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문에 지방에 살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버스를 타는 것이였다. 버스 배차간격이 긴 것도 있었지만, 버스 안내판에 정보가 제대로 안뜨는 것도 컸다. 안내판에는 안뜨다가 갑자기 버스가 오기도 했고, 5분뒤에 온다고 해놓고 안오는 경우도 많았다.(이 버스는 유령버스라고 불렀다)
매번 버스를 타기위해 평균 20~30분정도 기다려야했고, 최대 50분까지 기다려봤다. (50분 버스를 기다리고 화가나서 택시를 탔다)
버스를 덜 기다리고자 메모장에 버스를 탄 시간을 메모해두고 살았는데, 메모를 해두지 않은 시간대라면 그냥 계속 기다려야했다.
졸업을 한 후에도 1년 과정의 부트캠프 교육 때문에 같은 지방에 계속 살았는데, 버스를 타기 힘든건 항상 똑같았다. 버스 도착시간을 기록/예측하는 서비스를 만들고싶다고 항상 생각했지만, 취업준비와 다른 프로젝트때문에 계속 미뤄졌다. 그러다 교육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대학생 때 과학사개론이라는 교양을 정말 재미있게 들었는데, 케플러 관련 수업을 듣다가 티코브라헤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다. 티코브라헤는 눈으로 별을 정확하게 관측하여 기록했고, 이 자료들은 이후 케플러법칙의 토대가 되었다고 한다. 수업을 마치고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버스시간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수업 내용이 생각나서 메모장 이름을 티코브라헤로 지었다. 이 정보들을 토대로 나중에 케플러법칙같이 위대한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케플러로 지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위대한 케플러법칙과 비빌 기획을 떠올리지 못해서 버스도착시간만 기록하는 서비스를 기획하였고, 그래서 이름이 Tico가 되었다.
원하는 지역의 버스정류장을 검색하면 구독이 가능하다.
오늘 도착한 특정 버스의 도착시간 정보는 5분마다 스케줄링된 데이터 그대로 화면에 표시되고,
30일전 ~ 어제까지 도착한 정보는 정확한 버스도착시간 데이터가 기록된다. (밤 12시마다 가장 정확한 버스도착시간을 계산하고, 정확히 하나만 남긴다)
한 정류장 전체의 버스도착시간 데이터도 확인이 가능하다.
마침 버스터미널에 갈 일이 생겨서 표를 끊고, 터미널에 갈 때 타야하는 버스정류장을 며칠 전 미리 구독해두었다. 그리고 당일 아침에 일어나서 버스를 타야하는 시간을 확인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버스 정보가 잘못될 경우를 대비하여 3일분을 비교했고, 버스가 올 확률이 높은 시간에 집에서 출발했다. 내가 만든, 내가 꼭 필요로 했던 서비스로 찾아본 버스를 탈 생각을 하니 심장이 두근대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내가 찾아봤던 번호의 버스가 곧 도착이라고 카카오맵에 표시됐다. 버스를 기다린지 5분도 안된 시간이였다. 친구에게 엄청나게 자랑을 하고 곧 내가 찾아본 버스에 탈 생각에 심장이 뛰었다.
갑자기 내가 찾아본 버스번호가 아닌 다른 버스가 도착했다. 당연히 터미널 방향으로 가는 버스도 아니였고, 같은 노선인데 다른 버스가 왔나해서 버스기사님께 여쭤봤더니 터미널에 안간다고 했다.
해당 버스를 보낸 뒤 카카오맵을 다시 봤는데, 내가 찾아본 번호의 버스가 정류장을 출발했다고 되어 있었다.
혹시나해서 5분정도 더 기다려봤지만 아무 버스도 오지 않았고, 너무 충격을 받아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갔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스마트팩토리 관련 공부를 할 때, 스마트팩토리 소프트웨어(MES)가 설비데이터를 정확하게 수집하지 못한다면 데이터분석, AI 기능이 아무 소용없다는 걸 배웠었다. 아무리 기능이 좋고 잘 만든다고 해도 틀린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해당 기능은 아무런 쓸모도 없게 된다.
내가 버스도착시간 기록 서비스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버스도착시간 API 데이터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 해당 서비스는 아무 쓸모가 없다. 원본 데이터가 잘못되었다면, 아무리 기능을 잘 만들어도 이처럼 제대로 동작하지 않게 되는거다.
하지만 이 웹프로젝트 과정에서 혼자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리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애정을 가지고 만든만큼 열심히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재미있었다.
오.. api 자체가 문제였군요;; 프로님이 해결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