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스 프론트엔드 어시스턴트 계약직 6개월이 끝났다. 계약직이니까 주어진 업무만 하면 됐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고용 형태라는 틀에 갇히지 않으려 노력한 6개월을 정리해본다.
우리 팀에는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나 하나였다. PM이나 기획자가 따로 없었기에 기획, 스케줄, UI까지 마케터, 디자이너와 내가 직접 이야기하며 정했다. 큰 아젠다는 팀 리드가 책임자 역할을 하지만, 대부분은 나와 협업 담당자가 마감 기한을 정하고 작업 내용을 정하고 개발했다.
프론트엔드 챕터가 아니라 비즈니스 팀 소속이었기에 오히려 유리했다. 코드에만 갇히지 않고 마케터,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와 주도적으로 대화하며 도메인을 익히려 했다. 서비스 하나를 온전히 맡아 돌리는 경험은 개발 외의 시야를 넓혀줬다.
계약직이라 업무 범위가 정해져 있었지만, 그 밖에서도 기여할 부분을 계속 찾았다.
팀에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처음이었기에 어시스턴트 온보딩 문서를 직접 만들었다. 도메인은 어디를 참고해야 하는지, 협업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등 다음 사람이 헤매지 않도록 정리했다.
디자인 시스템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했다. 필수 업무는 아니었지만, 버전이 맞지 않으면 디자이너와 협업할 때마다 불필요한 확인 작업이 생겼다. 디자이너가 디자인 시안에서 보는 컴포넌트와 실제 코드가 일치해야 소통이 빨라진다.
QA 프로세스도 바꿨다. 기존에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QA 시간이 타이트하고, 정형화된 프로세스도 없었다. 이 부분을 보완하자고 먼저 제안했고, 다음 프로젝트부터 리뉴얼이나 규모가 큰 작업에는 1일 이상의 QA 및 적용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계약직이든 정직원이든, 서비스를 책임지는 마음으로 일하려고 했다.
나는 참여 가능한 모든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애즈 도메인 스터디, 네트워크 스터디, 리액트 딥다이브 스터디, AI 소모임... 어시스턴트라서 빠져도 되는 자리도 있었지만, 빠지고 싶지 않았다.
특히 리액트 딥다이브 스터디가 인상 깊었다. 단순히 문서를 읽는 수준이 아니라, 내부 동작 방식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함께 토론했다. 내가 알고 있던 부분이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체감했다.
PR 코드 리뷰는 성장의 큰 축이었다. 타입스크립트에서 type과 interface를 언제 어떻게 쓰는지 고민하게 됐고, if 조건문 대신 switch 즉시실행함수나 ts-pattern을 활용하는 법도 배웠다. 선언적으로 코드를 짜는 것, UI와 코드를 1:1로 대응시키는 것. 리뷰를 통해 코드 습관 자체가 바뀌었다.
리뷰를 거듭하면서 나만의 코드 취향도 조금씩 생겼다.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짜는 게 낫다"는 기준이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기준은 이후 AI 코딩 가이드를 설계하거나 코드 구조를 잡을 때도 판단 근거가 됐다. 취향이 없으면 AI가 뱉는 코드를 그대로 쓰게 되지만, 기준이 있으면 걸러내고 다듬을 수 있다.
슬랙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문제가 생기거나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슬랙에 글로 정리해서 올렸다. 그러면 지나가다 눈에 띈 분들이나 키워드 알림을 걸어둔 분들이 도움을 줬다. 내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처음엔 두려웠지만, 가시화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는 걸 배웠다.
모두가 바쁘다. 하지만 바쁘다고 눈치 보다간 내 성장이 멈춘다. 미팅을 잡거나 조언을 구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말자고 다짐했고, 실제로 실천했다. 주변 어시스턴트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때는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조언하고 도와주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토스 동료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계약직이지만 팀에 잘 스며들었다, 덕분에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 필요한 작업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서 추진까지 해줘서 고맙다, 계속 같이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퇴사 후 점심시간에 역삼역에 들르면 다들 반갑게 인사해주고, "바로 입사했냐"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잘 다녔구나, 하고 느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시니어와의 커피챗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어떤 얘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하느라 빠르게 다가가지 못했다. 다음에는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보려고 한다. 완벽한 질문을 준비할 필요 없다. 일단 말을 걸면 대화는 흘러가게 되어 있다.
이 6개월은 메타인지를 높히는 시간이었다. 어떤 환경에서 보람을 느끼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서비스를 온전히 맡아 돌려본 경험은 다음에도 오너십을 갖고 일하고 싶다는 확신을 줬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도 알게 됐다. 비즈니스 관점으로 사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했고, 그걸 뒷받침하는 코드 역시 탄탄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CS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궁금증을 그냥 두지 않는 것. 그게 나만의 공부 방식이다.
코드 리뷰를 통해 나만의 기준이 생겼고, 이 기준과 습관으로 개발자로서 나만의 컬러를 만들어가려 한다. 현재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것, 이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내 방식이다. 토스에서 경험한 투명한 소통 문화가 좋았다. 다음 환경에서도 그런 문화를 만들거나, 없다면 직접 제안하고 빌딩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고용 형태에 갇히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 결과 팀의 일원으로 인정받았다. 만족할 만큼 열심히 달린, 알찬 6개월이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의 성장 경험으로서는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이미 비용과 역할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헌신이나 서비스를 기대하는 문화와 닮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웨딩업계에서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락이나 음료를 따로 챙기지 않으면 서비스 퀄리티가 달라질 것 같은 묘한 압박이 생기는 것처럼요.
계약으로 정해진 범위와 보상이 있음에도, 그 이상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미덕처럼 강조되면 결국 다음 사람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일한 보상 아래 요구되는 노동과 책임만 점점 커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할 수는 있지만, 이런 경험이 반복적으로 공유될수록 구조적으로는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알차게 열심히 기여했을거라는게 느껴지네요~ 앞으로의 여정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