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주싱·2026년 6월 3일

개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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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연달아 사람들을 만나 차를 마신다. 속이 거북하다. 오후 5시쯤 되었을까, 사용하던 노트북을 초기화하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걸린다. 거북이처럼 움직이는 프로그레스바 너머로 아직 계정정지 되지 않은 슬랙 창이 보인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 서울 캠퍼스의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남기기 시작했다. 감사한 일들이 많았다. 한 동안 반대한다는 의견과 불편한 감정만을 전달했는데 이렇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다 보니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좋고 감사한 사람들이 많았다. 함께 일하는게 든든한 사람도 있었고, 도움을 받아 감사하고, 그들 존재 자체로 힘이 되던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말랑말랑해진 마음 때문인지 내가 비판하던 그 일들이 우리가 헤어질 정도로 큰 일이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집에 돌아가 아내를 보자마자 눈물이 왈콱 쏟아졌다. 아내의 눈은 나를 무장해제 시킨다. 아내가 왜그러냐며 속 시원하지 않냐고 묻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그렇지 않다.

돌아보니 처음에는 분노했고 지금은 아쉬운 감정이 남았다. 성공하고 싶었을 그들의 마음을 애써 헤아려본다. 내가 퇴사라는 초강수를 둘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괜찮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모든 분노의 감정이 차분히 가라앉고 도리어 아쉬운 감정이 짙게 남은 지금, 그 일들은 여전히 옳지 않으며 내가 함께 나아갈 수 없는 방향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회사의 임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건강하면 좋겠다는 말을 전한다. 나는 떠나지만 그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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