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학년을 시작할 때는 졸업하자마자 돈을 벌고 싶어서 칼취업을 희망했지만 알고리즘 실력에 대한 한계와 나의 본질적인 실력에 대한 고민으로 그 생각을 접었다.
호기롭게 iOS 개발자가 되겠다고 말했지만 역시 사람은 하던 분야가 재밌다. 내가 개인 프로젝트로 안드로이드만 4년 동안 했던 것은 말로는 지겹다고 말해도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언젠가 시니어 개발자가 되는 단계쯤에는 iOS도, RN도, Flutter도 모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지만 취업이 급한 지금은 안드로이드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분야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 나는 3학년부터는 해야되는 것 외에는 하지 않았다. 한 학기에 팀플 2~3개씩, 18학점 이상을 들으면서 학기 중에 내 개인 공부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잠을 아끼고 내 자유 시간을 없앤다면 당연히 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학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힘든데 개인 공부까지 하면서 학생 때 그렇게 빡빡하게 살아야 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공부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에 넣을 안드로이드 프로젝트가 2년 전에 멈춰있었다. 학교에서 한 프로젝트들은 다 웹이었고 스스로도 안드로이드를 놓은지 오래 돼서 다시 공부를 해야하는 상태였다.
‘우테코를 굳이 해야하는가?’ 확신은 없었다. 이전 학교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우아한형제들 부스에서 상담을 받았다. 이력서를 보여드리면서 피드백을 받았는데 어떻게 더 고쳐야 좋은 이력서가 될 수 있는지 조언과 함께, 이 정도 실력이면 안드로이드 개발자에 대한 수시 공고가 올라올 때 지원해보라고 말씀하셨다.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기뻤고 감사했다. 내가 1,2학년 때 해둔게 헛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이력서에 보이는 내 실력과 실제 내 실력이 다른 것 같다는 회의감을 느꼈다.
기업 입장에서 내가 뽑고 싶은 사람인지 다시 생각하면서 경각심을 느끼고 내년 플랜을 짜던 차에 ‘우아한테크코스’ 5기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테코의 아웃풋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번 프리코스라도 해보자고 생각하고 지원을 결심했다.
가장 중요한 자기소개서. 쉽지는 않았지만 어느 기업의 자소서보다도 편하게 쓸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은 문항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래는 자소서의 내용으로, 자세히는 아니지만 흐름을 적었다.
특성화고 웹프로그래밍과 전공, 대학교 컴퓨터공학전공, SW마에스트로 10기 수료
프리코스가 코틀린에 적응하는 과정 같아서 나는 해본 적 있으니까 쉽게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첫 주차까지만이었다. 매 주차마다 요구사항이 늘어나서 며칠씩 미션에 시간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미션이 끝나면 공통 피드백을 주셨는데, 피드백을 반영해서 코드를 짜는게 재밌었다. 코드 짜는 것보다 피드백을 읽는 것이 더 재밌었던 것 같다.
매 주차 회고를 작성했다면 더 자세하게 적을 수 있었을텐데… 과정이 끝난지 한 달이 넘은 지금은 사실 기억이 잘 안난다. 미션에 집중해서 빡세게 하면 2~3일, 느슨하게 하면 4일 정도 시간을 써서 제출했다. 안드로이드 과정은 Pull Requests 수를 보니 프리코스에 대략 150명 정도 참여한 것 같다.
그런데 프리코스의 마무리가 다가올 수록 섣부른 두려움이 커졌다. 내가 본코스에 합격한다면 10개월을 잘 버틸 수 있을까? 사실 그 당시 김칫국이 될 수도 있었긴 한데, 나는 경기도에 살고 있어서 잠실까지 왕복 3~4시간이 걸린다. 학교도 통학하기 힘들었는데 그것보다 더 먼 잠실을, 주 5일을 출퇴근 시간을 뚫고 잠실까지 왕복할 수 있을지 내 멘탈과 건강이 걱정됐다. 어쩌면 10개월 안에 내가 취업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냐며 회피하고 싶었다.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하다가 1차 합격이 되더라도 포기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하지만 설마했던 1차 합격 메일을 받고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보면서 스스로 고민도 많이 했다.
주변에서는 코테까지는 경험이니 보라는 입장이었다. 당장 채용 시장은 동결인데, 내년에 명확한 계획이 없다면 이 기회를 저버릴 생각을 하는 것은 이르다, 코테보고 붙으면 그 때 결정을 하라는 의견이 많았다.
고민하면 할 수록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지금 내 실력으로 동결된 채용 시장을 뚫을 자신이 없다. 차라리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장기적으로 공부하면서 확실하게 실력을 키우자! 나의 미래에 10개월을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고 나는 내가 하면 하는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늘 그래왔듯이.
코딩테스트를 보기 위해 몽촌토성역으로! 혹시나 지각할까봐 넉넉하게 출발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점심을 못먹고 5시간 동안 시험을 봐야해서 걱정이었는데 다과가 준비되어 있어서 초코칩으로 배를 채웠다.
종강하고 얼마 안됐을 때라 공부는 못하고 전날에 공통 피드백에서 나에게 적용되는 피드백들, 컨벤션 참고 링크를 메모장에 정리해갔다. 난이도는 미션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4주차 미션과 난이도 자체는 비슷한데, 4주차 미션은 어느정도 틀을 코드로 제공해주었다면 코딩테스트는 백지에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과제할 때 짜던 느낌을 생각하면서 요구사항 먼저 정리하고, 설계한대로 클래스 작성하고, 커밋 컨벤션 맞춰서 커밋하고, 테스트 코드 작성하고, 버그 찾고, 리팩토링도 하고! 아직 많이 부족한 코드겠지만 내가 짤 수 있는 최선의 코드를 작성했다. 시간도 넉넉하다고 느꼈고 여유 가지고 잘 풀었던 것 같다. 물론 너무 생각을 많이 했는지 끝나고 머리가 지끈지끈했다.ㅋㅋㅋ
처음 공지된 최종 합격 인원은 25명 내외, 당일 코딩테스트에 과제를 제출한 사람은 47명인듯 했다. 코딩테스트는 잘 푼 것 같은데, 자소서와 프리코스도 평가 항목에 들어가다보니 내가 25명에 들어갈 수 있을지 확신하지는 못했다.
결과가 나와야 더 구체적인 내년 플랜을 짤 수 있기 때문에 12월 28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결과는 글 제목에 나왔듯이 합격이었다. 졸업하고 흐트러지지 않고 빡세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쁘고 감사했다. 이제 학생 신분을 벗어나게 되니 걱정되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많지만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다. 10개월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지금보다 더 발전해서, 당당하게 개발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잘할 수 있다!
와!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