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유니톤이 끝나고, UNITHON 주최 대표 운영진이신 대경님께서 다음에는 운영진으로 참여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이야기해주셨다. 당시 참가자로 참여했던 해커톤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대회였으며 처음 해보는 운영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한 편으론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그렇게 세 달 쯤 흘렀나. 12월 초 디스코드에 운영진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당시 서울에 살고 있었고, 앞으로도 쭉 살거라고 생각했었기에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청을 했다.
1월 2일, 지원서를 좋게 봐주신 덕에 운영진으로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하게 실습 갔던 회사와 정규직 전환이 어렵게 되어 해가 바뀌기 전 본가로 내려오게 되었기 때문에 서울에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다. 걱정반 설렘반으로 유니톤 준비가 시작되었다.
대경님께서는 나에게 사전에 어떤 걸 하고 싶냐고 물어봐주셨고,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에 관심있다는 말에 이벤트 부분을 통째로 맡기셨다.
그동안 학생회 활동 하면서 교내 캠페인이나 이벤트가 있을 때 단기간에 몇 번 준비해본 경험은 있지만 긴 시간 동안, 혼자 준비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막막했다.
우선 이번 유니톤에서 나의 목표를 정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만들자" 라고. 사실 개발 할 때 나의 목표와 비슷하지만,(본인은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다.) 조금 더 사용자와 가까히 소통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그리고 이벤트 진행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도에 대해 지난 회차 이벤트를 분석을 시작했다.
(전부 보여줄 수는 없지만..) 이벤트를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위 사진 1장으로 정리가 가능할 것 같다. 지난 회차때 진행 되었던 이벤트를 보면서 어떤 이벤트를 하면 좋을지 고민을 했다.
그렇게 1월의 끝물 즈음, 이벤트 초안을 작성했고 오프라인 회의를 통해 어떻게 진행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벤트 초안 페이지의 일부분이다. 저기 적힌게 한 5가지 쯤 될것인데, 원래 더 많이 있었다. (너무 유치한 것 같아서 빼버렸을 뿐..) 초안이라고는 했지만, 진짜 열심히 고민했다. 아무도 몰랐겠지만, 며칠동안 수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서 KTX타고가는 순간 까지도 수정을 했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다행스럽게도, 거의 대부분의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고 이외에 같이 회의하면서 아이디어를 추가했다. 조금 더 재미있는 방향으로 수정되고 추가되어서 기대감이 한 층 높아졌다.
아래 이미지만 봐도 알겠지만, 포토이벤트를 가장 많이 고민했었다. 이 이벤트를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다. 내가 해커톤 참여하면서 얻어갈 수 있는 큰 가치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추억 & 성장한 나의 모습" 이었다. 이 두 가지 모두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이 사진이라고 생각했고, 이왕이면 조금 특별하게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포토이벤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포토부스를 만들고, 그곳에서 사진을 찍어서 특별한 추억으로 남겨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포토부스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어떤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미지 레퍼런스를 찾아서 피그마에 정리해 보여드렸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윗줄 중간 이미지를 보고 엘리스랩의 공간 특성(ㄷ자 모양으로 꺾이는 계단)을 활용하기로 했다.
원래 이런 큐티한 이미지로 가고 싶었는데, 웅장한 유니톤의 컨셉과는 맞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과감히 넣어두고 깔끔하지만 트렌트 있는 디자인으로 제작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아래 포토 부스다.
(다시봐도 너무 예쁜 ... 🫶🏻)
끝나고 사진을 정리하면서 참가자 분들 찍으신걸 봤는데, 다들 웃으면서 사진찍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그리고 그 예쁜 추억을 선물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린것 같아서 기뻤다.
이벤트 관련해서 대경님과 대화도 진짜 많이 주고받았다. 끝나고 보니 200번이 넘는 대화를 주고받은 걸 보고 좀 놀랐다...
온라인 회의도 한 번할 때 2시간 이상은 기본이었다. 오래 이야기하고, 정리하고 다시 수정하고의 반복이었는데 조금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그 덕에 더 좋은 이벤트가 나올 수 있었으니까.
오프라인 회의를 진행할 때면 서울로 올라오곤 했는데, 오전 개인 일정만 끝내고 바로 대경님과 합류해서 회의하였다. 대경님께서는 서울 올라온김에 친구랑 놀기도 하고, 쉬는게 어떻겠냐 권유하셨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친구가 없기도 하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렇게 회의하고 조사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 나누고하는게 나에게 서울에서 핫플 가는 것보다 의미있고 재미있는 일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서울 가는게 더 기대 되기도 했고.
조사하면서 답사도 같이 했는데, 답사하길 잘 했다. 미리 식사 맛보고 만족스러운 결정을 할 수 있었고, 공간도 어떻게 배치할지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
특히 중간 공간을 어떻게 쓸지 고민할때 최적의 방안을 낼 수 있어서 아주 만족했다 ㅎㅎ.
그러다보니 이것 저것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넣고, 운영진 분들과 회의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들도 나와서 그것들도 다 포함하고 나니 이벤트가 정말 많아졌다. (3일에 16개 정도 되었으니 말 다했지...)
그래서 몇 개의 이벤트를 줄이기로 했고, 상품리스트와 내용을 조금씩 수정해주었다.
다음에는 꼭 AI를 활용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더 재밌는 이벤트를 꾸려보고 싶다.
이벤트 기획에 대한 어느정도 완성되고 대경님께서는 Customer Journeymap을 써보는게 어떻겠냐고 추천해주셨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였지만, 어떻게 작성하는지 궁금했다.
먼저, Customer Journeymap은 고객 여정 지도이다. 고객이 제품 혹은 어떤 일에 참여하면서 생기는 감정을 고려해 지도처럼 작성하는 것이다.
고객 여정 지도의 종류가 정말 다양해서 어떻게 작성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동안 우선순위가 더 높은 일을 먼저 진행했다. 그리고, 전전날 고객 여정 지도를 간단하게 작성해보았고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었다.
각각 1일차, 2일차 고객 여정지도이다. 혹시 조금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여기 열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드디어 긴장감 속에 UNITHON이 시작되었다. 웰컴 이벤트부터 시작했는데,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수월하게 진행 할 수 있었다.
웰컴키트도 하나씩 손수 작업했다...
어쩌다보니 첫째날 아이스브레이킹 진행을 내가 맡게되었는데, 긴장을 해서 그런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진행이 많이 미숙했지만, 다들 잘 참여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다음에는 스크립트를 꼼꼼하게 작성해서 완성도있는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해야겠다.
다들 감사하게도 프로젝트에 열정적인 만큼, 이벤트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셨다.
보석 찾기 이벤트도 산책하면서 많이 찾아주셨고, 뽑기도 많이 참여해주셨다.
스트레스 해소용 게임인 사격과 비어퐁 게임도 진행했다. 이때 언니, 오빠, 삼촌의 도움이 컸다. 비어퐁 같은 경우는 게임 룰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언니의 설명 한 번으로 정리될 수 있었다. 사격도 배운덕(?)에 1발 정도는 맞출 수 있었다. (친구랑 내기했는데 한 번의 딱밤을 면했다...) 어렵기도 했을 텐데 다들 재밌게 참여해주셔서 준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벤트 중에 방명록 후기 작성하는게 있었는데,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써주시는걸 보고 감동했다. 그리고 끝나고 나서 하나씩 정리하면서 한 번 더 봤는데 이 맛에 운영진하는 구나 싶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힘이 되는 말들이었다. (다들 감사합니다 ☺️)
사실 마지막날 짤막한 후기를 발표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는데, 망설인걸 살짝 후회해서 여기라도 끄적여 본다. 어디 대회나 행사를 가면 참가자르 혹은 짧게 도우미로 있던 경험이 전부였는데, 이번에 "운영진"으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래서 처음 경험한 것도 정말 많았다. 또 그만큼 경험있는 분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좋았다.
많이 준비하고 계획했다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다가와보니 예상대로 흘러가기 어렵다는 것도 느낀것 같다. 이번을 피드백 삼아서 다음에는 조금 더 완성도 있는 기획을 해보고 싶다. 그래도 정말 다행이었던건 나 혼자가 아닌 도와주는 친구, 언니, 오빠 그리고 삼촌들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 큰 안정감을 주었다.
올해는 시작점은 좋은 편이 아니었고, 그래서 무기력하던 날들도 많았었다. 생각치도 못하게 정규직이 되지 않았고, 본가로 내려가게 되면서 금방 다시 돌아오리라 다짐했지만, 취준도 길어지게 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개발이고 뭐고 다 관두고 그냥 현실에 순응하면서 그저 그런 삶을 살까도 생각했었다. 그런 나에게 UNITHON 준비는 그 자체로 나에게 힐링이 되었다.
UNITHON 준비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또 내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돌아보았고, 아직 스스로를 알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UNITHON은 내가 꿈꾸던 그 순간들을 다시 떠올려보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꿈을 이룬다는게 쉽지 않겠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는게 아닐까? 조금 천천히 간다고 생각하고 밀도있는 성장을 이루는 내가 되고 싶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참여하지 않은게 후회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