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와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했다
2022년 2월, 나는 디자인학과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러나 내가 왜 좋은 성적을 받았는지조차 의문이었고, 더욱이 정답이 없는 이 창의적 분야를 직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솔직히 망설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께선 나에게 디자인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고, 그 말에 포기하지않고, 나는 이 길을 계속해서 걷기로 결심했다.
졸업 후의 두 달은,
내가 하고싶었던 펀딩 프로젝트에 몰두하며 동시에 취업 준비에도 열정을 쏟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인 시기에, 서울로 오가며 대면과 비대면 면접을 보면서 그 과정에서 기회가 나에게 찾아왔지만, 결국 나는 가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그 순간을 디자인을 포기하기로 한 마지막 계기로 삼았다.
일단 끝까지 해보자
집에서 국비 지원 학원까지 왕복 3시간 거리를 오가며, 개발 공부를 시작했다.
과정은 리액트 프론트엔드 양성이 목표였으나, 실상은 퍼블리셔 관련 내용을 차지했다.
이 상황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초반에는 교실 중간에 앉아 선생님의 목소리가 잘 들려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 달 맨 뒷자리로 자리가 바뀌면서 선생님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화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따라가려 노력했으나, 점점 뒤처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학원 측에 여러 번 스피커를 뒷부분에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수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야 그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그 시점에 나는 이미 포기한 상태였고, 맨 뒷자리에서 다른 온라인 강의를 틀어 공부를 계속했다.
수료가 끝날 무렵, 취업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어서 피곤해서, 수업 환경이 좋지않아서.. 제대로 못배웠다. 사실 이 모든 것이 내가 좀 더 열심히 했다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내 탓을 인정하지않았다.
국비 수료 후, 다시 시작했다.
취업을 위해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기본기도 없이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1년 동안 기계처럼 프로젝트를 7개나 진행했지만, 내가 이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시기에 GPT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작업에 활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포트폴리오를 채워나갔지만, 결국 프로젝트들은 내용이 없는 빈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TDD를 아세요? 상태 라이브러리가 뭔가요?" 이런 기술적 질문에 대한 답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많이 모르는 것이 많았고, 그 결과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동시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디자인학과에 입학할 때도 비실기 전형이었다. 남들이 3시간이면 끝낼 작업을 밤새며 이를 갈며 작업했다. 프론트엔드 분야도 국비 지원과 부트캠프를 통해 양성된 비전공자가 많았고, 나는 그 [비]라는 타이틀이 싫었다. 비실기니까, 비전공자니까 그런 감안되는 것보다 다를 거 없이 잘하고 싶었다.
더 잘하고 싶었지만, 원하는 만큼 잘되지 않았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고 싶었고, 결국 그 이유를 찾았다.
핑계, 노력 부족 그리고.. 기본기
지인의 추천으로 시작한 멘토링을 통해, 나는 내가 겪었던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놀기를 좋아했지만, 지난 1년 동안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프로젝트에 매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많이 하고 열심히 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배우고, 깨닫고, 실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두 가지를 모두 잃었다. 노는 것도 놓치고, 소중한 취업 준비 과정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냥 스스로 너무 한심했다.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쌓아가지 않고, 조급한 마음에 바로 결과물을 얻으려 했다. 1년 6개월의 시간을 의미 없이 소비한 후에야 비로소 깨달음을 얻었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후회로만 남기에는 아까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앞으로의 흘러가는 시간을 2배로 더욱 의미 있게,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로.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는 말처럼, 이 경험을 통해 더 단단해진 나를 만들고자 한다. 앞으로 6개월은 제대로 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시간으로 삼을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
개발 공부를 1년 동안 하면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처음에는 개발 분야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큰 즐거움을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깨달은 사실은, 개발에도 디자인처럼 절대적인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코드에도 한 가지의 정답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나는, 정답이 아니라 더 효율적인 방향을 찾아가는 것에 집중하고자한다.
이제, 조바심에 휩쓸리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다.
초창기에 개발 공부를 시작할 땐, 모든 문제에 '왜(Why)' 라는 질문으로 납득이 될 때까지 파고 들었다. 그러다보니 공부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오래 걸리다보니 그동안 포트폴리오를 위해서 '무엇(What)' 을 찾는 데 급급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왜(Why)' 라는 질문을 소홀히 했던 지난날을 반성했다.
이제는 모든 학습에 대해 수없이 '왜(Why)'라고 질문하며, 이러한 질문들이 내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제 내용이 있다니! 감사합니다. 글 잘 쓰시네요 :)
항상 화이팅입니다아아