 성장속도지. 나도 이제 슬슬 속도가 붙는구만. 이전 방식은 잘못 됐어!"라고 생각하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자형 인재가 된다. 그냥 폭이 깊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깨달음의 비탈길을 올라가면서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마치 "우매함의 봉우리"를 연상케 하는 속도로 말이다. 안그럼 왜 계단식이겠는가. 이 둘이 헷갈린다면 기준은 명확하다. 내가 배우기 위해 반복하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반복은 다른 말로 꾸준함이다.

반복

반복이 애매하다면 내가 기준을 제시해주겠다.

반복이란 무엇인가. 동일한 행위를 다시금 하는 것이다. 그렇다. 배움은 동일한 행위를 반복해야만 꾸준함이 생긴다. 예를 들어 헬스를 10일 하고 절망의 계곡에 도착했을 때, 유산소로 도망가지 말란 소리다.

그럼 우리는 어떤 행위를 반복해야 하는가. 바로 전문가들이 추천해준 방법이다. 이미 검증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이미 쌓인 계단을 활용하자.

전문가

내가 생각하는 전문가의 정의는 이렇다.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많이 안다고 인정 받은 사람이다. 따라서 인정 받으려면 보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론 11 다음이 100이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일반인들에게 11 다음은 12이다. 참고로 2진수에서 11 다음은 100이 맞다.

따라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책은 필수불가결이다. 왜냐하면 책이 바로 "보편적인 지식"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보편적인 지식"이 아닌 "나만의 지식"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위에서 말한 "내가 말했던 자습"에서 독서가 빠졌던 이유였다. 나는 지금 그것을 깨달았기에 과거의 내가 부끄럽지만 지금의 내가 자랑스럽다.

아직 내가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지 않는 전문가는 자칭 전문가다. 자타공인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마무리

미안하지만 깨달음의 비탈길 이후부터는 나에게도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그리고 이 정도 왔으면 더 이상 누구에게 이래라 저래라 훈수 받을 위치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모든 신봉의 대상 중 최고존엄인 꾸준함만은 잊지 말고 가져가기를 바란다.

자습에게 만세
책과 선생님에게 만세
꾸준함에게 만세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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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제가 본문에서 제대로 전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책은 다수에게 검증되었다." 라기 보다는 "책은 다수에게 검증된다" 라고 전달을 했어야 되었네요. 책은 비교적 오랜 시간동안 동일한 내용으로 평가 받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조금 무책임할 수 있지만 본문에서는 이미 좋은 책을 고른 후를 말씀드린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검증되었다"라고 표현을 하게 되었네요.

저도 시중에 엉터리 서적이 많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말씀하신 "어디 블로그 추천, 유튜브, 베스트셀러, 지금까지 본 바" 등을 생각하면 저도 좋은 책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따라서 좋은 선생님(말씀하신 "정점에 오른 선생님", 믿을 수 있는 지인)의 추천을 받은 책을 읽는 것이 좋은 선택이겠지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결국 우리도 언젠가는 각자의 기준으로 책을 찾기 시작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분간할 수 있도록 알아가는 것 또한 배움의 묘미 중 하나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가끔은 잘못된 경로를 통해 엉터리 서적을 읽게 되어도, 배움의 폭이 깊어지다보면 해당 서적은 엉터리였음을 알아갈 것이며 실수, 실패를 통해 배우는 우리로써는 이를 시간낭비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자세는 무엇이든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겸손한 자세와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보다 책을 우선시하라는 것은, 어떤 분야를 배우고 싶을 때 무조건 학원부터 가는 습관을 들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적어둔 것이었습니다. 저도 제가 존경하는 선생님들 덕분에 많이 성장했으며 책 추천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독서와 선생님 각각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도 100% 동의합니다. 단지 내가 좀 더 주도적으로 책을 우선시 해야 득이 될 것이 많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좋은 책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제 생각은 다른 포스트에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충분히 타당한 논리로 말씀해주셔서 저도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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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sterpiece of the human history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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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3일

책이 다수에게 검증되었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ㅈ도 모르는 새끼들이 써 놓은 책들이 시중에서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당장 C 언어만 생각해봐도

  • The C Programming Language 2/e (Dennis M. Ritchie, Brian W. Kernighan)
  • C Programming: A Modern Approach 2/e (K. N. King)
  • C: A Reference Manual 5/e (Samuel P., III Harbison, Guy L. Jr. Steele)
  • C: Traps and Pitfalls (Andrew Koenig)
  • C Programming FAQs: frequently asked questions (Summit, Steve)
  • The C Standard Library (Plauger, P. J.)
  • The C Puzzle Book Rev. (Alan R. Feuer)
  • Modern C (Jens Gustedt)

 위 책조차 읽지 않고 C 언어의 C 자도 모르면서 주제 파악 못하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책으로 써서 출판하는 오만한 새끼들 참 많습니다. (책 이름과 저자까진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심지어 어떤 얼빠진 새끼들은 책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고 하더군요. Turing Award Prize Winner 인 Dennis M. Ritchie 선생님이 쓴 책을 보고 듣보잡이라느니 ㅋㅋ 정신이 나간거죠 그냥. 지금의 컴퓨터를 쓸 수 있게 만들어준 장본인인데.

 독서와 선생님 각각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분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정점에 오른 선생님이 추천하는 검증된 책 을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들은 수 많은 서적을 읽고 어떤 내용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있게 된 이들이기에 그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고 학습하는 것이 좋다 생각합니다.

어디 블로그 추천, 유튜브, 베스트셀러, 지금까지 본 바론 대체로 B 급 서적이며 딱 그 수준의 책을 추천할만한 지식을 가진 범인들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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