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08 정글에서 시작하며

Johnny·2021년 8월 12일
1

개발일지 (정글)

목록 보기
1/7

2021년 8월 2일, 정글에 입소했다. 입소 첫 날부터 바로 0주차 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프로젝트는 새로 만난 팀원들과 협업하여 간단한 웹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서로를 소개할 시간도 없었다. 문득 영화 '실미도'에서 실미도에 들어온 대원들을 일단 먼저 물에 던져넣는 장면이 떠올랐다. 아직 바다의 거친 물살에 익숙하지 않은 23명의 정글 동기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육지를 향해 헤엄쳤다. 헤엄치는 방식도,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도 모두 달랐다. 하지만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은 하나같이 절실해 보였다. 매일매일 새벽까지 열기가 뜨거웠다.

프로젝트 발표 전날, 기다리고 있던 여자친구에게 먼저 자라고 전화를 했다. 여자친구가 "하고 싶던 개발 마음껏 할 수 있으니 오빠한테는 천국이네."라고 말해 웃었다. 그래 맞다. 하고 싶던 개발이다. 회사에서 어떻게든 개발할 기회를 만들려 애쓰고, 주말이면 섭섭해 하는 여자친구를 옆에 두고 조금이라도 개발을 하려 애썼는데, 여기서는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마음껏 개발을 하고 있다. 좋다. 천국이 따로 없다.

정글에 들어오기 전에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 다시 개발 공부를 하려 한다 말씀드리니 다니던 회사에서도,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도 좋은 제안들을 해주셨다.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적지 않게 흔들렸다. 팀장님과 이전 회사 대표님은 왜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려 하느냐고 물었다. 솔직히 시원하게 답하기 어려웠다.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도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문제라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공부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마음껏 개발 공부를 하고 싶다면 정글보다 좋은 곳은 없을 테다.

"5개월 간 마음껏 개발 공부하기". 정글에서의 목표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열정적인 동기들이 힘이 된다. 출퇴근에만 하루 3시간을 쓰던 나날들을 생각하면, 기숙사와 교육실이 가까운 것도 아주 마음에 든다. 회사 밥은 이따금 그립겠지만, 캠퍼스 식당도 밥이 찰져서 맛있더라. 하고 싶던 공부 마음껏 하고 돌아가야지. 언제 다시 이런 시간을 또 가질 수 있겠나. 천국이 따로 없다.

profile
개발자 서자헌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