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의 데이터 분석가를 향한 1년간의 여정 회고록

Joshua·2024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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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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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데이터 분석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2024년을 보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사이언스, 데이터 엔지니어 중에 나는 데이터 분석가가 맞는 것 같아 제목을 이렇게 선정했다.)

처음에는 회고록을 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마지막날 내 1년을 돌아보고 싶어져 급하게 노트북을 켰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가 흘러간 것일 뿐이겠지만 그럼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게 인간의 기본 습성이 아닐까 생각했다 ^^;;
나도 인간인데 써야지


INTRO

2024년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23년 1월 4년 째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다녔다
1년동안 5개의 국내 도시에서 한달 살기를 했고 유럽, 오키나와, 보라카이, 몽골.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을 열심히도 돌아다녔다.
(몽골 최고다. 또 가고 싶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개발자 양성 과정에 뛰어 들었다.
워낙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다시 학교 생활 비스무리한걸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1년 동안 집에 있던 날보다 없던 날이 더 많아서 일까 오히려 나가지 않는 규칙적인 생활이 더 즐거웠다. 약간 스스로도 변태 같았음


6개월 개발자 부트 캠프

6개월 간 양성과정. 재미있기도, 힘이 들기도, 짜증나기도, 설레기도 했던 날이었다.

내가 부트캠프 학원을 정하는 기준은 2가지 였다.

  1. 최대한 다양한 툴, 기술스택을 배우는가?
  2. 취업할 때 얼마나 메리트가 있는가?

내가 다녔던 학원은 두 가지 기준에 잘 맞았다. 너무 한 가지만 배우지 않고, 우수한 학생은 인턴의 기회도 있었다. 원래 12월에 할 계획이었는데 인원이 전부 차서 1월 말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훈련 장려금과 국취제도 함께해서 솔직히 금전적으로는 좀 넉넉했다. 공부만 하는데 돈을 준다고? 최고잖아 !

'비전공자' 말은 개발자 양성 학원에서 지겹도록 들어봐서 많을 줄 알았는데 '컴공'만 많이 없다 뿐이지 통계학과, 수학과, 전자과 등등,,,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로 쌩 비전공자였다.
그나마 하나 괜찮았던건 내가 다닌 학원이 교육 관련 회사였기 때문에, 석사 전공이었던 교육공학이 그나마 쓸 곳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학교생활보다 직장 생활이 더 익숙했는데, 좋은 동기들과 선배님(?)은 아니고 멘토분들을 만나서 진짜 오랜만에 학교생활 하는 것처럼 즐겁게 다녔다.

물론 팀원과 트러블이 있기도 하고, 내 스스로가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들, 왜 나는 영어와 수학을 못할까(ㅋㅋㅋㅋㅋ 진짜 진지하게 했던 생각임), 개발도 머리가 어느정도 되야 할 수 있는건가(ㅋㅋㅋㅋ 이것도 진짜 진지하게 했음)라며 자책했던 나날도 있었다. 며칠 밤을 새고 만들었던 모델이 원하는 대답은 내놓지 않고 소설을 쓰고 있을 때 진짜 눈물 났다. 근데 상황이 너무 웃겨서 슬픈데 웃긴 감정을 처음 알았음.

내가 다닌 빅데이터 개발자 양성과정은 정말 이것 저것 많이 알려주시고 또 재미있었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혹시 이걸 보게 되는 예비 교육생 분들이 있다면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

1. 세부적인 개발자 직무
아직도 왜 정립이 안되는 걸까, 궁금한 사항이긴 한데
나는 DA, DS, DE라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학원을 다니고 한... 3~4개월차쯤 알았다.
DA는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DE는 데이터베이스를 만지고, DS는 둘을 모두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간단하게는 그게 맞지만 전혀 다르다.
이론상으로 설명은 해주셨지만 각 직무에서 어떤 걸 더 중요시하는 지, 취업을 할 때 내가 이런 세부 직무를 알고 있고 그 부분에 중요한 기술스택을 선택적으로 꾸준히 공부하면 꼭 도움이 될 것이란 걸 미리 코칭해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또 하나 얹자면, 사실 개발자는 프론트엔트, 백엔드, MLOps, LLM, 검색엔진 엔지니어, 인프라, 정보보안 등등 정말 분야가 많은데 이런 내용을 좀 더 알려줬으면 어떨까 싶다.

2. 취업 시장의 이해도
이건 정말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는데, 물론 내가 모든 학원들을 다 아는 것이 아니니 확답할 수는 없지만 다시 취준생이 되어 취업시장을 보니 취업 시장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뭘 준비해야하는지, 협업 툴이나 원하는 기술스택이 어떤건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격증이 있으면 좋지만 그것보다 어떤 언어를 잘 쓰고 활용했는지가 더 중요한 느낌?
최소한 프로젝트 때 협업 툴을 쓰게 해보거나 실제 실무적으로 어떻게 주고 받는지에 대해 경험했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그 부분보다 기획에 더 힘을 써야 했다. 생각하는 개발자, 정말 중요하지만 채용 시장에서는 협력할 줄 아는 개발자를 훨씬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정말 좋았던건, 나의 경우 정말 운이 좋게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LLM 엔지니어라는 직무를 알게 되었고 그게 찰떡이었던 것이다 !!!!!
대형 모델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정확한 답변을 내게 하고,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하고, 서버에 띄워 운영하고 등등!!!! 계속 하고 싶은 분야를 찾은 것이다.

또, 정말 마음이 맞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공부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매우 좋았다. 아쉬운 점이 분명 있지만 그걸 다 덮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일이 많았다.

(나의 1년 간 깃허브 잔디)
교육생 때인 2~ 6월까진 좀 하다가 인턴 생활 할 땐 텅텅 비어있는게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엌ㅠㅠㅋㅋㅋㅋㅋ


인턴 생활

3개월동안 했던 인턴 생활. 사실 교육 때보다 인턴 생활이 더 아득한 옛날 같다.
직장 생활이 워낙 익숙했기도 하고, 친숙한 사람들과 일을 해서 그런지 정말 편했다. 내가 모르는 부분이 정말 많다는 사실도 느꼈고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얼른 1인분을 하고 싶었다. 내 노력만큼의 보상이 따라준다면 어떤 일이든 다 맡을 수 있었다. 매일 12 ~ 15시간씩 회사에 있어도 그저 즐거웠던 기억 뿐이었다.
스트레스 받는 상황도 도전의식이 생겼고 문제가 풀렸을 때의 그 희열감이 사람 미치게 했다(ㅋㅋㅋ)

사람들도 모난 사람없이 너무너무 좋았다. 금세 친해졌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업무적인 이야기도 모두 재미있었다. 약간 초식동물들이 있는 초원에서 여유롭게 풀 뜯어먹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 전에 직장 생활에서 별로 좋은 기억이 없어서 더 그런 걸수도 있겠다. 내가 공부하게끔 꾸준한 자극을 주시는 분도 많았다. 아니 어떻게 저러지? 싶은 분들이 사방에 널려있음. 열심히 안하고 싶어도 열심히 하게 되었다. (채찍질 해주시는 분도 있었다. 공부 할게요 ㅠㅠ)

(내가 인턴 기간 내내 매달려있던 업무 자동화 시스템.)
애정을 넘어 애착까지 생길 지경이다. 고칠게 많았는데... 아쉬울 따름. 혼자 개인적으로라도 디벨롭할 생각이다.

아쉽게도 인턴 생활을 더 이어가지는 못했다. 이것이 나에게 상당히 큰 후폭풍으로 다가왔는데 그 당시에는 자각이 덜 된 모양이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내 노력과 시간과 결과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그만두게 되자 더이상 나아갈 원동력이 사라졌다. 회사생활이라는게 어떻게 자기 뜻대로 할 수 있겠냐만은, 나의 경우 천직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재미있게 일을 해왔기 때문에 더 크게 다가 왔던 것 같다. "이래서 사람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거구나" 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새로운 이론, 툴, 논문을 보고 읽고 하는게 정말 재미있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맨날 일 얘기만 해서 혼나기도 했다 ^ ^;;ㅎㅎ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나는 정말 싫어한다는 사실을 올 해 처음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잘 흘려보내는 것도 능력인데, 25년에는 그런 면을 좀 더 다듬어야 겠다.
지금은 한... 95% 정도? 괜찮아졌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전남자친구처럼 (ㅠㅠㅋㅋㅋㅋㅋ) 회사 관련 물건을 보면 마음 한켠이 쓰리지만(ㅠㅠㅋㅋㅋㅋㅋ) 인턴 생활하면서 하지 못했던 공부들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지금도 이정도인데 내가 직접 선택해서 간 회사라면 대체 얼마나 더 열심히 할런지 감도 안잡힌다 ^ ^ㅋ

인턴 생활하면서 배운 점

  1. 생각보다 업무 자동화할 곳은 많다.
  2. 생각보다 일이 중구난방이다.
  3. 생각보다 협업이 진짜 중요하다. 트러블 안나려면
  4. 생각보다 일은 하는 사람이 몰아받는다.
  5. 생각보다 적극적인 사람은 내부로도, 외부로도 좋다.
  6. 생각보다 일에 열정을 가지고 하는 사람이 많다. 대단하다.

인턴 생활이 끝난지 이제 한달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 24년도 끝이 난다.
시간이 참 빠르다. 그 한달동안 링크드인도 열심히 하고, 나름 벨로그도 열심히 하고, 논문도 읽고, 코딩 테스트 공부도 하면서 보냈다.
특히 코딩 공부를 많이 했는데, GPT 분리불안도 아니고 코드 한 줄 작성 못하는 개발자가 어디 있나 싶어서 시작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너무 귀여운 프로그래머스 인증 스티커.)
교육에 있어 보상은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나는 그런 타입이라 저거 채우려고 더 열심히 함


앞으로의 계획과 다짐

내 계획은 여타 취준생 분들과 별 다를게 없다

  • 25년 계획

    - 목표: LLM 엔지니어로서의 성장.
    - 준비: 특정 기술(MLOps, AI 모델 최적화) 집중 학습.
    - 지원 전략: 링크드인 네트워킹 강화 및 프로젝트 결과물 포트폴리오화.
    - 자기계발: 꾸준한 논문 읽기와 새로운 기술 트렌드 파악.

  • 세부 내용

    - 취업
    - 알고리즘 공부
    - 통계, ML, LLM
    - 영어 공부(회화, 공인)
    - 링크드인 일촌 300명
    - 벨로그 주 1회 발행 (하루에 하나씩은 100퍼 무리라는 것을 이번 년도에 깨닫고 말았다...)
    - 논문 리뷰
    - 꾸준히 수영 다니기
    - 대화하기, 오해하지 않기, 더 배려하기


OUTRO

주변에서 많이들 물어봤다. 지금까지 해온게 아깝지 않냐고 왜 맨날 그렇게 힘든 길을 돌아가냐고
난 그런 사람인가보다. 내가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앞뒤 안가리고, 직접 뛰어보고, 부딛혀보고, 넘어져도 보고, 아파도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별 수 없다.
개발자 채용시장이 불안한거, 나도 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좌절하기도 하지만 결국 잘 되리라 믿는다.
24년에 많이 쌓아올린 것처럼 25년에도 변함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쌓아가며 나아가야겠다.

profile
🐥삐약이 개발자🐤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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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3일

멋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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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3일

역시 멋있어...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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