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회고

Jaeho Lee·2021년 12월 29일
4

2021년 1월 넥스클라우드, 9월 그린랩스로 두 번의 이직을 했다.

이직을 짧은 기간 안에 또 하게 된 이유는 이전 회사가 아주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었다기보단, 그린랩스가 매우 좋은 기회처럼 느껴져서였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아주 만족하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

개인적으로 팬시를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것이 유연한 근무였는데, 그린랩스에서 그 때 느꼈던 만족감을 거의 그대로 느끼고 있다. 아마 개발자에게 이런 회사가 한국에 별로...없지 않을까? (영업 멘트는 아니지만 트위터를 통한 상담과 이력서는 환영합니다) 또한 (어떤 회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전에 다녔던 회사(들)에서 느꼈던 '기분나쁜 분위기'* 들이 완전히 제거되어 있는 느낌이다.

(*'기분나쁜 분위기'란 리더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업무가 흘러가지 않을 때 구성원을 압박하는 k-악습으로 나 혼자만 쓰는 표현인데, 나는 이런 경험을 했을 때 이직 준비를 시작하곤 했었다. 제발 리더가 될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은 리더가 되지 말아 주세요.)

그래서 일확천금을 약속하는 회사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몇 년 내에 이직을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이전에는 코딩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하게 될까? 라는 생각에 늘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연차가 쌓이니 대부분 나를 찾는 곳들에서 원하는 포지션이 팀 빌더 또는 메인테이너에 가까운 포지션이 되어간다. 코딩을 더 잘 하는 건 개발자로서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최우선적인 과제는 아니게 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하는 종류의 일에서는 코딩을 지금보다 더 잘할 필요가 없는 상태이기도 하다. 프로덕션 엔지니어로서 도전적인 업무도, 쉬운 업무도 많이 해 봤지만 code organization이나 생산성, 툴링, 프로젝트 팔로업 같은 이슈가 대부분이지 핵심 업무는 솔직히 라이브러리들의 발전으로 쉽다고 느끼고 있다)

이전에는 '공부'로만 접하던 함수형 언어를 실무에서 사용하게 되었다. 백엔드 코드도, 프론트엔드 코드도 함수형 언어다보니 사실 어려움이 적지는 않다. 특히 내가 이전 회사들에서 빠르게 업무에 integrate될 수 있었던 비결도 언어와 상관없이 코드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클로져는 언어의 철학 상 '문맥을 모르는 상태로' 이해할 수가 없는 언어라서 조금 공부가 필요한 상태이다.

toxic한 커뮤니티에서 벗어났다. 어디라고 말은 안 하겠지만, 쓸데없이 공격적인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보다 멍청한 짓은 없더라.

어쩌다 보니 이전 직장(들)에서의 번아웃에서 드디어 벗어난 것 같다. 사실 이번해 초까지만 해도 이전 회사들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집을 사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겹쳐서 사람도 거의 안 만나고 살이 엄청나게 찐 상태로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운 좋게 내가 해 보지 않았던, 상상하지 못했던 길들을 걷고 있다.

나 자신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조금씩 깨닫고 있고, 운동을 하면서 (현재는 다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조금 소홀해졌지만...) 평생 거리가 멀었던 좋은 몸도 가지게 될 것 같다. 2021년에 들어서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조금 알게 된 것 같아 아쉬운 동시에 기분이 좋다.

어쩌다보니 이제 거의 10년차 개발자가 되어가는 나.
2022년은 나를 '완성'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끝.

profile
개발자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