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처음으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개발을 했다. 2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장 열심히 했던 시간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정말 열심히 했지만 스스로 만족스러운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내가 구현해야할 기능들을 잘 구현하지 못해 준비된 것들을 모두 보여 주지 못했다.
어렵다고 생각한 기능이 아니었음에도 실제로 개발을 하는건 정말 달랐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거대해지는 구조 안에서 코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까나리 액젓과 아메리카노의 관계와 같았다.
먹기 전에는 구별이 가지 않는 액체들이 목구멍을 넘는 순간 극한의 쓴 맛, 혹은 최고의 짜릿함을 줄 수 있다.
내 상상은 짜릿함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쓴 맛이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스터디를 했던 팀원과 곧 닥칠 개발이 어떨지 이야기를 나눴었다.
나는 걱정보다는 기대와 설렘이 더 컸던 것 같다. 재밌는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 같았고, 개발을 하면서 밤을 새는 것이 약간은 기대가 되었었다.
첫 주차 개발은 무난했다.
사실 이렇게 생각이 든 것 자체가 모든걸 쏟아 넣지 않았다는 증거다. 맞다. 포트폴리오 project mvp 구현이 큰 범위를 차지하지는 않았다.
1주차에 여러번 코드를 엎어버리면서, 내가 무지성 코딩을 하고 있는건 아니구나 생각했다. 지금도 똥코드이지만 이렇게 더 하다가는 진짜 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에 맞는 새로운 개념을 공부하고 적용해서 훨씬 좋은 코드를 만들어 나갔다.
이런거 하나 하나가 너무 값진 경험이라 생각했고,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버그를 고쳐나가고, 코드를 다시 보면서 수정하면서 조금은 게을렀던 1주차를 보냈다.
2주차는 정말 내 모든걸 다 넣어 코딩했다. 아침에 잠들어서, 오전에 스크럼을 가지는건 일상생활이 됐고, 내가 맡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새로운 기능을 구현할 때마다 마주치는 네트워크 에러에 좌절했고, 내 마음대로 렌더링 되지 않는 리액트에 분노했다.
물론 이런 에러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도 너무 재밌었다. 에러 메세지가 사라졌을 때 주먹을 불끈 쥐었고, 고요한 외침을 지르기도 했다. 한 가지를 해결할 때마다 밀려오는 기쁨은 말로 표현이 안 됐다
거기에서 알게 되는 개념들도 그냥 글을 읽으며 공부했던 것 보다 훨씬 잘 체득했고, 기억에도 잘 남는 것 같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끝내고, 지금 내 마음에 가장 크게 남아 있는 것은 미련이다. 그리고 약간의 분노였다.
에러를 맞이하는 그 분노가 아니라 내가 구현하지 못해 서비스에 올라가지 못한 내 코드들이 팀원들을 실망하게 하고 나를 실망하게 했다. 이 분노는 실망감에서 비롯 됐다.
결과물 자체는 만족 하지만, 스스로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제출하고 모든 팀들의 결과물을 보고 그 감정들이 더 강하게 박혔던 것 같다. 나는 그날 내가 해내지 못한 것들을 마무리 짓기 위해 새벽에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다음 날 발표를 해야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하나도 없었다.
오로지 내가 해내지 못한 것들을 마무리 짓자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침을 맞이하는 7시에 잠에 들었는데 나는 그 때 까지 코드 한 줄 추가하지 못했다.
긴 새벽 시간동안 무엇을 했냐고 물으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시도들을 했다. 프론트엔드를 공부하지만 백엔드 코드를 확 바꿔보기도 했고, 온갖 방법을 전부 해봤는데 나는 성공은 커녕 비슷한 상황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git stash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밤을 샜지만 코드 한 줄 작성하지 못했다.
3시간 4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났다. 앞으로 발표는 2시간 남짓 남았지만 별 생각이 없었다. 밤새 겪었던 일들이 지워지지 않았고 오랫동안 멍하게 있었던 것 같다.
ppt 내용도 부실했고 준비도 안했으니, 발표를 못하는건 당연했다. 기술 발표라고 하기에는 그저 얉은 설명이 다였다. 전문성을 하나도 느낄 수 없는 무미건조한 발표였다고 생각한다.
급하게 해야할 말을 다 하지도 못하고 마무리 하고, 한 가지 질문에 답변 후 진짜로 프로젝트가 끝나게 됐다.
다른 팀원들의 발표를 들으며 어제 해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다. 내가 구현하지 못한 부분을 많은 팀들이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구현한 데모를 보고, 마음이 이상했다.
부러움 보다는 내가 그만큼 실력이 부족하다는걸 다시금 느끼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성하는 기회가 됐다.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나는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좋았던 것은 팀원들도 많이 아쉬워했다. 우리는 끝내지 못한 프로젝트를 완성하고자 멋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음 프로젝트까지 3주가 남은 시점에서 이번에는 진짜 쓰러질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수백, 수천 번 하고 있다.
너무 비관적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정하게 나를 평가하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나보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통해서 얻어가는게 매우 많다.
인생의 첫 프로젝트인 만큼 내 기억에서 지우지 않을 것이다. 지금 느꼈던 감정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깊이 막혔던 것들을 전부 파다 보면 빛이 보일 날이 반드시 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처음 느낀 큰 실망감을 이겨내서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되어보자!
개발 너무 재밌다!! 진짜 재밌다!!
우리 밥풀의 든든한 프론트엔드 재성! 1차 프로젝트 동안 정말 수고 많았었고 발표도 정말 잘했어 회고록을 읽고나니 밥풀 프로젝트에 정말 신경 많이썼고, 정말 열심히 했었다는게 더 잘 보이는 것 같아
앞으로 있을 2차 프로젝트도 힘내고 취업도 함께 뿌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