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커넥트재단에서 진행하는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6기 과정이 끝났다. 개인적으로 부스트캠프를 시작하기 전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며 여러 블로그에 적힌 회고글을 보며 많은 도움이 됐었다. 규정상 구체적인 내용은 전할 수 없지만 그냥 생각 나는대로, 새벽 감성으로 회포를 풀어보려 한다.
부스트캠프는 서류를 먼저 제출하고 두번의 코딩테스트를 거쳐 시작됐던것 같다. 내가 서류를 제출한 시점에는 조그마한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일하기로 얘기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100% 간절하게 쓰지는 못했던것 같다. 그래도 지금 봐도 못쓴 신청서는 아니다. 내가 어떻게 공부했었고 무엇을 하고싶으며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천천히 풀어냈었다. 그렇게 길게 적지도 않았고 한 페이지 내지 두 페이지 정도의 분량이었다.
사실 코딩테스트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CS지식과 알고리즘을 같이 물어본다. 알고리즘 한 문제는 모든 테스트케이스를 맞추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중에 다른 캠퍼분들에게 물어보니 못 푼 분들이 꽤 많더라. 알고리즘 자체가 어렵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구현이 워낙 약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부스트캠프 입과 직전까지도 고민이 많았다. 좋은 조건의 (다른)스타트업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고 거기서 일하면 배울게 많겠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조언을 많이 구했다. 친한 선배를 붙잡고 한시간 넘게 징징대기도 했고 이렇게 나한테 당한 사람들이 적게 잡아도 네다섯명은 되는것 같다. 한마디도 안하고 눈팅하던 리액트 오픈채팅방에도 물어볼 정도였다. 거기도 좋은 분이 계서서 진지하게 고민 들어주고 상담도 해주셨다. 어찌됐든 입과했다.
부스트캠프는 한달간의 챌린지 과정과 네달간의 멤버쉽 과정으로 나뉘는데, 챌린지 과정이 정말 많이 힘들다.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훈련소때 기억이 살짝 스쳐지나갔었다. 무엇을 하는지는 공개할 수 없지만 앞으로 개발자로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들을 배우는 과정이다. 시니어로부터 일방적으로 들어오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고 모든걸 내가 스스로 찾아서 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된 지식이 들어올까도 싶지만 제대로 된 지식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온다. 학교에서 4년간 배우는 것들을 액기스만 뽑아서 한달간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중요한걸 추리고 추리더라도 그게 가능하냐고 묻겠지만.. 나는 분명 위에서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가능하다. 얼마나 힘든지는 음.. 30학점의 시험기간을 한달동안 돌리는것 같은 느낌이다.
챌린지 과정이 끝나면 인원이 어느정도 추려진다. 막 50% 이렇게 파멸적인 음봉이 찍히는건 아니지만 꽤 많이 추려진다. 추리는 기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무조건 열심히 하고 공부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건 매우 좋다고 본다. 5시까지 공부하고 주무셨다는 분들도 꽤 많이 봤는데 그분들은 전부 멤버쉽까지 함께 하셨다.
그리고 챌린지 과정은 여름에 진행돼서 굉장히 더웠었다. 그래서 카페로 가서 음료수 세잔 시키고 저녁까지 죽치고 앉아서 했었는데 이때 몸이 많이 상한것 같다.
멤버쉽 과정은 챌린지보다 체감상 50% 이상 널널했다. 어떤 분은 '자대 가서 풀린 느낌'이라고 하셨는데 정확한 비유인것 같다. 여기서는 웹개발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는데 마스터분들의 철학에 따라 기본적인 내용을 먼저 하고 넘어간다. 기수마다 다르겠지만 이번 기수에서 리액트는 멤버쉽 시작 후 한달 반이 지나서야 한입 할 수 있었다. 그럼 웹개발 하면서 리액트도 안하고 한달 반 동안 뭘 하나? 나는 개인적으로 이 한달 반이 너무 유익했다.
멤버쉽 시작 후 두달정도가 지나면 팀단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언제 시작하고 어떻게 진행되고 이런건 전부 기수마다 다르긴 한데, 어쨌든 중요한건 팀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운 좋게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할 수 있었고, 잘 마무리됐다. 이전까지의 과정이 70%정도 내가 주도적으로 해야 했다면 여기는 95%정도 되는것 같다. 부스트캠프 측의 지도는 거의 없다고 봐도 괜찮다. 그치만 생각보다 막막하지 않았다. 이쯤 오니 이미 이정도는 해낼 수 있을만큼 충분히 성장해 있었다.
진짜 회고를 해보자면..
사실 나는 거만했었다. 학교가 좁기도 했고,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려 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내가 잘하는줄 알았고 '그래도 이정도 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부끄럽다. 부스트캠프가 기초적인 내용부터 쌓아올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몇달 동안은 배우는게 없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굉장한 착각이었다. 나는 너무 아는게 없었고 조그만한 프로젝트 몇개 해본걸로 내가 잘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여기 와서 보니 다들 나만큼 알고 나만큼 노력해본 사람들이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다.
둘째 주 부터는 그래도 어느정도 마음이 비워졌다. 일주일동안 정신적으로 너무 치이다 보니 내가 비운게 아니고 비워진게 아닐까 싶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차고 넘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그분들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걸 보고 자극도 많이 받았다. 조금 더 깊게 공부하려고 노력하시는 분들을 보며 반성도 많이 했다. 특히 내가 영향을 많이 받았던 다섯분은 어떻게든 만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아무튼 우물 밖을 나와 조금 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
그리고 지식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내가 오히려 배워가는게 참 많았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내가 더 공부를 해보고, 설명하면서 다시 한번 복습하게 된다. 이건 되게 늦게 깨달았는데 그래서 많이 아쉽다.
멤버쉽 기간동안도 느낀게 참 많다. 이쯤 되니 내가 잘할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다른 캠퍼분에게 뭘 빼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더라ㅋㅋ 과제 느낌의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들인 좋은 습관들이 있는데, 요구사항을 내 언어로 다시 정리해 문서화해두는 것과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코드를 작성할지 항상 고민해보는 것이다. 프로젝트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리뷰어님을 붙잡고 한달동안 비슷한 질문만 퍼부은적도 있고 내 방법이 더 좋지 않냐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10개가 넘는 코멘트를 주고받고 결국 인정해 프로젝트를 갈아엎은 적도 있다.(떼쓰거나 우긴건 절대 아니고 진짜 설득하려다 내가 졌다. 확실히 나는 아는게 없더라.) 부스트캠프를 안했더라면 '그냥 돌아가는 코드'를 짜고, 돌아간다면 오케이입니다 하고 넘어갔을법한 문제들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코드를 짤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됐다. 특히 유지보수성, 확장성, 가독성 이 세개의 키워드에 꽂혀서 진짜 고민을 많이 했다. if
문, for
문 없이 코딩하기, 객체지향적인 방법으로 잘 짜놓은걸 갈아엎고 함수형으로 다시 만들어보기 같은 개인적인 챌린지도 했었다. 하는 중에는 이런게 의미가 있나 싶기도 했지만 결국 다 좋은 방향으로 돌아오더라. 그래도 아직 모나드는 뭔지 모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분들의 코드를 적극적으로 염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꺼 하기 바빠서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는데 나중 와서 생각해보니 오히려 내껄 망해도 여러 코드를 보는게 더 도움이 될 때가 있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완성하는데 집착해 깊은 공부를 하지 못한게 많이 아쉽다. 당장 캠퍼들 앞에서 '이만큼 했어요 멋지죠?' 이런건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니 완성 포기하고 공부하신 분들이 얻어간게 더 많았다. OAuth에 꽂혀 이거만 죽도록 판 분도 계시고, 리액트를 한번도 안해보신 분이 리액트 공식문서를 싹 보고 와서 리액트처럼 쓸 수 있는 바닐라 라이브러리를 짠 분도 계셨다. 이렇게 하지 못한게 후회된다.
팀 프로젝트를 시작했을때는 내가 공부가 부족했단걸 다시 한번 느꼈다. 프로젝트를 못할 정도로 무지했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개인적으로 더 공부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게 아쉬웠다. 부스트캠프는 공부할 수 있는 충분한 리소스와 키워드들을 던져주고 환경도 조성해준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나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란다. 최종 프로젝트 말고 완성해야 할 프로젝트는 아무것도 없다.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공부를 하고, 하나라도 깊게 알았다면 그걸로 된거다.
쓰다보니 진짜 반성뿐인 글이 되어버렸는데.. 부스트캠프는 예비 개발자에게는 확실히 메리트가 있다. 할 수 있다면 무조건 하는게 좋다. 적어도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나에게는 우물을 나가게 해줘서 굉장히 고마운 프로그램이고, 개발을 마주하는 내 철학도 조금은 생겼다. 다른 개발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과 스킬도 많이 얻어간 것 같고 사고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단점은 딱 하나다. 비개발자 친구들을 만나면 할 말이 없다는거. 그거 빼고는 다 좋다. 아무튼 나처럼 부스트캠프를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무조건 하시라. 그리고 열심히 하시라. 이게 결론이다.
추가로 내가 부스트캠프를 하기 전에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정리해보면
?
, '와'를 많이 날렸다. 나도 내가 왜 붙었는지 모르겠다.
와~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