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도

김현조·2023년 1월 15일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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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도저히 이유는 생각나지 않지만 나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꽂혀 컴퓨터 동아리 차장까지 맡고 있었다. 당시 친구들에게 프로그래머가 꿈이라고 하면 “신기하다”, “의외긴 한데 잘 어울린다” 같은 반응을 받았다. 동아리에서 다루는 아두이노가 재밌었고, 코드를 뭐라치면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는 게 딱 떨어져서 좋았다는 추억만 남았을 뿐, 지식은 뭐 남은 게 없다. 하지만 결국은 이 추억에 의해 개발자가 되었다.

대학은 환경공학

대학은 환경공학과로 진학했다.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었는데, 첫째는 성적이었고, 둘째는 사실 고등학생 때 기가 좀 눌려서였다. 동아리에는 웹사이트를 개발했다거나, 해킹했다거나 하는 친구들이 꽤 있었는데, 나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다. 그래서 내가 넘볼 분야가 아닌가 보다 하며 다른 공학계열로 진학했다. 입학 후에는 환경공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대해 경험을 했다.

  • 끔찍한 미생물 키우기

설계 과목 중에 미생물을 키워서 수질을 정화하는 실험이 있었다. 최악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 느린 학습자 대상 독서 멘토링

지적 능력 면에서 학습에 어려움을 가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 멘토링을 진행했다.

  • 잡월드 아르바이트

직업체험관인 한국 잡월드에서 파트타임 강사로 근무했다. 우주비행사로 강의하고 초등학생 체험자분과 함께 우주선을 탄 게 가장 재밌었다. 최고의 알바!

  • 카페 아르바이트, 풍물놀이 등…

다시 프로그래밍

다양한 경험 이후 진로에 대해 고민도 하게 되었다. 나는 뭘 잘하고 뭘 좋아할까? 특히나 남들보다 “비교적” 잘하는 게 뭔지 고민하곤 했다. 하지만 결론은 이거였다

어딜 가나 잘난 사람은 있으니, 내가 즐거웠던 일을 하자!

그래서 다시 프로그래밍 공부를 해보기로 하고 휴학했다. 휴학 좋아요. 처음에는 자바 언어를 공부하며 기반을 다지고, 매일 공부한 내용을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했다.

이후 알고리즘 스터디에 가입해 자료구조, 알고리즘도 맨땅에 헤딩으로 공부하면서 백준 문제를 풀고 고민하고 정리했다. 당시 알고리즘 대회에 나갈 정도의 실력자분이 비트 마스킹을 이용해 푼 문제를 보고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일주일을 고민해서 풀어냈던 때의 희열은 아직도 남아있다.

한 학기 후 복학해서 소프트웨어 융합공학을 복수로 전공하기 시작했다.

함께 하고 싶어

혼자 공부하는 일이 많아지자 개발자라면 자고로 팀 프로젝트를 해야 진짜라는 이야기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할 줄 아는 건 없지만 팀플이 해보고 싶어 연합동아리에 열정 하나로 들어가 웹 프로젝트에 백엔드로 참여했다. 놀랍게도 그 누구도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적이 없어 git도 web도 처음이라 결과는 처참하게 망했지만 얻은 건 있었다. 개발자를 꿈꾸는 동료들!

또 뭘 해볼까 고민하다가 설리번 프로젝트라는 대외활동에 참여했다. ~왜 뭘 해볼까 고민했냐 하면 필자는 원래 일 벌이고 수습하는 걸 좋아한다.~ 설리번은 헬렌 켈러의 스승으로 유명한 미국의 교육가이다. 설리번 프로젝트는 그녀의 가치관을 따라 IT 기술을 사용해 교육을 듣는 모두에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힘과 생각을 기술로 구현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을 만드는 단체이다. 이곳에서 나는 Open API와 Vanilla JavaScript를 이용한 날씨 예보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도록 강의를 제작 및 진행했다. 당시 두 명의 현직자분들과 다른 한 명의 대학생분으로 나까지 네명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두 현직자 분들이 많이 알려주시고 이끌어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사실은 그분들이 내 설리번이지 않았을까?

아래는 당시 제작한 날씨 예보 웹사이트
날씨예보 웹사이트

더 깊이, 더 많이

학교 공부와 독학 등으로 여러 개발 지식을 쌓았지만 프로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교육 기관을 찾았다. 서류와 두 번의 코딩테스트, 한 달간의 챌린지를 통해 네이버 부스트 캠프라는 개발자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학습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약 5개월 동안 Computer Science, JavaScript, React 등을 조금 더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었다. 당시 공부한 내용과 이를 정리한 기록을 바탕으로 이후에도 프로젝트 등에 활용할 수 있었다. 또한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고, 같은 꿈을 가진 동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당시 마피아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서 팀원이 직접 그렸던 캐릭터 🔫
MAFIA 31

여기까지 오니 졸업이 1년 남았다. 이제 뭘 해보면 좋을까 고민하던 나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라는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운영하는 정부 지원 사업을 찾았다. 지원금도 넘쳐나고 능력 있는 개발자 지망생들도 넘쳐난다는 소문에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얻었다.

  • 맥북 + 아이패드
  • 유지 가능한 사이드 프로젝트
  • 앞으로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항상 함께하고 싶은 팀원들
  • 가끔 방문할 수 있는 사무실
  • 개발자 친구들
  • 따뜻한 멘토님들
  • 유튜브 촬영, 컨퍼런스 발표 등의 경험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14기 모집 중입니다 ^^ (https://www.swmaestro.org/sw/main/main.do)

그래서 지금은

그래서 지금은, NTech Service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근무 기간 동안 교육도 받고 코드 리뷰도 받는다. 많이 받는다. 20개씩 받는다. 힘들지만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다. 인턴 동기들도 생겼고, 성심성의껏 도와주시는 멘토님들도 계시기 때문에! 앞으로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만들어내는 업보들이 좋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은 다 도전하면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줄 테니까 꼭 다 해봤으면 좋겠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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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6일

우왕 너무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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