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가득한 5월 초

Jeongeon Park·2022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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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온다

여름이 다가온다는 것은 봄학기가 마무리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HCI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분야에서 가장 큰 학회인 CHI deadline 😱 이 돌아오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5월 말이 되어서야 논문을 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인터페이스는 물론 문제 정의도 안되어 있는 연구를 두 달 만에 인터뷰 / 실험 / 글쓰기 / .. 등을 몇달 밤을 새가며 어째저째 제출하였다. 처음으로 프로젝트 리딩을 하는 것이기도 하고, 너무 급하게 진행하기도 해서 논문 제출 이후에 곧바로 번아웃이 와 버렸고, 그 번아웃이 한 학기 내내 지속되는 것을 경험한 후 올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게 내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목표가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석사과정에 슬슬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수업 외에 시간을 어떻게든 내서 연구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은 잘 하고 있는데, 문제는 불안감이다. 3월에는 봄의 시작이라고 불안해하고, 4월에는 곧 5월이라고 불안해하고, 5월에는 이제 얼마 안 남았다는 걱정 때문에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논문을 못 내는 꿈, 실험을 제때 시작 못하는 꿈.. 저번 submission의 경험이 너무 강렬해서 일까, 아니면 처음이라 더 각인된 것일까. 이것도 여러번 경험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편히 먹어보고자 하는 요즘이다.

대학원이란 무엇일까

고작 석사 2학기째인 새내기(?) 연구자 이지만, 요즘은 대학원의 characteristic 이 무엇일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학부생 때도 2년간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대학원생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학원에 와보니 내가 경험한 것은 한두 개의 연구 프로젝트에 불구했고, "연구" 와 "대학원" 은 완전히 다른 단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대학원에 오면 연구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다른 것들에 치여서 자꾸 연구가 우선순위에서 밀려지고, 실제로는 정말 동시에 다양한 것들을 해야 하는 신분이 되어버린..?

"자율성" 이 좋아서 선택한 대학원 생활이지만, 정해진 시간이 없고, 정해진 뚜렷한 데드라인이 없는 삶은 어떻게 보면 내가 온전히 나의 삶에 대해 선택하고, 나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workload 는 얼마일지 고민하고, 앞에 놓여진 많은 세미나와 미팅과 코스워크 사이에서 priority 를 정하고, .. 하는 것들이 학부생때는 마냥 좋았지만, 그것은 수업들이 또렷한 일정과 데드라인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원 생활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끝이 보이지 않는 탐색" 인 것 같다. 어쩌면 연구의 본질과 굉장히 닮아 있을수도.. 어쩌면 석사/박사 졸업을 할쯤에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삶은 선택의 연속

우리는 매일 매일 정말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된다. 몇시에 일어나고, 어디에서 일하고, 무엇을 먹고, 어떤 일을 먼저 하고.. 대부분의 선택은 다행히 (?) 스케일이 비교적으로 작고, 나에게만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부담/걱정 없이 결정할 수 있는데, 점점 스케일 및 영향력이 큰 결정들이 내 앞에 찾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가장 흔한 경우는 내가 오늘 무슨 일을 할지 정하는 것이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고, 해야 하는 일들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없는 일들이기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어떤 식으로 한정적인 자원을 분배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 때 어려운 점은 몇몇 일은 몇시간이 걸릴지 예측이 안된다는 것..!

특히 개발이 그렇다. 가끔은 3시간 걸릴 일을 30분 안에 해결하기도 하고, 운이 나쁠 때는 10시간씩 잡고 있어도 해결이 안될때가 있다. 이렇게 flexible 한 일의 duration 과 반대로 미팅은 매주 정해진 시간에 다가오기 때문에.. 급할 때는 한 가지를 포기하고 다른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최대한 안 주기 위해 보통 콜라보레이터가 존재하는 일들을 우선적으로 하게 되고, 그러면 내 연구는 무기한 미뤄지고, 나는 우울해지고.. 이런 사이클이 몇 주 동안 계속되다 보면 욕심을 내서 잠을 줄이게 되고, 그럴때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 을 내리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데 집착하는 것과 별개로, 선택을 하기 전까지의 고민하는 시간에서도 많은 스트레스가 오기 마련이다. 항상 "모두를 만족할 수는 없다" 라는 마인드로 마음을 편히 먹어보려 하지만, 선택의 스케일 및 영향력이 커질수록 스트레스는 배가 되는 법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가지고 자꾸 재고 따지니, 결론은 안나오고 스트레스만 쌓여가는게 아닐까.

또한 스케일이 큰 선택을 앞에 두었을 때는, 아직도 두려움이 크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와 "내가 이 정도의 결정을 해도 되는 사람일까" 가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인데, 이때의 해결책은 나에게 "Stop overthinking" 이라고 몇십번 이야기해주는 것. 선택 및 결정도 많이 하다보면 나아지겠지.

마무리

주저리 주저리 쓴 글이라, 어떻게 마무리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주말이 다 가기 전에 IRB 마무리 하고, 미팅 준비하고, 이메일 쓰고.. 할일이 많다. 다음주도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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