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자의 길

30대 초반부터 8년간 몸 담았던 회사는 안산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성장을 거듭하여 IT분야의 핫플레이스 인 판교로 올 정도로 커졌다. 나 역시 안산에 있을 때 부터 개발에 참여했었기에 회사의 성장을 보면서 보람도 느꼈고 이와 함께 개발자로서 성장하기 위해 나름 많이 노력했다.

나는 사수가 없었다. 그래서 개발을 하면서 만났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야근도 하고 부족한 부분을 매우기 위해 주말에도 공부를 했다. 그렇게 습득한 이론과 기술을 회사 솔루션에 녹여 넣고 임원들에게 결과물을 보여줄 때 받았던 환호성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런 과정은 각종 개발방법론과 scrum을 도입하여 3주 sprint 를 기준으로 다음 version을 출시한다는 전략으로 틀이 잡혔고 그것의 반복이 이어졌다. 그렇게 회사는 더 성장하고 나는 밑에 팀원들을 관리해야 하는 관리자의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그리고 어느 날 난 내가 이곳에서 더 할 수 있는 게 없음을 깨달았다. 나의 개발 에너지는 그렇게 방전 되었다. 그리고 2019년 크리스마스에 퇴사를 했다.

🎲 인생의 고민

아버지는 낚시를 좋아하셨다. 교직에 계시면서 주말이면 틈틈이 혼자 또는 친구분들과 낚시를 가셨다. 어릴적에 나도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많이 따라다녔다. 그리고 교직에서 퇴직하시면서 시골의 조그만 풍광 좋은 낚시터를 하나 인수하셔서 운영하시게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좋아하셨다. 그리고 3년이 지나 나에게 하신 말씀은 "이젠 하기 싫다" 였다.

마지막 퇴근길에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며 왜 아버지가 그 말씀을 하셨는지 이해가 갔다.
나도 더 이상 개발이 하기 싫었다. 이 세상에 내가 할 수 있고 즐길 건 개발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그 순간 꼴도 보기 싫었다.

😑 대책없는 백수

백수로 2020년을 맞이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뭘 해보면 재미있을까?'

'아는 형님이 개발을 관두고 목수를 하신다던데 그건 재미있을까?'

'계속 개발을 한다면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웹 서비스 개발 관련 공부를 하는게 좋겠지. 재밌을 것 같아. 아... wecode 란 곳이 있었구나. 그런데 비전공자도 3달이면 개발자가 된다고? 그게 가능한가?'

'기술이민을 할까? 내 멘토인 밥 아저씨 (Robert C. Martin )는 미국 사람인데 그럼 미국을 어떨까?'
존경하는 Uncle Bob. 당신 덕분에 Clean coder 의 길을 가고 있어요.

...
....

그렇구나. 난 재미있을 것 같은 걸 찾고 있구나. 그런데 개발 말고 해본 게 없네... 😞
조언을 구할 사람도 없구나. 그 동안 눈가리개를 착용한 경주마 처럼 앞만 보고 달렸네.
...

일단 wecode 란 곳을 방문해서 상담을 받아보자. 어쩌면 내 커리어에 전환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아.

😷 Hi. corona~

2020년 3월초에 나는 필리핀 세부시티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wecode 에서 상담을 받아보니 내가 생각하는 많은 선택지 중 하나가 명확해진 느낌이었다. 우선 3개월 정도 필리핀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난 뒤 정식 등록해야겠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3개월 정도 여행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가을부터 시작하겠구나.

...

현지 어학원에 입소한지 2주차에 황당한 이야기를 접했다. corona로 인해 필리핀이 lockdown 조치를 발령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lockdown이 발동되면 교육기관은 전부 강제 폐쇄되고 비행기 노선도 줄어드니 하루 빨리 한국으로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주 동안 나름 친해진 각국에서 온 친구들은 정신없이 "굿바이, 씨유 레이러" 를 외치며 각자 고국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느라 난리가 났다.

"혹시나 lockdown이 한 달 뒤면 풀릴 수도 있는거 아닌가요?"

"그건 알 수 없어요. 그리고 필리핀은 치안이 안 좋아서 이런 시국에는 외국인이 범죄의 타겟이 되니까 가급적이면 돌아가시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나의 어학연수라는 계획은 2주만에 끝이 났다. 그럼 산티아고도 못가겠구나... 스페인도 난리라던데...
11년동안 쉬지 않고 일하고 이제 좀 즐기려는데... 이 죽일 놈의 corona 😠

🙃 쉬어도 쉰게 아니야

모처럼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어학연수까지 도전했는데 이렇게 끝내는게 아쉬워 국내 영어교육 기관에서 3개월 정도를 더 공부했다. 공부 끝에 느낀것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당장 바라는건 바보같은 생각이라는 것이었다.

'그래. 이만하면 됐다. 의사소통만 되면 되지 뭐... 이제 wecode 에 등록해야 겠다.'

9월쯤이면 시작할 수 있겠지 하고 wecode 사이트에 신청을 하러 들어가니 이미 그 기간은 마감이었다. 가장 빠른게 11월이라 부랴부랴 등록하면서 '올해 내 인생은 마가 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 시작까지 남은 기간은 4개월... 나란 인간은 그 기간동안 집에서 뒹굴거릴 수 있을까?

세삼 느꼈다. 유튜브는 확실한 time killer 라고... 그나마 다행히 바로 앞 기수에 자리가 비어 폐인생활을 한 달 줄일 수 있었다.

🧐 학원이라뇨? 부트캠프 입니다만...

10월부터 교육이 시작되었다. 사전에 웹서비스 개발에 대해 공부함에 있어 FrontEnd와 BackEnd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는 망설임 없이 BackEnd 를 선택했다. 사용자가 눈으로 즐길 수 있는 화려한 UI를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나는 Data를 만지고 통신을 다루는 쪽이 더 재미있다.

wecode는 내가 알고 있던 교육기관들과는 달랐다. 하루에 몇 시간씩 보고 따라하는 방식의 교육이 아니라 많아야 일주일에 약 여섯 시간의 Session 만이 있을 뿐... 나머지는 그 session 에서 배운 이론과 기술을 바탕으로 어떤 목표를 구현하는 것이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했다.
그러면서도 자율적으로 매일 한 시간의 code kata(짝 프로그래밍으로 알고리즘을 통한 문제해결)를 통해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었고 session을 통해 구현해야 할 결과물을 팀 단위로 진행하였기에 같은 기수들과 개발자로서 친목할 기회도 발생했다.

우리는 이미 개발자로서 협업을 하고 있었다.

'아 이래서 wecode는 학원이 아니고 부트캠프라 불리는 거구나.'

⏳ wecode 에서의 시간

session을 통해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처음 도전한 것은 한 주 동안 instagram 과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의 Service 구현이었다. 배운 기술을 통해 Service를 구현하면서 배운 기술의 범위를 넘어가는 지식의 필요성, trouble shooting 상황이 발생했을 때 멘토님들은 이를 해결할 방안을 알려주셨다. 흥미로웠던 건 해결책을 찾을 길을 알려주실 뿐 직접 해결책을 알려주는 것은 기피하셨다.

당연히 일부 동기들 사이에선 '해결책을 바로 알려주면 좋을텐데 왜 안 알려주시는 걸까?' 라는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본인들이 인터넷 searching 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 적용하는 것을 보면서 중요한 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근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더 좋았던 건 이 문제를 똑같이 겪었던 동기들이 서로를 도와주며 같이 문제를 해결한 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동기간 유대감을 많이 높였었다.

2달차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동기들과 팀을 구성해 마음에 드는 site를 지정, 이를 clone 하는 project를 2주 간격으로 2개를 진행하였다. project를 진행하는 동안 팀원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4시간 정도라 생각될 정도로 다들 열심히 했고 우리는 그렇게 우리만의 Portfolio 를 만들어 갔다.

wecode 선대 기수들이 만든 서비스를 보면서 탄성을 질렀었던 우리는 점차 후배 기수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단계인 '기업협업' 에 돌입하였다.

🏢 기업협업

'기업협업'은 wecode 에서의 마지막 한달 과정으로 실제 현업을 경험해보는 과정이었다.
은우님께서 꼼꼼히 필터링하시어 선택된 회사에 동기들과 팀으로 참여, 현업에서 제시하는 과제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
나는 동기 세 명과 함께 Dneuro 라는 투자 관련 로보어드바이저 회사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곳에서 사용자들의 투자성향을 분석하기 위한 퀴즈형 설문조사 데이터를 제공하고 결과를 수집하는 로직 개발을 진행했다.

회사에는 대표님을 포함, 투자 전문가분들이 주를 이루셨고 업무는 각자 자신의 업무를 진행하며 매주 catchUp 을 통한 진행상황 공유를 하되 그 외적인 부분은 free 하게 풀어주시는 스타일이었다.
만약 이 회사에 취직한다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프로세스를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스스로 기획 및 개발을 전부 담당해야하는 부담감이 생겼다.
다른 기업에 협업나간 동기들도 아마 이런 현업의 요구를 느꼈으리라 싶다.

기업협업 마지막 날 우리는 채용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가 만든 Service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신다는 말씀과 함께 만약 회사에서 채용 제안을 한다면 생각하는 연봉은 얼마인지, Dneuro에서 우리에게 원하는 것과 앞으로의 회사 방향을 잠깐 공유하였다.

한 주 뒤 통보해 주겠다는 말과 함께 간단한 회식으로 기업협을 마무리 했다.

내 기준으로는 비전도 있고 자금력도 있는 회사로 판단되었기에 동기들에게 좋은 제안이 갔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나는 다른 이유로 Dneuro 와는 함께 하지 못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이유는 밑에)

🏁 3개월의 여정의 끝

2021년 1월 8일부로 3개월간의 wecode 과정이 끝이 났다. 2차 프로젝트를 진행할 시점부터 심해졌던 corona로 인해 기업협업은 출근과 재택을 오갔으며 중간중간 추가 진행된 session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수료식날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영광스럽게도 동기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나는 동기들을 대표해 14기 수료식 축사를 하게 됨과 동시에 wecode interview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나이차가 꽤 남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대해주었던 동기들과 멘토님들께 너무 감사했다.

corona만 아니었으면 다 같이 모여 웃으면서 샴페인 한잔에 서로 덕담을 주고 받을 수 있었을텐데 그 점이 너무나 아쉽다. 하지만 코로나가 진정되면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우리는 wecode란 커뮤니티가 있으니까...

그 때까지 모두 잠시만 안녕...

🌲 다시 개발자

운이 좋게도 나는 wecode community의 혜택을 마지막까지 받았다. 기업협업 진행 중 community를 통해 BackEnd 개발자를 채용하려는 기업 한 곳이 마음에 들어 이력서를 제출했었다. 그리고 총 3차의 면접(기술면접, 과제제출, 임원면접)을 거치면서 그 곳 개발팀장님과 임원분들의 좋은 평가를 받아 1월 중순부터 출근을 하게 되었다.

🛴 https://theswing.co.kr/

웹서비스 개발기술(python, django, javascript, node.js)을 익히면서 너무나 즐거웠는데 나에겐 golang과 IoT 라는 새로운 세상에 다가갈 기회가 또 주어졌다. 처음 개발자로서 출발하던 시점의 두근거림이 다시 살아 나는 것 같다.

내 앞에 펼쳐질 새로운 길에 wecode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도전할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wecode 출신의 CTO 개발자로서 회사의 기술 방향을 책임지는 위치까지 가보고 싶은게 내 꿈이다.

나의 동기들, 그리고 이 길을 도전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눈부신 앞날이 기다리고 있길 희망한다.

혹시 wecode에 도전할까 고민중이신 분이 보고 계시다면 저는 이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