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빵 판, 발음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 빼고 그 누구도 큰 빵판을 이렇게 부르진 않는다.
전자회로 공부한다는 사람부터 직접 보드를 짜기 귀찮은 사람까지 누구나 즐겨 사용하는 브레드보드 Aka 빵판
늘 불편하기 짝이 없던 이 물건이 최근들어선 조금은 그리워졌다.
물론 말만 그렇다. 점퍼선 빠지는거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 퉤
솔직히 저기 위에 빵을 두고 자르다간 톱밥 섭취량만 늘어날것같다.
초기 회로 작업은 주로 Point To Point 작업으로 진행되었는데, 이게 뭐냐면
회로에 치는 거미줄이라고 보면 된다.
내 회로가 더럽고 안 이쁜것처럼, 당시에도 구리고 멍청한 엔지니어는 존재했을것이 분명하므로 위 회로같은 경우가 정말 당시에는 없었을것이라고 장담 할 수 없다.
20세기 엔지니어.
위 사진은 1960년대 그때 그 방식 그대로 달여낸 회로는 아니지만, 대충 빵판의 사용 방식에 대해서 가늠할 수 있다.
나무 위에 볼트를 박아넣고, 클림프나 전선을 그대로 너트들 사이에 끼워넣어버리는 방식이다.
지금와서 보기엔 어쩜 저리 천박하고 망측한 회로니! 할 수 있지만.
1960년대 이후 우리에게 익숙한 인쇄회로기판(PCB)가 일반화되기 이전
약 80년정도는 이러한 회로만이 회로로써 존재해왔던것이다.
80년이면 인쇄회로기판이 일반 가전제품에 적용되기 시작한 역사가 대략 60년 가량이니, 오히려 저쪽이 인생경력이 길다.
인쇄회로는 2040년까지 깝치지 말자.
실제로는 은근 깔꼼한 Point To Point wiring 작업물
당시 모든 회로는 빵판으로 시작하여 빵판으로 끝났으니, 회로는 곧 빵판이였고, 빵판은 곧 회로였었다.
실제로 당시에는 회로들을 싸잡아 bread board라고 지칭하기도 한것같습니다. (정확하지 않음)
그러나 전자회로가 발달하고, 그저 다리두세개 달린게 전부였던 전자부품들은 IC(Intergrated Circuit)라는 이름을 달고 다리와 기능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충 당시에 직면한 문제점을 나열하자면.
paul eisler가 만들어낸 최초의 인쇄회로기판 라디오.
첫번째로 대량생산이 어려웠다.
생산자가 하나씩 붙잡고 하나씩 뚫고 연결하고 납땜하고... 당시의 회로는 대단히 노동집약적이였으므로, 당연하게도 고가였다.
대부분의 산업은 초기엔 노동집약적이다. 참고사진은 뜨게질을 잘하는 엔지니어가 만들은 자기 코어 메모리.
초기 인쇄회로 기판을 도입한 기기들은 주로 군에서 대량생산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더구나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니, 내가 생각해도 대량생산에서는 더없이 좋은 선택이였을것이다.
IC계의 원로 555timer IC
두번째로 공간을 매우 많이 차지했다.
Intergrated Circuit(IC)가 발명되면서 컷다란 진공관이 손톱만한 칩 하나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다들 효율성을 추구하는데 반해, 브레드보드는 아주 큰 공간들을 차지했다.
인쇄회로기판은 얇은 판 하나면 온갖 전선들을 정리할 수 있었으며,
설계자가 작업자의 손이 들어갈 자리를 위해서 공간을 대량으로 낭비하거나
사장이 작업자를 고용할때 손이 작은 사람부터 가산점을 주거나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다들 좋아했을것이다.
소리가 안들리는데 이거 AS되죠?
세번째로는 안정성과 유지보수의 적합성이다.
AS직원은 손 크기가 15cm보다 큰 사람을 뽑을 수 없고, 회로 AS센터가 있는 마을에서는 손이 작고 얇은 남성과 여성이 외적으로 우월하다고 느꼇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동네의 후손은 자연선택설로 인해 매우 작은 손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선으로 잔뜩 배선한 회로들은 정말 불안정했을것이다.
굳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단 감성에 기대보았다.
1973년 등록된 특허에서 우리가 현대에 쓰고 있는 브레드보드의 원형을 찾아 볼 수 있다.
늘 기술이 그렇듯이 구시대의 기술은 바로바로 사라지지 않고 전자제품 프로토타이핑의 한 역사를 장식하기 시작한다.
이 플라스틱에 클립이 달린 무납땜 브레드보드는 E&L instrument라는 회사에 의해 발명되었는데.
원래 뭐하는 회사인지는 몰라도 일단 브레드보드를 만들어서 파는 곳인것같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브레드보드 학습 키트는 한국에서도 복제품이 있었는데, 내가 봤을 정도면 90년대 전자과 대졸자분들은 한번쯤 보지 않았을까 싶다.
브레드보드 (노말)
브레드보드는 각 구멍에 클립이 있어, 전선이나 부품을 끼워넣으면 철판이 눌러 전기가 통하도록 되어있다.
미국놈들이 만든거 아니랄까봐 각 구멍의 간격은 0.1인치, Metric으로 2.54mm 간격으로 뚫려있다.
2.54는 앞으로도 징하게 볼 숫자이므로 기억해두면 좋다.
이런거 설명 잘해주시는 자바실험실에서 불펌해왔다. 이 홈페이지 정체가 뭐죠? 너무 공들였는데...
5핀씩 잡을 수 있는 클립이 일반적인데, 큰 브레드보드는 더 많이 끼울수 있도록 되어있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회로의 가로열은 연결되어있으며, 양측 세로열은 두 줄로 나뉘어 한 라인 전체가 쭉 연결되어있다.
일반적으로 사이드 부분에서 전원을 공급하고, 가운데 부분에서 회로를 구성하는 편이다.
브레드보드가 뭐 복잡하다고 설명을 덧붙이나 싶다.
인생은 실전이니까 하나 사서 써보세요.
제가 메이플을 안해서 그러는데 원래 +4같은게 붙어있나요?
브레드보드는 아무리 봐도 전자회로에서는 쪼렙템인데, 그만큼 누구나 사용하기 쉽다는 면에서 괴상한 일에도 많이 사용되는 편이다.
Hackaday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되게 쪼잔하게 편리해보이는데, 나는 가장 갖고싶은 오픈소스 프로젝트 하드웨어로 꼽는 물건이다.
간단한 파워서플라이의 역할과 함께 오실로스코프의 역할까지 도맡아주는 효자 부착물이다.
이거 하나 있으면 되게 편할것같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 제 생일을 아는 분들은 내년 제 생일때까지 준비하시지말입니다.
그냥 갖고싶어서 꼽아봤다.
프로토타입 종류가 다양하다, 사진은 1A 프로토타입. 부품비용을 2.75$ 미만으로 만들었다.
:0...!
브레드보드계의 밥로스 "Ben Eater"의 그래픽카드 만들기
왜 자꾸 그 복잡한걸 직접 만들려는지 모르겠다.
HomeBrew 컴퓨터란 양놈들 문화중 하나로, 직접 컴퓨터를 만들어보는 걸 말한다.
homebrew라는 말 자체가 집에서 양조하는걸 뜻하기도 하는데, 브레드보드에 점퍼선 꽂는동안 나는 손땀으로 막걸리를 빚는다고 해도 믿을 노력이 들어간다.
이번 명절은 아들과 함께 오순도순 Apple 2 브레드보드로 구현하기를 윷놀이 대신 해보는게 어떨까요?
애플 II 회로 보러가기 (겨우 200페이지밖에 안해요!)
Yㅖ 있습니다.
대충 ADA과일 사진으로 설명을 하자면
풀사이즈 브레드보드 830핀
하프사이즈 브레드 보드 400핀
왕빵판 2250핀
작빵판 (half-half size) 170핀
흔하게 이렇게 4개 종류를 볼 수 있습니다.
왕빵판은 실험실이나 실습실이나 여기저기서 다양한 사이즈로 출토되는 경향이 있는데,
주로 점퍼선이나 부품 한두개가 붙박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가피하게 브레드보드를 사용할 예정이라면 점퍼선이라도 좋은걸 구비합시다.
브레드보드에 점퍼선이라고 하면 선 종류로 나눠서 크게 두종류, 그중 하나를 또다시 커넥터로 나눠서 세종류정도로 보는데
혐오스러운 둥근 커넥터의 점퍼케이블
여전히 역겹지만 덜 냄새나는 듀폰 케이블
위에서 말했듯이 미국놈들이 만든 브레드보드는 2.54의 간격으로 구멍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브레드보드 사이즈에 정확하게 맞는 듀폰 케이블은 브레드보드와 함께 아두이노를 가지고 작업하는데에 확실하게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둥근놈보단 낫다.
21세기엔 브레드보드를 깔끔하게 쓸 수 있고, 생수를 사먹습니다.
흐물거리지 않는 단단한 단선으로 된(단단해서 단선이 아니라 심이 하나라 단선이다.) 케이블이다.
회로가 깔끔하고 이쁘게 만들어지지만 겹치는 부분이 많아질수록 작업이 힘들고, 거리를 정확히 재서 끼우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스테이플러 심으로 대체한 점퍼
이외에도 랜선(선이 적당히 단단한게 굉장히 알맞다.)을 활용해서 이쁘장한 회로를 꾸밀 수 있다.
그래도 안씀
하드웨어 1티어 장비라서 진중하게 적어봤습니다.
저번에 velog로 질문있다던 학생. 벨튀하면 어떡해요. 형 대답해줄 생각에 설레서 잠 못자.
막고라 신청할테니까 이메일 보내세요. skgusrkd7@gmail.com
'1티어' 장비에 대한 애정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