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 : 모든 라이브 정보를 보여줄래? (Live Share)

주싱·2024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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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Sunny Daye from Pixabay

회사의 일 외에 지구력을 가지고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2003년, 가수의 육성을 듣는 첫 감동

스무살 대학축제에서 였던 것 같다. 가수가 육성으로 노래하는 걸 태어나 처음으로 듣게 되었다. 어느 대학이 먼저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당시 동의대에서 ‘노을’의 노래를, 경남대에서 ‘SG 워너비’의 노래를 들었던 것 같다. 가수들이 노래하는 목소리를 녹음된 형태가 아닌 육성으로 듣는 경험은 내게 놀라운 감동을 주었다.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감동이었다. 이후에도 종종 대학 축제를 통해 가수들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는데, 콘서트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대학생 주머니 사정으로는 부담스러운 일이었고 이후에는 취업 준비하랴 회사다니랴 바쁘게 지내며 오랜 시간 라이브의 감동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2023년 다시 몰려오는 감동

2023년 어느 날 세종시의 수목원에 아내와 아이들과 나들이를 갔다. 그곳에서 우연히 한 인디 뮤지션의 버스킹 공연을 듣게 되었는데 ‘칵테일의 사랑’이라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 노래를 듣는데 지난 시간 치열하게 살며 잊고 지냈던 라이브를 듣는 감동이 다시 살아났다. 혼자 눈시울이 붉어지며 마음이 너무 촉촉해졌던 기억이 난다. 수목을 더 좋아하는 아내가 재촉하는 바람에 한 곡 밖에 듣지 못하고 일어 섰는데 그날의 감정이 몇 일 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유료 공연은 어려워

이제 직장인이 되었고 콘서트 하나 정도 예매할 경제적 여유는 된다. 그러나 10만원 가까이 하는 콘서트 비용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특별한 날 큰 마음 먹지 않고는 마음껏 즐길 수는 없겠다. 그래도 생각난 김에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하나 정도 가보자는 생각에 좋아하는 뮤지션의 콘서트를 검색해 봤는데 현재 열려있는 콘서트가 없다. 곧 열리는 콘서트가 있다고 해도 문제긴 하다. 인기 있는 가수들의 콘서트 예매하기는 종종 하늘의 별따기다. 몇 주 전 아버지께서 나훈아 콘서트 예매를 부탁해 오시는데 과연 이 예매를 나는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유료 공연을 마음껏 즐기는 일은 경제적으로 쉽지 않고, 정보를 찾기도, 예매하기도 어렵다.

우리 동네 무료 라이브 모조리 모아줘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은 유료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작은 무료 공연 안내 현수막을 종종 보게 된다. 한 가수의 콘서트라기 보다 여러 가수들이 어떤 특별한 행사에 초청되어 한두 곡씩 노래하는 경우다. 근데 이런 정보들의 출처는 다 다르고 한데 모아볼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냥 길가다 보이면 알게되고 못보면 끝인 것이다. 내가 즐겼던 대학 축제 역시 학교 학생이거나 그 학교 친구가 있는게 아닌 이상 해당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문득 이런 저런 동네 무료 공연 정보를 모조리 모아서 나에게 알려 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콘서트가 아니더라도 가수를 눈으로 보고 한 곡의 라이브를 듣는 것도 내게 너무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우리 지역이 아니라 먼 지역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한 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행사라면 차를 타고라도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를 위해,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 사이드 프로젝트

“무료로 열리는 온 동네 숨은 모든 라이브 공연 정보를 모아서 보여줘”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요구사항이다. 나를 위해,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이런 일을 해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데이터 모델링이나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기술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서비스의 핵심은 뭘까?

서비스를 무작정 만들기 전에 이 서비스의 핵심 기능은 뭘까 고민해 보았다. 생각해 보니 이 서비스의 핵심 기능은 숨겨진 동네 라이브 공연 정보를 수집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뮤지션들의 유료 콘서트 정보는 인터파크나 네이버 같은 한정된 사이트에서 수집할 수 있는데, 도시 별로 소소하게 열리는 작은 행사에 초청된 가수의 라이브 정보, 전국의 대학교 축제에 초대된 라이브 정보들은 어떻게 모을지에 대한 답을 내 놓는게 이 서비스의 핵심 과제가 되겠다. 이 정보들이 인터넷 상에 어딘가에 다 올라오긴 하는 건가? 그럼 어디에 올라오는 건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 만드는 최소 실행 가능 제품(MVP)

처음에는 WIKI 처럼 누구나 공연 정보를 등록하게 열어두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정보 공유자를 끌어들일 방법이 생각나지 않고, 정보의 질을 검증하는 비용이 클 것이며, 중복 정보를 다루는 문제도 있을 것 같아 일찌감치 접었다. 대신에 일단 내가 정보를 모아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내가 살고 있는 세종시를 포함한 근처의 도시(대전, 공주, 청주 정도)들의 라이브 공연 정보를 내가 직접 수집해서 웹 페이지에 기록하고 우리 도시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오픈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나는 이런 정보들을 어디서 어떻게 모을 수 있으며 그리고 정보 수집 행위를 자동화할 수 있는지 학습해 보는 것이다. 이게 나의 첫 라이브 공유 서비스 MVP(Minimum Viable Product) 계획이다.

정말 할 수 있어?

근데 막상 실행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새로 입사한 회사에 적응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들 것 같다. 그리고 퇴근하고 뭔가 다른 걸 하는게 늘 쉽지 않다. 그래서 일단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 정말 핵심적인 서비스가 동작하는지 확인해 볼 수 있도록 노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 든다. API 서버도 UI도 개발할 필요가 없다. 노션을 활용해 아주 단순한 웹페이지를 만들고, 수집한 라이브 공연 정보를 입력하고, 마지막으로 Super 라는 서비스를 활용해 정적 사이트로 오픈하면 될 것 같다. MVP 단계에 안성맞춤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개발에 대한 부담 대신 재미있게 공연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만 열심히 학습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공연은 내가 실제로 즐기면 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든 말든 사실 상관이 없기도 하다. 내가 좋으니까. 터무니 없는 계획이 아니란 생각이 들고,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가치를 지불하는 서비스를 내 힘으로 만드는 경험

최근에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만든 서비스에 사람들이 가치를 지불하며 이용하는 경험(결재를 하는 경험)은 얼마나 짜릿할까? 사람들이 소중히 생각하는 돈과 시간과 관심을 지불하고서라도 이용하고 싶은 정말 유익한 서비스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리고 회사라는 배경 없이 온전한 나의 힘으로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 보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생각에서 이런 아이디어와 계획이 구상된 것 같다. 걸음마를 시작하지도 않은 지금 이 서비스가 돈이 되는 서비스가 될지, 나 혼자 잘 사용하는 서비스가 될지, 아니면 나 조차도 사용하지 못할 벽을 만날지 알 수 없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 보려고 한다. 내가 가장 자신있는 건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과 사용자를 생각하며 끊임 없이 개선하는 것인데, 내가 지속적으로 투자해볼 가치가 있고 재미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아주 가볍게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이다.

아내의 아이디어

아내가 아이디어를 주었다.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 정보 외에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행사 정보도 모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파편화된 그런 정보들이 한 눈에 보여지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좋은 생각 같다. 아내가 한 마디 거든다. 자기가 매번 행사가 시작되면 첫 날에 가서 행사 현황을 실제로 보고 블로그 글을 쓰겠단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의 사심 가득한 말인데 정말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게 된다. 꿈꾸는 건 무료라고 하니 아내와 같이 사업을 하는 꿈을 꾸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본다. 나에게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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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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